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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이야기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6-01 11:09:59
날 좋은 봄 토요일이다. 비 온 뒤 아침공기가 외출자제로 인한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고도 남았다. 비 온 뒤 공기에는 풀냄새가 묻어난다. 아침을 먹고 산책겸 근처 휠체어가 들어갈만한 서점이 있으면 들어가볼까 하는 마음으로 나선 길이었다.

우리 동네에는 대통령이 일을 하고 쉬는 청와대와 왕이 살던 경복궁이 인왕산과 낙산, 남산, 북악산이 둘러싸고 있어 오늘처럼 안개가 끼면 산허리에 솜이불을 두르고 서 있다. 서울에 10년 가량을 살면서도 집, 사무실, 집만을 왔다갔다만 해와서 서울과 서울을 둘러싼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지 못하고 지내다 코로나19로 인한 외출자제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주말에 집에만 있게 두지 않았다.

처음 길을 나설 때, 아 답답해 그러고 길을 나섰다. 비가 씻어 준 거리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사이를 비집고 피어난 잡풀들의 손에 얹혀 반짝였다. 이중, 삼중으로 압축한 렌즈의 안경으로 키만큼 자란 풀들을 들여다 보며 신기해했다. 니들은 비가 와야 반짝거리는 거리에서 커야 하는데, 그래도 이만큼이나 커줬구나.

힘이 들었던 때가 있다. 아침에 일어나 사무실에 나가고 내가 하는 일들이 어떤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채였다.. 누군가가 필요했으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쉬고 싶었다. 숨쉬는 순간순간 가슴에 뭔가가 걸려 있어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만 못한 시간들이었다. 아마 쉬라고, 쉬어야 살 수 있다고 얘기해 주는 것 같았다. 한두 달 동안을 그렇게 지내다 위에다 말씀드리고 그만두게 되었다.

말이 그만둔다라는 거지, 일종의 도망이었다. 그만큼 나에게 쉼이 절실하였다. 쉬어야겠다라는 결심으로 몇 달 전부터 계획해서 가기로 했던 여행을 가게 되었다.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들, 문화, 여기보다 더 이용하기 어려운 편의시설들이 눈에 들어왔다. 사무실 안에서는 울 수 없는 것들이었다. 경험이 많지 않은 나는 사람들이 이야기해주는 정보들을 그런가 보다 하는 사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궁금했다. 실제 거기서 살면 장애인인 나나 그 안에 살고 있는 장애인들이 아무 장애물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느낀 바는 이렇다. 삶을 살아가는 모습들은 비슷하다. 세상 어디에 누구도 밥이나 빵을 먹지 않고 살아갈 수 없고, 화장실을 가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문제는 그런 것들을 하며 행복감을 느끼느냐다.

물어물어 찾아간 식당의 음식이 맛이 없는 거나, 내가 원하는 도움들을 받을 수 없는 거나 매한가지다. 찾아간 식당에서 내가 장애인이라고 해서 차별을 하지는 않았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어디나 들어갈 수 있었다. 다만 우리는 거기서 중국인이라 하여 음식이 늦게 나오거나 흘깃거리거나 하는 여기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며칠 전 본 유튜브에서 자신이 유색인종이라 학교에서 겪었던 차별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다. 유색인종이어서 가방뒤짐을 당하고 억울하게 휴학 내지는 퇴학을 당했다고 어른이된 그가 막 눈물을 흘렸다. 차별이라는 공통분모를 안고 있어 잠시 보며 고민하였다. 차별은 누구나 당한다. 전에 여자이거나, 안경을 쓴 사람은 첫 손님으로 가서는 안됐다.

마수걸이로 그런 사람들이 오면 하루 장사를 망친다라는 믿음이 있었다. 나 또한 여자인데다 안경까지 쓰고 다니는 바람에 아침 일찍은 물건을 사러 들르지 않았다. 정말 비겁했었다. 지금도 그 비겁함으로 부당함에 대해 일일이 응대하지 않는다. 나는 지금도 비겁하다.

