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을 통해 이야기한 많은 이야기 중에는 택시를 이용하며 느끼고 경험한 에피소드가 많았다. 그만큼 나의 일상생활에서 택시 이용 비중이 크고 또 그만큼 다양한 부류의 기사님들을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장애인콜택시는 일반 개인택시에 장애인 바우처를 접목시킨 것으로, 2013년부터 시행되었는데 시행 초에는 부산 지자체에서 예산을 지원하고 민간 택시조합에서 운영하는 시스템이었다.

이 사업이 시행되기 전에는 이용할 차량은 부족하고 이용하고자 하는 장애인은 많아서 센터의 전화 연결부터 진땀을 빼며 수십 통을 걸어야 했고, 미리 사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차량이 배차될 때까지 한두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1000여대의 차량을 보유한 일반 택시조합을 이용한 장애인 바우처 콜택시는 그야말로 장애인들의 발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었다. 일단 센터 통화도 손쉽게 연결되었으며 별도의 예약 없이도 차량을 신청하면 인근 택시와 바로 연결되어 짧게는 3분 길어도 15분이면 차량을 바로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장애인 바우처 콜택시 사업은 시행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치 못한 문제에 부딪혔다. 그것은 시행 초 편성된 예산을 6개월 만에 다 소진해 버린 것이었다.

정책 수립 및 예산 편성에 있어서 기획자들은 분명 기초자료조사를 했을테지만 그들은 그동안 장애인의 이동수단의 공급이 얼마나 부족했었는지, 얼마나 이동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지내고 있었는지 몰랐던 것이다.

어쨌든 지자체는 재정을 확보, 충원해서 1년이 지나고 시행 2년차에는 전년의 자료를 바탕으로 예산을 편성하였지만 또 얼마되지 않아 예산이 떨어져 몇 개월째 바우처 택시비 정산이 안되고 있다는 말을 듣곤 하였다.

이후 서비스 이용에 관한 규정으로 택시 승차시 장애인 복지카드를 제시하도록 하였는데 이는 자의든지 타의든지 비장애인이 해당 장애인인 것처럼 콜을 하고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수시로 발각된 것이다.

사실 시각장애나 신장투석을 받는 장애인들은 외관상으로 비장애인들과 별 차이가 없으므로 이를 악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편성된 예산은 1년을 채 사용하지 못하고 또 바닥이 났다.

이에 부산지자체는 2016년 1월부터 기존 운영해오던 두리발 사업과 병행하여 장애인 바우처 콜택시 사업도 직접 운영하게 되었다. 시스템이나 운영 방식에 있어서 예산이 불필요하게 집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좀 더 집중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지자체에서 운영을 맡으면서 이용에 대한 규정으로 이용횟수를 월 40회로 제한하였으나 그해 예산도 9월에 다 소진해 버렸다. 장애인 바우처 콜택시 사업이 시행된 이후 매년 예산은 부족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운영상의 문제점들을 개선하려고 노력하였으나 별 성과가 없자 지자체는 이용에 대한 규정을 대대적으로 수정하였다.

먼저 이용자의 이용횟수를 월 50회로 택시 지원금은 월 22만원으로 제한하였다. 장애인 바우처 콜택시는 택시요금의 65%를 지자체에서 지원하고 있는데 이 65%에 해당하는 금액을 월 22만원으로 한정시킨 것이다.

한편 요금 결제에 있어서도 ‘현금불가, 카드결제’를 원칙으로 규정하였는데 이는 일부 택시 기사들이 이용자로부터 현금을 받고 하차시킨 후에도 미터기를 끄지 않고 다음 승객이 탈때까지 주행하여 택시비를 지자체에 청구하는 사례가 종종 발각된 것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지자체는 택시비를 카드로 결제하게 함으로서 부당이익을 취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고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하고자 한 것이었다.

사실 이용횟수나 지원금의 한도를 제한하고 서비스 이용상의 규정 등으로 장애인들은 아쉽고 불편한 점이 많다. 비장애인들이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할 때 교통카드를 일일이 꺼내서 찍는 것이 귀찮아서 가방이나 지갑만 살짝 들이대는 것처럼 택시를 이용할 때마다 장애인 복지카드를 일일이 꺼내 제시하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며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또한 요금 결제에 있어서 신용카드 발급이 불가한 장애인들은 카드 결제가 힘들다.

이런 경우 교통카드로 결제할 것을 권하지만 사실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이 카드 충전소를 찾아 충전시키는 것도 그리 용이하지 않다. 또한 이용횟수나 지원금의 제한에 있어서 장애인의 이동권에 대해 단편적이고 한정적이라는 부분에서 아쉽기도 하다.

그러나 예산이라는 것이 화수분처럼 끝없이 쏟아지는 것도 아니고 한정된 예산으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국민의 세금에 대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사용하겠다는 의도이므로 되도록 긍정적인 마음으로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이해하고 수긍하려고 해도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점이 있다.

첫째는 택시를 이용하기 위해 콜을 하면 장애인 이용자는 출발지와 더불어 도착지까지 함께 말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그런데 나는 왜 차량을 탑승하기도 전에 내 행선지를 공개적으로 밝혀야하고 그게 왜 데이터로 저장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택시기사들의 입장에서는 당연 장거리 고객이 수익이 좋을테니 단거리 고객은 반갑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택시를 타고 행선지를 말했을 때 거리가 짧다는 이유로 운행을 거부할 때에는 승차거부가 된다. 그런데 행선지를 공개함으로서 기사님들의 이익에 따라 선택적으로 콜을 받음으로서 엄연한 승차거부를 합법화시킨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해당 관계자는 이용자가 행선지를 밝힘으로서 집으로 귀가하는 택시기사들이 같은 방향의 콜을 한건이라도 더 취할 수 있고 다른 시도에서 운영 중인 장애인 콜에 경우 모두 행선지를 밝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바우처 콜택시 사업이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며 더불어 불황인 택시업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어찌 장애인의 이동권이 주목적이 아닌 택시업의 활성화가 주목적인 듯 보인다.

