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먼저 보느냐에 따라 사람은 선입견(先入見)이라는 것이 작동된다.

선입견이란 단어를 찾아보면 ‘어떤 대상에 대하여 이미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고정적인 관념이나 관점’이라고 국어사전에서는 말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유사어로 ‘고정관념’이라는 것이 있는데 분명한 것은 선입견과 고정관념은 엄연하게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선입견은 상대 또는 어떠한 일에 대해 이전부터 아마도 그럴 것이라고 예상을 하는 것이며 고정관념은 확신을 가지고 상대한다는 것이다.

이 차이는 ‘아마도’와 ‘그렇다’의 차이일 것이다.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바라보며 오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신체활동과 지적수준이 비장애인 자신과 다르기에 아마도 아무것도 못할 것이란 선입견의 차이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나 풀어보고자 한다.

필자가 운영하는 시설을 이용하는 지적장애 1급 이용자가 있다. 이 장애인은 소통도 어느 정도 가능하고 신체활동도 비장애인과 크게 뒤지지 않을 만큼 건강하다.

또 한 가지 놀라운 능력은 한자(漢字)에 관해서는 수준급이라는 사실이다.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필자보다도 많은 한자를 알고 있는 그 친구에게 종종 큰 도움을 받곤 한다.

장애인에 관련된 학술자료를 찾고 있던 중 중국어로 되어 있는 자료를 찾았다. 한문을 그리 많이 알고 있지 않은 나에게 그 자료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서적이었고 반드시 읽어봐야 할 자료였다.

다행스러운 것은 내용은 대부분 한글로 해석이 되어 있었으나 자료의 제목과 일부 내용 속의 글자에는 아직 번역되지 않은 한자가 자리를 하고 있던 터다. 시간도 부족했고 번역 위탁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자에 능통한 그 장애인 친구가 내 눈에 들어왔다.

“저기.. 이 한문은 어떻게 읽어야 하죠?”

나의 질문에 성큼 달려와 번역되지 않은 한자를 말해주며 태연하게 자신이 있던 자리로 되돌아간다. 다시 모르는 한자가 보이면 그 친구를 불러 물어보았고 너무나도 쉽게 학술자료의 전권을 읽는데 성공하였다. 고마움에 엄지를 치켜들어주었고 그 친구는 자신이 ‘양띠’라며 돌아섰다.

그 친구가 평소 한자를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적중하였으며 그 후로 확실한 고정관념처럼 모르는 한자는 곧 그 친구의 도움을 빌리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능력이 있다.

장애인의 장애유형과 등급만을 보지 말고 어떤 능력이 있는지를 먼저 알아보는 것, 사람을 볼 때 한 그루의 나무처럼 보는 것이 아닌 나무 뒤에 넓게 펼쳐진 숲을 본다면 비장애인과 장애인도 얼마든지 서로 소통하며 살 수 있는 세상이 만들어 질 것이다.

장애인을 선입견으로 바라보지 말고 만나고 이야기 해보지 않아도 확실하다고 느끼는 고정관념으로 대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일상도 지금보다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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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훈 칼럼리스트
사회복지법인 누리봄 산하시설 장애인주간보호센터 헬로 시설장으로 일하며 장애인들과 함께 경험하는 소소한 삶의 느낌과 감동, 사회복지현장의 희노애락을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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