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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 외면 ‘장애인 소상공인 지원’ 공고문

“시각장애인은 사업내용 알 수 없어…신청 말라는 것”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4-04 09:53:58
지난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조직을 17부 5처 16청 2원 5실 6위원회에서 18부 5처 17청 2원4실 6위원회로 개편하였다.

그렇다면 정부 부처들 중 우리 장애인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장애인의 입장에서 다양한 정책과 제도들을 만들어 가며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가장 많은 노력을 해 줄 수 있는 부처는 어디일까?

각자 생각하기에 따라 다른 답을 하였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보건복지부가 우리 장애인들과 가장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고 우리의 입장을 가장 잘 고려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마 많은 이들은 여기까지만 읽고도 무언가 보건복지부와 관련하여 장애 당사자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있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야기를 이곳에 소개해 볼까 한다.

‘꿈 이룸 가게’라는 것이 있다. 이미 무엇인지 익히 알고 있는 이들도 있고 생소하게 들리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꿈 이룸 가게’는 보건복지부 산하의 공공기관인 한국장애인개발원과 한국예탁결제원이 장애를 가진 소상공인들이 운영하는 매장의 영업환경개선을 지원해 주는 사업으로 지난 2015년부터 진행되어 왔다.

장애 당사자들이 운영하고 있는 국수집이나 치킨집 등 말 그대로 영세 자영업자 중심으로 지원대상자를 선정해 이들이 운영 중인 매장의 인테리어나 편의시설 등을 지원해 줌으로써 영업경쟁력을 높이거나 장애로 인한 불편을 줄여주는 의미 있는 사업이다.

장애인기업은 장애인기업활동촉진법과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등을 근거로 공공기관 등에 납품할 수 있어 이들의 영업을 지원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만이라도 마련되어 있는 것에 반해 소상공인인 장애인들에 의해 운영되는 작은 가게들은 규모면에서도 영세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비장애인 소상공업자들과 무한 경쟁까지 벌여야 하기 때문에 운영에 많은 어려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실제 영업에 도움이 되는 지원사업이기에 그 효용성이 더 크다 할 수 있다.

이렇게 요긴한 사업이기에 장애 소상공인들 중 이 지원사업을 기다려온 이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기다림에 부응하는 ‘2018년 장애인소상공인 영업환경 개선사업 사업장 모집안내’라는 공고문이 지난 3월 29일 한국장애인개발원 홈페이지(http://www.koddi.or.kr)에 공지되었다.

주변에 창업한 이들이 있어 반가운 소식을 전하는 마음으로 해당 게시물을 확인해 보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런데, 몇 분 후 공지를 확인한 이로부터 다시 전화 연락이 왔다. 공지를 확인했는데 자세한 내용이나 지원자격 등은 도저히 모르겠다며 확인 좀 해보고 자세히 알려달라는 부탁이었다.

컴퓨터 공부 좀 열심히 하지 그거 하나 확인을 못 하냐며 퉁명스러운 답을 하고 해당 공고 게시물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 부탁을 한 사람이 왜 내용을 알 수 없었는지 200% 공감해 버리고 말았다.

좀 표현이 과한지 모르겠지만 ‘시각장애인은 신청할 생각조차 하지 마라’와 다름 없었다.

해당 게시물의 본문에는 “장애인의 경제적 안정과 일자리 창출을 이룰 수 있도록 소상공인 대상자의 영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2018년 장애인 소상공인 영업환경 개선사업」의 대상자를 모집하오니, 관련된 소상공인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랍니다”라고 씌여 있지만 실상은 “그림을 눈으로 보고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장애인의 경제적 안정과 일자리 창출을 이룰 수 있도록 소상공인 대상자의 영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2018년 장애인 소상공인 영업환경 개선사업」의 대상자를 모집하오니, 관련된 소상공인 중 시각이 있는 이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랍니다”라고 적은 것과 다름이 없었다.

보통은 사업에 대한 안내자료와 함께 신청서식이 공지되어 2~3개의 문서파일이 첨부파일로 등록되는데 이 공고는 특이하게도 그림 파일 한 개와 문서 파일 한 개가 첨부되어 있었다. 그림 파일이 안내문에 해당하고 문서파일은 신청 서식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그림파일에는 신청기간, 지원자격, 지원업종, 선정 우선순위, 개조 및 편의시설 설치범위, 신청서 접수, 기타문의 사항 등이 담겨 있었다.

결국 이 그림파일을 눈으로 볼 수 없는 이는 자신이 신청자격이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하는 것이다. 누군가 문제 지적을 했는지 공지 게시물이 등록된 다음 날 일부 내용이 변경되었다.

지원사업 공고의 첨부파일 변경 전후 비교ⓒ조봉래 에이블포토로 보기 지원사업 공고의 첨부파일 변경 전후 비교ⓒ조봉래
첨부파일 중 "2018년 장애인 소상공인 영업환경 개선사업 안내.jpg"파일이 "2018년 장애인 소상공인 영업환경 개선사업 홍보포스터.jpg"로 변경되었으나 파일의 내용은 동일한 것이었다. 결국 시각장애인은 신청하지 말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이다.

파일명이 바뀌었고 중요내용은 크게 바뀌지 않은  이미지파일 ⓒ조봉래 에이블포토로 보기 파일명이 바뀌었고 중요내용은 크게 바뀌지 않은 이미지파일 ⓒ조봉래
이게 다른 부처나 공공기관에서 실시하는 지원사업이라면 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실수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런데 보건복지부 산하의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시행하는 지원사업이고 해당 기관의 장이 시각장애인이었던 시기도 있었던 공공기관에서 이러한 형태의 공고문을 등록한다는 건 도저히 상식선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다.

타 부처들도 장애에 대한 이해가 없다 하더라도 접근성 등과 관련된 법률 준수를 위해 PDF 형식의 파일을 첨부하더라도 화면낭독프로그램으로 읽을 수는 있는 형태의 PDF를 첨부하는데 보건복지부산하 공공기관에서 사업과 관련된 핵심 안내사항들을 담은 자료를 이미지파일로 만들어 올린다는 것은 시각장애인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조차 하지 않는다는 말로밖에는 해석이 되지 않는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고용노동부 산하의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 대해 시각장애 당사자입장에서 불편한 점들에 대하여 이야기하였을 때 즉각 시정조치를 취하고 시각장애 당사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였음에 대한 유감을 표시하였으며, 더 나아가 오히려 추가적인 의견까지 청취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었다.

보건복지부와 관련해서는 늘 복지부는 힘이 약하다 예산이 부족하다 등등의 이유를 들어 우리를 위한 각종 지원사업의 시행이나 제도 개선 등에 미온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을 보곤 한다. 물론 부처별로 보이지 않는 힘의 차이는 존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사업 공고 등에서 보여주는 복지부와 그 산하 공공기관의 모습을 보며 복지부가 힘이 약한 것이 아니라 의지나 관심조차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지곤 한다.

장애와 장애인 관련 정책들에 대해 가장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복지부이기에 우리 장애인의 입장에 대해 그 어느부처보다 더 큰 관심과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주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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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조봉래 (jhobong@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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