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 교육부 특수교육정책과장. ⓒ교육부

우리 사회에서 공무원이라 하면 ‘한가하다’, ‘신의 직장이다’ 등의 통념이 떠오르곤 한다. 9시에 출근해 여유로운 점심시간을 갖고, 6시가 되자마자 퇴근해 ‘저녁이 있는 삶’을 사는 이들이 공무원인 것만 같다.

하지만 실제 공무원의 삶은 이와 다르다. 민간기업 못지않게 경쟁적이고, 바쁘고, 정신이 없으며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공무원도 상당수다.

여기, 지난해 가장 많은 야근을 했을 게 분명한 공무원이 한 명 있다. 교육부 특수교육정책과를 책임지고 있는 이한우 과장이다.

강원도 태백에서 일어난 장애 학생 성폭행 사건을 시작으로 인강학교와 교남학교에서의 폭행 사태가 줄줄이 이어지며 특수교육정책과에 비상이 걸렸다. 퇴근이 웬 말이냐. 끝이 보이지 않는 야근이 이어졌다.

특수교육에 관한 모든 정책이 그들 손에서 만들어진다. 대한민국 특수교육계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책임감의 무게는 엄중하기만 하다. 사명 없이는 못 할 일이다. 특수교육정책과의 이 과장을 만나 여러 얘기를 들어보았다.

특수교사에서 전문 연구사로

특수교사였던 이 과장이 학교현장을 떠나 교육연구사로서의 전문직에 발을 디딘 건 2008년이다. 한국복지대학에서 연구사 활동을 시작해 2년 뒤 교육부로 자리를 옮겼다. 다시 2년 뒤 특수교육정책과로 발령이 나면서 본인의 전공을 살리기 시작했다. 2015년 교육연구관이 되었고 2017년 과장이 되었다.

과장이 되자마자 일복이 터졌다. 특수학교를 지어달라며 엄마들이 무릎을 꿇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지런히 서울을 오갔다.

한숨 돌리는가 싶더니 이듬해엔 여러 특수학교에서 성폭행과 폭행 등 뼈아픈 일들이 정신없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밤 10시까지 야근하는 건 기본이요, 휴가도 주말도 반납하기 일쑤였다

기꺼이 감수했다.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 공무원이 아닌 특수교육계에 몸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의 사명감이 그에겐 있었다.

그의 행적을 돌아보면 정부 추진 하의 각종 TF에 합류해 많은 활동을 한 점도 눈에 띈다. 교육비리 제도개선 추진위원회, 친서민정책 추진위원회, 학교폭력 제도개선 추진위원회 등에서 활약하며 여러 정책을 제안하고 검토했다.

이유가 있었다. 그에겐 특수교육계의 발전이 절실했다. 그 마음은 특수교사나 공무원의 마음을 넘어있었다. 발달장애 아이의 엄마인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마음. 친형제처럼 어린 시절에 함께 자란 사촌 동생이 뇌성마비 1급의 장애인이었다. 특수학교에 다니는 동생을 보며 특수교사의 길로 들어섰다. 그에게 특수교육은 ‘일’이자 ‘직장’의 개념이 아니다. 동생을 위하는 일, 더 나아가 동생이 살아나가는 세상을 위하는 일이다.

사회통합이 특수교육의 주 원칙

그가 과장을 맡으면서 세운 원칙이 있다. 특수교육은 사회통합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한 통합교육이 특수교육의 최우선 과제다.

“유아기의 아이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따지지 않는다. 장애와 비장애를 나누는 건 어른들이다. 어릴 때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생활하기 시작하면 서로에 대한 편견이 없어진다. 서로의 다름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게 되면 이는 장애를 넘어 다문화와 한부모 가정 등 모든 다양성을 자연스럽게 인정하게 된다. 이를 위해 교육은 분리가 되어선 안 된다.”

앞으로의 특수교육이 통합교육에 방점을 찍고 관련 정책이 더욱 활성화되리라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통합교육만큼이나 중요한 게 인권이다. “인권이 무너지면 실패한 교육”이라는 게 이 과장의 소신이다. 장애인 인권이 어떠한 현실인지는 이미 사촌 동생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이 과장은 인권에 있어서만큼은 빈틈없이 촘촘히 챙기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이를 위해 발족한 ‘장애학생인권지원단’에 경찰 요원들을 합류시켰다. 특히 경찰청과 교육부가 합의해 각 서의 성폭력대책팀장이 인권지원단에 합류하게 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특수학교가 증설되어야 하는 이유

특수교육의 방향이 통합교육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특수학교는 계속해서 증설할 계획이다. 특수학교 수를 늘린다는 게 자칫 분리교육을 공고히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에 이 과장은 우려를 나타냈다.

“특수학교에 다니느라 1시간 이상 통학버스를 타는 학생이 1800명을 넘고, 특수학교의 과밀학급률이 14%를 넘는다. 왜 그래야만 하나. 특수학교를 늘리겠다는 것은 특수학교에 더 많은 학생들을 영입하겠다는 게 아니다. 현재 있는 학교들 사이사이에 작은 학교를 지어 원거리 통학과 과밀학급 문제를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앞으로는 특성화된 특수학교도 설립된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부산에 중고등 과정 예술학교를 짓고, 공주에 6개 전공과가 있는 특성화 고등학교를 설립한다는 방침이다. 앞으로는 체육 관련 특수학교도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를 하고 있는 중이다.

장애 학생들도 자신들의 특기를 전문화할 수 있도록 공교육이 이를 뒷받침하자는 판단에서다.

현장에서 퇴직하는 꿈

특수교육정책과는 만만한 과가 아니다. 특수교육의 경우 학생 당사자와 학부모의 요구까지 모두 의견수렴을 한다. 장애별 특성도 워낙 다양한 데다 당사자가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많아 부모들의 의견까지 고려 대상이다.

이 과장은 더 많은 현장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더 많은 학교와 교사와 부모와 당사자들이 더 많은 것들을 요구하고 목소리를 내주기를 바란다. 그 속에 답이 있기 때문이다. 정책은 현장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힘들기만 한 것도 아니다. 보람이 있다. 제도가 개선되고 교원이 확보되고 예산이 통과될 때, 작지만 하나씩 특수교육계가 발전하고 여건이 좋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

이 과장의 꿈은 소박하다. 지금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마무리해 놓은 후 특수교육 현장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싶다. 학생들을 만나는 교사로 특수교육에 입문했으니 그 마지막도 현장에서 매듭짓고 싶다.

특수교육계에 입문했다. 사촌 형으로서, 특수교사로서, 교육 연구원으로서 이제는 정책 책임자로서 특수교육의 발전을 위해 한 길을 걸었다. 앞으로의 남은 생도 마찬가지다. 그는 특수교육의 발전을 위해 한 걸음 또 한 걸음을 내딛는다. 그가 걷는 한 길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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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연 칼럼리스트
전직 신문사 기자, 현직 작가 겸 칼럼니스트이다.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글과 강연을 통해 장애인식 개선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푸른숲)’, ‘다르지만 다르지 않습니다(샘터)’ 등이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대한민국 발달장애인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현장에서 뛰고 있는 인물들을 만나 그들의 스토리를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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