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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표 제대로 행사 위한 요구, 쉬운공보물·그림투표용지

세상의 모든 정보가 쉬워질 때까지-②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04-01 10:35:33
‘성인이 되었다’는 것을 체감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술을 당당히 마실 수 있고, 운전면허 취득 자격을 갖게 되는 것, 그리고 바로 투표에 참여할 권리를 갖는 것이 포함될 것이다. 유권자로서 나의 한 표를 처음 행사할 때의 설렘과 긴장감은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모두 기억할 것이다.

헌법 제24조에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되어 있다. 선거권은 국민이 국가에 대하여 가지는 공적인 권리이며,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수 없는 것으로 현재 우리나라는 만 18세 이상의 국민은 모두가 선거권을 갖고 있다.

소소한소통에서는 2020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선거를 부탁해」라는 책을 출간하였다. 발달장애인 유권자가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하여 투표 절차 안내 등의 정보뿐 아니라 선거가 무엇인지, 왜 참여해야 하는지, 좋은 후보를 뽑으려면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등 주도적인 참정권 행사에 필요한 내용을 쉽게 담은 책이다.

소소한소통에서의 책 제작은 언제나 그렇듯 발달장애인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일부터 시작된다. 투표 경험이 있는 발달장애인 6명이 털어놓은 투표 일화는 저마다 다양했지만, 귀결되는 하나의 메시지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선거 공보물은 내용이 어려워 어떤 후보자가 일을 잘할지 판단할 수 있는 정보로서 기능하지 못했다. 토론방송은 질문과 답변이 빠르게 오가다 보니 내용을 이해하기도 전에 흐름 자체를 따라가지 못했다.

어쩌다 한 번 하는 선거마다 바뀌는 후보들이 누구인지 알기 어려웠다. 이렇게 ‘어려운’ 잣대들 대신 익숙한 사람(악수를 해본 사람, 뉴스에 많이 나온 사람), 남들이 좋다고 하는 사람(여론조사 결과 선호도가 높은 사람, 부모님이 뽑으라는 사람) 등을 뽑았다고 했다. 후보를 살펴볼 때 비장애인도 공약 외에 다른 조건들의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공약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외에 다른 기준을 종합해 스스로 판단하는 것과 공약을 이해할 수 없어 다른 기준들만으로 투표할 사람을 선택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발달장애인은 참정권을 요구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발달장애인 자조단체인 ‘피플퍼스트’는 수년 전부터 발달장애인의 참정권을 요구해왔다. 이들이 요구하는 참정권은 바로 ‘그림 투표용지’와 ‘쉬운 공보물’두 가지다.

그림 투표용지는 기존의 투표용지에 후보자의 사진과 정당의 로고를 넣는 것을 의미한다. 글을 모르는 사람도 투표용지에 있는 후보자의 사진을 보고 투표할 수 있다.

실제 대만은 공보물에 있는 후보자의 사진이 투표용지에 그대로 들어가 있다. 쉬운 공보물은 말 그대로 공약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공보물을 말한다. 기존 공보물은 한자어가 많고 개조식으로 표현이 압축되어 있어 그 의미를 비장애인조차 단번에 이해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장애인 유권자를 위한 장애인 투표 편의제도를 보았을 때에도 발달장애인 유권자가 그림 투표용지와 쉬운 공보물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표적인 투표 편의제도를 살펴보면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 병원․자택 등 자신이 머무르는 곳에서 우편으로 투표할 수 있는 거소투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형 투표 안내문과 점자투표보조용구, 손 사용이 불편한 지체장애인을 위한 기표용구 등이 있다. 장애 특성에 따른 정당한 편의 제공이 참정권을 보장하는 제도로서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발달장애인 유권자들이 오랜 시간 정당한 편의로서 요구해 온‘쉬운 공보물’과 ‘그림투표용지’는 장애인 투표 편의제도에 아직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걸림돌이 되는 것일까? 바로 공직선거법이다. 법이 개정되어야 발달장애인이 요구하는 편의가 보장될 수 있는데, 관심 있는 국회의원에 의해 몇 차례 개정안은 발의되었으나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4.7 보궐선거 속 쉬운 공약

이러한 현실 속에서 서울시 보궐선거를 앞두고 최근 일부 후보자들이 발달장애인 유권자를 위한 쉬운 공약을 만들었다. 바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기본소득당 신지혜 후보다.

후보자의 의무사항이 아님에도 쉬운 공약을 만든 것은 그 필요성에 공감한 것이며, 이는 발달장애인을 ‘유권자’로서 존중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일부 후보자의 관심과 선택에 의해서가 아니라, 모든 후보가 의무적으로 쉬운 공약을 만들도록 공직선거법은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박영선 후보 이해하기 쉬운 장애인정책 공약(사진 왼쪽)과 신지혜 후보 이해하기 쉬운 정책자료집(오른쪽). ⓒ박영선 후보 블로그, 신지혜 후보 홈페이지. 에이블포토로 보기 박영선 후보 이해하기 쉬운 장애인정책 공약(사진 왼쪽)과 신지혜 후보 이해하기 쉬운 정책자료집(오른쪽). ⓒ박영선 후보 블로그, 신지혜 후보 홈페이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발달장애인의 투표율은 전국 투표율(77.2%)에 비해 15% 이상 낮은 60.9%로 나타났으며, 투표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6.4%)"이라고 응답했다.

