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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아동이 세상을 발견해 나가는 독특한 방식 ‘방수바지’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03-31 15:36:03
방수바지는 독일(장애)아동이 성장하는데 있어 필수품이다.ⓒ blog.hans-natur.de 에이블포토로 보기 방수바지는 독일(장애)아동이 성장하는데 있어 필수품이다.ⓒ blog.hans-natur.de
우리는 흔히 서양인 하면 자립심이 강한 이미지를 떠올리곤 한다. 실제로 독일 장애인과 한국 장애인을 비교해도 독일 장애인이 많은 부분에 있어 훨씬 더 자립적이고 독립적으로 살아간다.

여기에는 다양한 문화적 사회적 차이가 있겠지만, 독일에 와서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기본적으로 자녀 양육방식의 차이가 크다는 점을 매일 실감하고 있다.

나는 이것을 ‘방수바지'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 싶다. 방수바지는 장애 유무를 떠나 독일 아동이 세상을 발견해 나가는 독특한 방식, 나아가 자립심과 독립심을 키워나가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독일 아이들이 즐겨 입는 옷 중에 방수바지(Matschhose, 직역하면 ‘진흙바지’가 된다)가 있다. 멜빵바지 형태에 방수처리가 된 옷이다. 소재의 종류와 두께에 따라 방수바지의 종류는 매우 다양한데, 겨울용은 두꺼운 방한소재로 안감처리가 되어 있어 차가운 바닥에 오랜 시간 앉아 있어도 문제없을 정도다.

방수바지는 아이가 기어 다니기 시작할 때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웬만하면 거의 매일 입고 다니는 옷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왜 독일 아이들은 이토록 ‘이쁘지도 않은’ 방수바지를 즐겨 입는 것일까?

독일에는 “안 좋은 날씨란 없다. 안 좋은 옷차림만 있을 뿐(Es gibt kein schlechtes Wetter, nur schlechte Kleidung)”이란 속담이 있다. 일 년 중 절반 가량 비가 내리는 기후 특성상, 어떤 날이든 날씨 탓을 하지 말고 날씨에 적합하지 않은 옷을 탓해라는 말이다.

이 속담은 독일 아동이 성장하는 과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부모는 아이를 데리고 매일 밖에 나간다. 장대비가 쏟아지지 않는 한 유치원 아이들은 매일 밖에 나가 자연을 만끽하며 뛰어논다. 이때 방수바지는 필수품이다. 방수바지를 입고서 아이들은 땅이 질퍽하거나 축축해도 밖에서 마음껏 뒹굴고 뛰어다니며 논다.

독일 아이들은 정말 말 그대로 ‘매일 밖에서 뛰어놀며’ 성장한다. 어른들이 정한 규칙과 틀에 갇힌 일률적인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시간보다, 공원에서 숲에서 놀이터에서 자기가 원하는 방식대로 마음껏 뛰어노는 시간이 훨씬 더 많다.

이때 부모나 유치원 교사는 “거기 안지 마! 거기 눕지 마! 그거 만지지 마, 옷 더러워지잖아!” 같은 잔소리를 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아이의 왕성한 호기심과 활동성을 필요 이상으로 제약하지 않는다.

이처럼 독일 (장애)아동은 매일 같이 자연을 만끽하고 실컷 놀면서 성장한다.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주변 세계를 적극 탐색하며 성장한다. 호기심과 창의성이 자유롭게 발휘되는 가운데 자기주도적으로 세상 살아가는 법을 서서히 터득해간다. 자립심과 독립심이 서서히 커진다.

결코 소진되지 않을 것 같은 왕성한 에너지로 가득한 아동기는 끊임없이 행동하는 가운데 자신과 타인 그리고 주변세계를 알아가고 점차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시기다. 이러한 왕성한 에너지는 어린 시절에만 경험할 수 있는 보물과도 같다. 과연 우리는 이러한 보물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장애 유무를 떠나 아동은 이것저것 다양하게 시도해보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존재이다. 따라서 아동은 자유롭게 움직이고 자기주도적으로 놀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신체적 인지적으로 제약이 있는 아동의 경우 더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시간과 공간을 충분히, 아동이 만족할 정도로 아주 충분히 제공하는 것이야 말로 부모와 어른 그리고 교육자의 역할이 아닐까.

이러한 의미에서 독일의 부모와 어른 그리고 교육자는 (장애)아동의 성장과 발달에 필요한 자유시간과 자유공간을 충분히 제공하고, (장애)아동이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며 자유롭게 노는 가운데 주변세계를 탐색하며, 나아가 (장애)아동의 자립심과 독립심을 키우도록 기여한다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방수바지가 한 몫을 하는 셈이다.

며칠 전 베를린에는 강풍경보가 내려졌다. 게다가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의 강한 소나기 눈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휘몰아치기도 했다. 외출할 엄두가 나지 않는 희한한 3월 날씨였다. 바람이 여전히 강한 오후에 나는 아들을 데리러 어린이집에 갔다. 그런데 어린이집은 텅텅 비어 있었다.

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어린이집 근처 공원에서 신나게 뛰어 놀고 있었던 것이다. 아들의 방수바지와 외투, 신발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흙먼지로 가득했다. 아들은 아까 눈이 펑펑 쏟아져서 너무 신기했다며 신나게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이것이 바로 독일 (장애)아이들이 커가는, 너무나도 평범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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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민세리 (nankleopatr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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