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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말이음센터 중계사들이 1인시위 하는 이유

정규직 전환 등 환경 개선 없이는 중계서비스 질도 장담 못해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7-08-28 11:26:06
“왜 1인 시위를 하느냐고요? 개중에는 자신들 밥그릇을 지키려 그러는 것이 아니냐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그것은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들이에요. 손말이음센터 중계사들이 불안정한 고용 환경에 시달리고 있어요.”

“더 큰 문제는 중계사들의 불안정한 고용으로 청각, 언어장애인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거예요. 이것이 우리가 1인 시위를 하러 길거리에 나온 이유이기도 해요.

서울 중구 청계천로에 있는 한국정보화진흥원 서울사무소 앞.

지난 25일 1인 시위 현장에서 만난 황소라 손말이음센터 중계사(KT새노조 손말이음센터지회장)와 노조활동을 같이 하고 있는 김영수 중계사(손말지회 사무국장), 안일호 중계사(손말지회 조합원)가 전하는 말이다.

1인 시위 현장에서 만난 노조 지회장인 황소라 중계사. 그는 손말이음센터 중계사들의 정규직 전환 등 안정적인 고용환경 없이 청각, 언어장애인에 대한 질 높은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철환 에이블포토로 보기 1인 시위 현장에서 만난 노조 지회장인 황소라 중계사. 그는 손말이음센터 중계사들의 정규직 전환 등 안정적인 고용환경 없이 청각, 언어장애인에 대한 질 높은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철환
손말이음센터는 유선 전화를 사용하기 어려운 청각과 언어장애인을 위하여 만들어졌다. 이곳에서는 문자나 수어(Sign Language) 등으로 청각, 언어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통화 내용을 중계사가 전달해주고 있다. 미국 등지에서는 1980년대부터 통신중계서비스(TRS: Telecommunications Relay Service) 라는 이름으로 실시되어 왔다.

우리나라도 2002년부터 장애인들이 관련 서비스를 요구하기 시작했고, 2005년에 시범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2010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개정된 이후 범용서비스로 전환이 되었다. 그 후 서비스 제공기준이 만들어지고 서비스 번호도 107로 통합되었다. 서비스명칭도 ‘손말이음센터’로 변경되었다. 입찰을 통한 위탁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현재 KTcs(www.ktcs.co.kr)에서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통신중계서비스인 손말이음 서비스의 개념도 .ⓒ손말이음센터 홈페이지 이미지 캡쳐 에이블포토로 보기 통신중계서비스인 손말이음 서비스의 개념도 .ⓒ손말이음센터 홈페이지 이미지 캡쳐
청각, 언어장애인들에게 손말이음센터는 자신들의 의사소통을 전달해주는 기관으로 인기가 좋은 편이다. 매년 목표대비 청각, 언어장애인에 대한 서비스 달성율도 매우 높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한국정보화진흥원은 2016년 행정자치부가 실시한 공공기관 평가에서 A등급의 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이에 대하여 황소라 중계사는 알려지지 않은 문제도 많다고 한다.

“중계 인력이 너무 부족해요. 손말이음센터의 계획에 의하면 40명 정도의 중계사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26명이 근무를 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손이 부족해요. 청각, 언어장애인들에게 충분한 서비스를 하지 못하고 있어요. 서비스를 제대로 못할 때는 서비스율(통신중계 요청에 대한 응답율)이 20% 대까지 떨어진 적도 있어요.”

“화장실 갈 시간이 없을 때가 많아요. 이번에는 화장실에 가야지 하면 중계신호가 오는 거예요. 그러면 화장실 가는 것을 또 참고 서비스를 해아해요.”

그러면서 김영수 중계사는 자신의 손목에 붙인 파스를 보여주었다.

“중계를 하느라 쉴 새 없이 손을 쓰니까 손목이 아파 늘 파스를 붙이고 다녀요, 저만 그런 것이 아녀요. 대부분 중계사들이 저처럼 손목에 좋지 않아요.”