안 그래도 어렵고 낯선 선거가 누군가에게는 ‘더' 멀게 느껴진다. 모두에게 주어지는 선거권이 모두에게 공평하기 위해서는 발달장애인 유권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제는 국회의 응답이 필요하다.

[발달장애인 독자를 위한 쉽게 쓴 칼럼 - easy read version]
-쉽게 쓴 칼럼에는 위의 칼럼 내용을 쉽게 풀어서 쓴 내용 외에 발달장애인 독자 입장에서 알아두면 좋을 내용이 함께 포함되었습니다.

투표를 ‘제대로’ 하기 위해 발달장애인에게는 쉬운 공보물과 그림 투표용지가 필요합니다.
세상의 모든 정보가 쉬워질 때까지-②

내가 처음 어른이 되었다고 느낄 때가 언제였나요? 술을 마실 수 있고, 운전면허 자격증을 딸 수 있는 나이가 되는 것. 그리고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투표를 처음할 때의 설렘과 두근거림은 모두 기억할 것 같아요.

헌법은 우리나라 법 중 가장 기본이 되는 법으로 국민이 가진 권리가 담겨 있는 법인데요. 헌법에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만 18세 이상이 된 국민은 모두가 똑같이 투표를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소소한소통은 2020년 4월에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선거를 부탁해」라는 책을 만들었습니다. 이 책은 발달장애인이 선거에 잘 참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책입니다. 투표하는 순서 외에도 선거가 무엇인지, 왜 투표를 해야 하는지, 좋은 후보를 뽑으려면 무엇을 살펴봐야 하는지 등의 내용을 쉽게 설명한 책입니다.

이 책을 만들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발달장애인을 만나서 투표 경험을 듣는 것이었습니다. 6명의 발달장애인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모두 투표가 “어렵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선거 공보물은 내용이 어려워 어떤 후보가 일을 잘할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고요. 토론방송은 질문과 답변이 빠르게 오가다 보니 누가 질문하고, 누가 답변하고 있는지 구분 자체가 힘들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공약을 이해하기 보다 악수를 해본 사람, 뉴스에 많이 나온 사람, 여론조사 결과 인기가 많은 사람, 부모님이 뽑으라는 사람 등을 뽑았다 하더라고요. 공약을 이해할 수 없어 다른 기준들로 투표할 사람들을 선택하는 것은 잘못된 상황이라 생각됩니다.

발달장애인은 투표에 잘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요구합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발달장애인 자조 단체 중에‘피플퍼스트’가 있습니다. 피플퍼스트는 발달장애인에게 필요한 제도, 서비스, 사회의 변화 등을 요구할 때 발달장애인이 직접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는 곳입니다. 피플퍼스트는 오래전부터 발달장애인이 투표에 잘 참여할 수 있도록 ‘그림 투표용지’와 ‘쉬운 공보물’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림 투표용지는 기존의 투표용지에 후보자의 사진, 정당 로고를 넣는 것을 말합니다. 글을 모르는 사람도 투표용지에 있는 후보자의 사진을 보고 투표할 수 있는 것이죠. 실제 대만이라는 나라에서는 공보물에 있는 후보자의 사진이 투표용지에 그대로 들어가 있습니다.

쉬운 공보물은 말 그대로 공약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공보물을 말합니다. 기존 공보물은 한자어와 전문용어도 많고, 짧은 글에 여러 의미가 담겨 있어 쉽게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에는 장애인 유권자를 위한 장애인 투표 편의제도가 이미 있습니다. 하지만, 발달장애인이 요구하는 ‘그림 투표용지’와 ‘쉬운 공보물’은 아직 지원되지 않고 있죠. 시각장애인의 경우 점자로 된 공보물이 제공됩니다. 손을 사용하기 불편한 장애인의 경우 투표를 돕는 보조기구를 이용할 수 있고요.

하지만 발달장애인의 요구는 왜 받아들여지지 않는 걸까요?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려면 공직선거법이 바뀌어야 된다고 합니다. 법을 바꾸려고 노력한 국회의원도 있긴 했는데요. 결국에는 아직 바뀌지 않았습니다.

4월 7일 보궐선거에 쉬운 공약이 만들어졌습니다.

아직 법이 바뀌지 않았지만 서울시 보궐선거를 앞두고 일부 후보자가 쉬운 공약을 만들었습니다. 바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기본소득당 신지혜 후보인데요. 법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후보자가 의무적으로 쉬운 공약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발달장애인에게 쉬운 공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죠. 반갑고 고마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일부 후보자가 관심을 갖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든 후보가 의무적으로 쉬운 공약을 만들도록 법이 바뀌어야 합니다.

19대 대통령 선거 때 발달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투표에 참여한 사람이 적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는데요. 안 그래도 어려운 선거인데, 누군가에게는 더 멀게 느껴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발달장애인이 요구하는 목소리를 귀 기울여 주면 좋겠습니다. 국회에서 공직선거법이 바르게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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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백정연 (whitejy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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