잘못된 것은 그들과는 다르다라는 믿음이다. 그 믿음을 깨보자 하는 용기도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인종차별의 경우 노예제도로 인한 굳건한 믿음이 대물림됨으로 인한 문화와 인식이 그들 안에 우리 안에 뿌리 박혀 있음이 의식하지 않고 행동하게 한다. 우리 또한 동남아나 흑인 외국인에게 말이 잘 걸어지지 않는다. 가끔 길을 몰라 헤매는 외국인에게 도움을 줄지 말지 고민하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이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 역시 그런 이유일지도 모른다. 장애인은 우리 사회 안에서 무능하고 효율적인 사람들이 아니라고 인식한다. 장애인은 늘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이상한 표정이나 걸음으로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라는 것이 사람들이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행동 안에서 보여주고 있다.

열심히 이 곳 저 곳을 두리번거리고 가다가 주인과 산책 중인 강아지가 휠체어로 질주하였다. 앞서 걷고 있던 활동지원사를 향해 뛰어오르고 앞다리를 짚고 올라서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일면식도 없는 친구였는데 말이다. 성격이 참 발랄한 친구다 싶었다. 뛰는 왼쪽 다리 하나가 구부러져 쓰지 못하는 친구였다. 예쁘다며 주인 따라 가라며 보냈다. 관찰력 없고, 차가운 내 마음을 아직 어지럽히는 강아지가 왼발이 불편한 것이다.

사람이나 강아지나 고양이나 장애가 있으면 우울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옆에 두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단지 장애가 있다고 해서 그들의 가치가 없어지는 것이라 할 수 없다.

강아지의 경우 소형품종이 선호되어진다. 얼굴이 작고 입과 코가 들어간 견종 역시 선호한다. 이러한 유형의 강아지는 호흡기 질환이 많으며 이빨이 부실하다. 자주 아프고 수명이 그렇게 길지가 않다. 고양이는 팔다리가 짧을수록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다. 이런 아이들은 관절에 무리가 가서 역시 많이 아프다.

사람들은 강아지나 고양이에게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주어 그들의 기호에 맞춘다. 하지만 이 기호라는 것이 그들을 아프게 하고 기호 역시 바뀔 수 있다. 강아지나 고양이는 버려지고 길에서 살게 된다. 짧은 생을 더 짧게 만든다.

기호는 이기적이다. 장애인이나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이 자신과 같음을 인정한다면 문제는 간단해진다. 앞서 말한 왼발 강아지가 마음에 남는 이유가 뭔지 아는가? 왼발 강아지는 사람들에게 온몸으로 반가워 할 줄 아는 장점을 가졌다.. 왼발 강아지의 장점은 왼발의 불편함을 특징으로 만들어줘 사람들의 마음에 남는다.

큰 장점은 단점을 특징으로 만들어 준다. 장애인 차별의 문제도 이렇게 풀었으면 싶다. 장애에서 문제 시 되는 것들 중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느끼는 문제는 자존감의 박탈이다. 혼자 있을 때의 나는 그런대로 괜찮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의 나는 남들과 다르기에 문제가 된다. 다름은 틀림을 의미한다. 여기서 사람들의 기호가 발생된다. 저 사람은 왜 다르지(?)에서 저 사람은 달라를 인정하고 우리 안에 넣어줄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 준다면 좋을 듯하다.

게이지수라는 것이 있다. 도시가 발전하려면 과학기술이 높아야 한다. 그럴려면 재능있는 사람들이 모이게 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모이게 하는 것이 포용성이라고 한다. 제일 마지막까지 차별받는 소수집단이 동성애자이다. 동성애자들이 많이 모여사는 도시, 이런 곳이라면 모든 유형, 모든 종류의 괴짜들도 살아갈 수 있다. 이 포용성 있는 도시는 다른 도시에 비해 발전할 비율이 높다라는 것이 게이지수다. 자신과 다름에 대해 어찌 생각하는 지는 알 바 없다. 포용성으로 다른 유형의 사람들인 우리 자신도 살기 좋아진다면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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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효주 (fm20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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