1인 시위판 위로 파스를 붙인 김영수 중계사의 손목이 보인다. 김영수 중계사는 인력이 증원이 되어야 중계사들의 휴게 시간도 생기고, 청각, 언어장애인들에게 대한 중계서비스도 충분히 진행될 수 있다고 말한다. @김철환 에이블포토로 보기 1인 시위판 위로 파스를 붙인 김영수 중계사의 손목이 보인다. 김영수 중계사는 인력이 증원이 되어야 중계사들의 휴게 시간도 생기고, 청각, 언어장애인들에게 대한 중계서비스도 충분히 진행될 수 있다고 말한다. @김철환
뿐만 아니라 중계서비스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고, 노동환경도 열악하다고 했다. 옆 사람이 중계를 할 때는 지나갈 만한 공간도 없다고 한다. 복도도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공간밖에 되지 않는다.

공간이 좁다보니 남성과 여성의 휴게실이 따로 없다. 그래서 야간에 근무하다 쉴 때 여성 중계사의 경우 곤란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고 한다. 이렇다보니 중계과정에서 생기는 스트레스가 가중된다고 한다.

“그래서 한 때는 중계사 퇴사율이 70%에 달할 적도 있어요. 안 좋다고 소문이 나니까, 퇴사자가 생겨도 바로 충원이 되지 않는 거예요. 결국 남아 있는 중계사들의 업무가 더 과중되는 거예요. 악순환이죠.”

안일호 중계사의 말이다.

중계사들이 밖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일들도 많이 겪는다 한다.
2014년 황소라 중계사가 야간 전담중계사로 근무할 당시 영상 중계 도중 상대의 음란한 행동을 봤다고 한다. 상대방에 대한 조치는 취해졌다. 하지만 사회 첫 직장에서 겪은 일이라 황소라 중계사는 아직도 그 충격이 심리적 외상(트라우마)으로 남아있다고 한다.

“그 때 당시에는 몰랐어요. 제가 상담을 받거나 심리치료는 받았어야 했는데, 내부에서 이끌어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내부 규정도 애매하고, 그냥 혼자 속으로 앓았죠. 지금 돌아보면 후회가 많이 되요. 그리고 지금도 예전처럼은 아니지만 유사 음란이나 욕설 관련 중계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는데 보호 장치가 너무 부족해요.”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서울사무소 앞에서 번갈아가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김영수 중계사(왼쪽)와 안일호 중계사(오른쪽). 이들은 열악한 현재의 노동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인력충원도 쉽지 않고, 결국 남아 있는 중계사들의 업무만 과중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철환 에이블포토로 보기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서울사무소 앞에서 번갈아가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김영수 중계사(왼쪽)와 안일호 중계사(오른쪽). 이들은 열악한 현재의 노동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인력충원도 쉽지 않고, 결국 남아 있는 중계사들의 업무만 과중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철환
“저희는 노동 환경이나 중계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한국정보화진흥원이나 위탁 업체에 여러 차례 건의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잘 바꿔지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 지난 6월에 KT본사의 ‘KT새노조’의 산하지회로 노조설립을 했어요.”

노조 지회장을 맡고 있는 황소라 중계사는 노조설립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노조 설립 후 환경 개선을 위한 활동도 시작했다. 얼마 전에는 통신중계 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요청서도 사업 주체인 한국정보화진흥원과 위탁 업체인 KTcs에 발송한 상태이다. 이들이 보낸 요청서에는 노동환경 개선은 물론 위탁으로 인한 저임금, 고용불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중계사들의 정규직 전환 요구도 들어 있다.

황소라 중계사는 물론 다른 중계사들도 정규직 전환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손말이음센터는 민간위탁이라 정규직 전환 후순위이고,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만들어 줄지도 미지수다. 그래도 희망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언제까지 답변을 달라고 했나하면요, 28일 월요일까지요. 긍정적인 답변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답변이 없으면요? 답변이 없어도 실망하지 않고 계속 요청할 거예요. 저희 노동 환경이 나아져야 청각, 언어장애인들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줄 수 있잖아요.”

1인 시위판을 들고 있는 황소라 중계사의 미소가 비 개인 하늘처럼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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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철환 (k646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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