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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숨은 리듬 찾기!

다시 돌아보는 2019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8-14 13:54:52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 포스터.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 에이블포토로 보기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 포스터.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
뜨거웠던 작년 여름이 어제 같은데 올여름도 어김없이 열정의 무대가 이어졌다. 올해로 네 번째 열리는 대한민국 장애인국제무용제, KIADA 2019가 그것이다.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대학로 아르코 예술극장에서 총 12팀의 각국 장애인 무용팀들이 무대에 올라 뜨거운 몸짓의 향연을 벌였다.

무대가 열리기 전, 그 잠깐의 암전 동안 나는 조금 흔들렸다. 곧 펼쳐질 무대에서 내가 보게 되는 것이 한낱 극복에 대한 찬사이거나 장애가 만들어내는 어쩔 수 없는 한계이거나 ‘그럼에도!’ 라고 이름 붙여지는 피땀과 눈물에 대한 호들갑스런 의미부여이거나, 혹은 그저 기이할 뿐인 프릭쇼(freak show)에 다름 아닐까 하는 냉소일까봐...

그러나 막이 오르자 내가 살던 세계와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이 곧 열렸다. 마치 일순간에 중력이 사라져버린 물속의 세상 같다고나 할까...?

내가 알고 있던 기존의 모든 질서와 세계를 일방적인 방향으로 지배하고 있던 ‘정상성’이라는 중력의 세계, 그런 세계를 일순간에 무너뜨리고 그 중력이 지배하지 않는 새로운 세계를 보아버린 경이와 설렘이 무대가 닫히는 순간까지 가슴을 울렁이게 했다.

그러면서 무대를 보며 내가 불현듯 떠올린 것은 뜬금없게도 전인권의 목소리. 내게 있어 전인권의 목소리는... 인간의 언어가 존재하기도 전 멀고 오랜 시대에 인류가 달을 보고 울부짖었을 것 같은, 인간이 낼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이고도 깊은 심연의 소리 같은 것이다.

무대 위에서 ILL-Ability 팀이 보여주는 몸짓이 바로 그랬다. 언어 이전에 존재하는 어떤 것, 소위 ‘정상성’이란 중력을 거슬러 마치 애초부터 그런 거 따위 있지도 않은 것처럼 그들은 그저 거기서 몸짓으로 말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 공연모습.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 에이블포토로 보기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 공연모습.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
‘정상성’이라는 중력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그들의 걸음걸이는 흔들리는 것이고 비틀대는 것이고 절룩이는 것이다.

왜냐하면 균형과 조화라는 잣대로만 보면 장애로 인한 엄청난 다리 길이 차이에서 오는 그들의 걸음걸이는 불안정하고 불균형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흔들림이, 그 절룩임이 무대 위에서는 리듬이 된다. 그들만의 리듬이 새로운 중력이 되고, 그 리듬이 지배하는 새로운 춤이 된다. 마치 태곳적부터 그렇게 존재해 왔던 언어처럼, 누구도 감히 흉내낼 수 없는 존재 본연의 몸짓인 것처럼 무대 위에서 그들은 새로운 신인류였다.

몸짓과 숨소리만으로도 음악이 되고 조명에 빛나는 클러치가 달빛 아래 외로운 칼날처럼 빛을 내는, 소리와 빛도 언어가 되는 세계. 어디 무대뿐인가. 객석에서는 반짝이는 박수 소리가 다른 관객의 시끄러운 환호와 박수 소리를 뚫고 어둠 속에서 일렁였다.

듣는 박수가 아닌 보이는 박수가 무대 위에서 춤추는 이들의 동공 속으로 날아가 박히는 순간 시각이 청각으로 환원되는 찰나를 바라보는 감동은 깊은 숨처럼 폐부로 들어와 박히며 내게 찡하고도 기분 좋은 통증을 일으켰다.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 ILL-Ability 팀.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 에이블포토로 보기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 ILL-Ability 팀.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
장애? 불완전도 아니고 비정상도 아니야!
비장애인 흉내? 뭐하러? 그냥 이게 나야! 이게 난데 뭐 어쩌라구~~!

여전히 ‘정상성’이라는 세상의 중력에 짓눌린 사람들에게 불쑥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올릴 것만 같은 그들의 무대에서 나처럼 그 누구라도 무중력 상태가 되는 해방감을 짜릿하게 느끼지 않았을까.

무대가 끝나고 나오니 긴 다리로 흔들리지 않고 똑바로 밋밋하게 걸어가는 사람들의 세계가 몹시 싱겁게 느껴졌다. 아무도 똑같지 않고 제각각인 이 세상에서 저마다 제 안에 숨은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가는 것이 어쩌면 삶이 아닐까.

다양한 곳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처럼 자신 안에 숨겨진 리듬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을 일컬어 신명이라 하려나. 다음 해에도 이어질 신명나는 사람들의 무대를 다시 또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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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차미경 (myrodem1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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