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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키트’ 발달장애인 자립생활 위해 꼭 필요

다른 발달장애인들도 자기만의 ‘생존 키트’ 갖추길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4-26 13:51:26
지금은 다른 월간 잡지에서 작은 꼭지를 빌려서 승무원 생활에 대한 만화를 그리는 항공 승무원이 있습니다. 이 승무원은 국내 항공사 근무는 아니고 중동 항공사에서 근무하시는 분입니다. 이 분은 인터넷으로 처음 작품을 공개했는데, 오늘 이야기하려는 것도 이 인터넷으로 공개한 만화의 내용을 살짝 언급하면 무언가 답을 찾을 것입니다.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의 모든 승무원들은 작은 가방에 각종 도구들을 챙겨서 비행에 임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손전등, 펜과 메모지가 대표적이고 해당 승무원의 기발한 준비물 사건으로 가위를 가지고 올 수 없다는 항공 규정 때문에 가위를 가져오지 못했지만 가위가 필요했던 사건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그 승무원이 한 대책은 구멍 뚫는 펀치로 구멍을 내서 가위가 할 일을 대신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여기에 답이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에게는 살면서 항상 가지고 다녀야 하는 ‘생존 키트’가 있기 때문이죠.

발달장애인에게 있어 진정 ‘생존 키트’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어떠한 위기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구하기 어려운 시점에 다른 사람의 도움 대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존 키트’ 안에 있는 도구를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자립생활에 적용한다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지난달 estas 모임에 참석한 한 회원을 보고 저는 발달장애인에게 ‘생존 키트’가 왜 필요한지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회원이 스마트폰 충전기 같은 항상 가지고 다녀야 할 물품을 소지하지 않고 온 것이 문제였던 것이죠.

조만간 estas가 다시 모일 예정인데 그 날 넌지시 “‘생존 키트’를 꼭 준비해!”라고 알려줄 생각입니다. 생존 키트를 챙기는 것은 발달장애인 삶에서 대단히 중요한 것입니다.

저도 당연하겠지만 ‘생존 키트’를 가지고 다닙니다. 다행히 의학적으로 많이 안정된 편이라 약물은 챙기지 않지만, 사무실에는 비상용 약 2포 정도를 배치해놓고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노동을 하다가 정신과적으로 충격을 받고 ‘공황’이 찾아오면 곧바로 먹는다는 규칙이 있을 정도입니다. 농담 삼아 ‘전술핵무기’라는 애칭을 붙일 정도입니다. 그만큼 중요한 순간에 꺼내서 써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스마트폰 충전기는 스마트폰을 살 때 배부하는 1개의 충전 케이블로는 모자라기 때문에 제조사 서비스센터에 찾아가서 산 2개의 추가 충전 케이블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3개의 충전 케이블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1개는 집에, 1개는 사무실에, 1개는 ‘생존 키트’에 추가하는 방식으로 가지고 다닙니다.

이와 유사한 이유로 보조배터리도 1개 가지고 다니고 있습니다. 다만 보조배터리는 충전 공간이 없는데 충전을 해야 하는 초비상의 이슈가 있을 때만 살짝 꺼내서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쉬는 시간이 되면 카페를 찾으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카페에는 전기 충전 콘센트가 으레 하나쯤은 있으니까요.

저는 다행히 시각적 자극을 받지 않고 심지어는 불을 켠 방에서 잠을 잤다는 이유로 집에서 혼날 정도로 빛에도 민감하지 않아서 빛을 조절하는 도구는 가지고 다니지 않습니다. 다만 어쩌다 있는 시각적 자극의 분산을 막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이용했는데,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각종 뉴스를 챙겨보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청각적 자극이 약간 있어서 지하철에서 ‘덜컹덜컹’ 거리는 소리나 이동 상인들이나 일부 그릇된 개신교 전도자(제가 성공회를 소속 교단으로 하는 개신교 신자임에도 싫은 감정이 많습니다!)들이 떠드는 소리 같은 것이 듣기 싫어서 스마트폰과 이어폰을 결합해서 청각적 자극을 미리 막는 효과를 누립니다. 초창기에는 MP3 플레이어를 이용했는데, MP3 플레이어가 요즘은 많이 사라져서 스마트폰으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위생상 필요한 화장지나 손톱깎이, 안경이나 카메라 렌즈 관리를 위해서 필요한 안경수건, 어디서든 인터넷만 있다면 글을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주말이면 항상 꺼내고 다니는 노트북 컴퓨터 세트, 들고 다니기 불편한 자료를 담기 위한 USB, 외출 도중 비가 오면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는 접이식 우산 같은 물품이 제 ‘생존 키트’에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에게 ‘생존 키트’는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하는 ‘생존 키트’를 그대로 따라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분의 ‘생존 키트’는 ‘똑같이 다르게’ 만드시면 됩니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쓰는 가벼운 백팩 정도 되는 가방에 다 들어갈 수 있는 수준으로 준비하시면 됩니다.

그래도 사회생활을 하는 발달장애인에게는 ‘생존 키트’를 하나 장만해 놓을 것을 권하는 바입니다. 살아가면서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준비하는 것은 나쁘지 않고, 오히려 좋은 일이니까요.

다른 발달장애인들도 자기만의 ‘생존 키트’를 갖추고 생활하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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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장지용 (alv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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