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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문세, 그리고 작곡가 이영훈

장애인복지는 정책과 의식의 하모니로 완성됩니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7-10-24 14:43:08
얼마 전 ‘판듀’라는 예능프로에 가수 이문세씨가 출연하였습니다.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떠가는 듯 그대 모습 어느 찬 비 흩날린 가을 오면 아침 찬바람에 지우지~”
“가을이 오면 눈부신 아침 햇살에 비친 그대의 미소가 아름다워요~”
“난 너를 사랑해~ 이 세상 너 뿐이야~ 소리쳐 부르지만 저 대답 없는 노을만 붉게 타는데~”

글을 보며 가사를 흥얼거리거나 따라 부르고 있으시다면, 축하드립니다. 당신도 이미 중년에 접어드셨습니다.

1990년대 초.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고즈넉한 밤, 아래채에 누워 창호지 발린 조그마한 문틈사이로 슬며시 스며드는 귀뚜라미 소리와 함께 그 당시 학생들의 ‘머스트해브아이템’이었던 ‘마이마이(mymy, 삼성전자의 미니카세트)’의 조그만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이문세씨의 노래는 널브러진 감성들로 충만했던 사춘기 소년의 마음을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로 잘 정리해 주었습니다.

개 열다섯에 고양이 열, 돼지 두 마리를 키우던 시골에서 자란 덕에 해 떨어지면 딱히 할 것이 없었던 시절, (당시만 해도 신기능 중의 하나였던) ‘오토리버스’ 기능으로 테이프가 늘어나도록 그의 노래를 무한반복해서 듣는 것이 일상이었으니 30년 가까이 흘러온 세월이라도, 첫 소절 반주만으로도 제목을 알아맞히거나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거의 원곡에 가까운 감성으로 노래할 수 있다는 것은 이상할 것 하나 없는 일이지요.

이문세 7집. 타이틀곡이 ‘옛사랑’이었습니다.

“남들도 모르게 서성이다 울었지. 지나온 일들이 가슴에 사무쳐 텅 빈 하늘 밑 불빛들 켜져 가면 옛사랑 그 이름 아껴 불러보네... (중략) 흰 눈 내리면 들판에 서성이다 옛사랑 생각에 그 길 찾아가지...”

현제명 선생님의 가곡 ‘그 집 앞’을 현대적 정서와 감성으로 잘 리메이크 한 것 같았던 옛사랑. 그 당시 짝사랑하던 여학생의 집 앞을 괜히 어슬렁거리던 저로선 그 노래가 주는 정서적 공감이란 한 마디로 ‘딱 그것’ 이었습니다. 노래 가사 자체가 딱. 내 마음이었다는 거지요.

작곡가 이영훈.
가끔은 하늘도 참 무심하단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투병 중이던 이영훈씨의 사망소식을 접했을 때가 그랬는데요.

작곡가의 연륜이 가사에 녹아내려 감성적 공감이 이루어지는 딱 그 만큼씩 성장해 온 저로서는 감성적 정체기는 물론이거니와 영원히 그의 노래와 함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행복한 상상이 한 순간에 기억 저편에서 꺼내볼 수밖에 없는 추억으로 변해버렸단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가수 이문세와 작곡가 이영훈이 만들어 낸 멋진 콜라보는 제 기억 속 세상에서 가장 멋진 노래가 되었습니다. ‘불후의 명곡’이 그저 좋은 목소리를 가진 가수나 혹은 탁월한 감성을 가진 작곡가만 있어서는 절대로 탄생할 수 없다는 것을 배우게 된 것입니다.

문득 두 사람을 생각하다 ‘장애인복지’에까지 생각이 미쳤습니다. 명곡과 마찬가지로 훌륭한 장애인복지는 ‘정책과 (시민)의식’이라는 두 요소의 하모니로 이뤄지는 게 아닌가 하고.

80년대 초 올림픽을 치러보겠다는 일념으로 진지한 숙고의 과정 없이 이웃나라의 것을 가져와 그때그때 수정해 사용해 오던 장애인복지법은 결국엔 우려와 자성적 목소리로 인해 ‘전면개정’이라는 큰 시대적 과업을 남겼습니다.

한편으로는 ‘부양의무제와 장애등급제 폐지’라는 아래로 부터의 울림이 정책개편이라는 제도적 변화를 가져온 공명이 된 것을 보며 장애인복지 정책의 긍정적 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가져보지만, 연속된 일련의 사건들은 여전히 정책은 의식을 앞설 수 없다는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해 주었습니다.

사실 정책은 최소한의 기준이라 그 완성도가 높지 않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일지라도 장애인들의 삶의 제(諸) 영역을 규정하기란 한계가 있기 마련이지요. 그러나 정책이 기준을 잡아주고 의식이 뒷받침해 준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홍길동이 법적인 문제가 있어 아버지를 아버지라 형을 형이라 부를 수 없었던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법대로 한다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않는 것이 ‘호래자식’이지요.

장애인복지는 장애인복지법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보면 ‘장애인복지의 기본이념은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 참여와 평등을 통하여 사회통합을 이루는 데에 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뭐가 더 필요합니까?

사회 참여라 했으니 교육, 직장, 사회생활에 제약이 있어서는 안 되고, 평등이라 했으니 차별은 응당 금지되어야 할 것이며 사회통합이라 했으니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그 이념을 의식이 수용할 수 없으니 편의증진법이니 차별금지법이니 하는 의무조항들, 강제조항들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법치주의를 표방합니다만 참 아이러니하게도 관련법이 많다는 것은 그 만큼 그 사회가 많은 문제들로 앓고 있다는 반증이 되는데요. 마찬가지 이유에서 장애인과 관련한 새로운 법이나 제도들이 자꾸 생겨나는 것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일입니다.

새 정부 들어 ‘사람이 희망이다’라는 말을 자주 접합니다. 그 말에 희망을 가져봅니다. 그러나 사람이 희망이라는 시민들의 의식 속에 혹여 장애인은 그 사람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면 사람은 희망일지 몰라도 여전히 장애인은 절망이 될 것입니다. 집 가까운 곳에서 편하고 안전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마치 비장애 학생들만의 전유물인양 여기는 삐딱한 사고처럼 말이지요.

“가을이 오면 눈부신 아침 햇살에 비친 그대의 미소가 아름다워요~”

완연한 가을입니다.
이 가을엔 내 마음 속 최고의 노래처럼 한층 더 성숙한 시민의식이 최소한의 정책만으로도 그 이상의 가치를 발할 수 있는 최고의 장애인복지를 이루어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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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제지훈 (sumgim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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