일반적으로 콜택시든 아니든 택시를 타기 전에 행선지를 밝히는 경우는 없다. 국가의 재정으로 혜택을 받는 만큼 이정도의 개인정보는 마땅히 공개해도 된다고 여기는 것일까?

행선지를 밝힘으로서 기사님들이 수익을 올릴 수 있음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그로인해 단 한사람의 장애인이 이용하는데 지장이 있다면 사업의 취지와는 맞지 않는 불합리한 규정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부산시를 포함한 다른 시도에서 운영 중인 장애인 이동차량 서비스에 있어서 이용자들의 행선지를 확인하는 이유는 보유한 차량이 너무 적어서 차량 동선을 파악하여 공차량으로 이동하는 시간을 줄이고 보다 많은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장애인 바우처 콜택시는 장애인만을 위한 이동차량이 아니며 엄연히 일반 영업차량인데 장애인만이 행선지를 사전에 공개적으로 알리는 것이 합당한 규정인지 되묻고 싶다.

둘째로 납득이 가지 않는 규정은 장애인이 콜택시를 이용할 경우 해당 장애인 혼자 탑승하거나 비장애인 한명 외에는 동승할 수 없다는 규정이다.

장애인 바우처 콜택시가 시행되었던 초기에는 장애인들이 동승한 비장애인들의 도착지를 경유하며 데려다주는 경우가 있었다. 장애인의 이동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 예산을 장애인들이 생색내듯 비장애인들의 편의를 위해 쓴다는 점에서 불공정한 행위라고 생각하며 경유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것은 합당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행선지가 같더라도 장애인을 포함하여 비장애인 한명 외에는 동승할 수 없도록 규정하였다. 또한 동승한 비장애인은 중간에 절대 하차해서도 안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행선지가 같은 장애인 A씨와 비장애인 B씨 그리고 C씨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A씨는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더라도 B씨나 C씨 중 한명하고만 이동하거나 혼자 이동해야만 한다.

이들이 만약 가족이라도 예외는 없다. 그리고 동승한 비장애인이 급한 용무로 중간에 내리는 것도 규정 위반이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장애인 바우처 콜택시는 장애인을 위한 것이므로 장애인 외에는 이용해서는 안 되지만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여 비장애인 1명은 동승 가능하지만 그 주목적은 장애인을 돕는다는 명목이므로 비장애인이 중간에 내리는 것 자체는 결국 장애인의 혜택에 편승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계자의 말을 들으면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그러나 이 규정은 장애인 복지의 궁극적인 목적인 사회통합에는 반하는 규정이다.

즉, 장애인들이 사회생활을 통해 비장애인들과 교류하며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친분을 쌓고 유대관계를 형성해 나갈 때 이 차량은 장애인만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설혹 함께 타더라도 단순한 친분이 아닌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관계로 밖에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 규정은 복지라는 이름으로 장애인을 차별화 시키는 처우라고 할 수 있다.

예산을 축내가며 비장애인의 편의를 봐달라는 것도 아닌데 예산으로 장애인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장애인을 사회와 분리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소통함에 있어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하고자 한다면 장애인 바우처 콜택시를 이용해서는 안 되며 콜택시를 이용하려면 비장애인과의 단절과 차이를 인정하고 수긍해야만 하는 것이다.

대학진학 후 사회복지 첫 강의 시간에 교수님이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복지라는 것은 결국 누구나 등 따시고 배부르게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다.”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단순한 사실이지만 한정된 재원으로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복지정책을 수립, 시행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복지는 효과성과 효율성을 항상 고려해야만 한다. 그러나 효과성이나 효율성에만 집중한다면 정책의 기본 취지나 복지의 궁극적인 목적에서 벗어나 정책의 좋은 의도를 퇴색시킬 수도 있다.

복지는 플러스(+)의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플러스의 크고 작음이 중요한 게 아니라 플러스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장애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벗고 장애로 인한 사회적 차별이 없는 사회에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장애인들에게 장애인 콜택시는 플러스 제도이다.

그러나 그 규정은 사회구성원으로 평범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장애인들을 비장애인들과 구분하고 분리시키고 격리시키려는 마이너스 성격을 갖고 있다.

우리 장애인의 삶에서 이동권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비장애인과의 교류도 상당히 중요하다. 하나를 얻기 위해 또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만 한다면 진정한 복지국가는 구현될 수 없을 것이다.

정책과 그에 수반되는 행정 및 운영상의 규정들이 일관성 있게 삶의 플러스를 지향하도록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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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칼럼니스트 9년 전 첫아이가 3개월이 되었을 무렵 질병으로 하루아침에 빛도 느끼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 되었다. 상자 속에 갇힌 듯한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나를 바라볼 딸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삐에로 엄마가 되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삐에로 엄마로 살 수는 없었다. 그것이 지워지는 가짜라는 걸 딸아이가 알게 될테니 말이다. 더디고 힘들었지만 삐에로 분장을 지우고 밝고 당당한 엄마로 아이와 함께 세상 밖으로 나왔다. 다시 대학에 들어가 공부를 하고 초중고교의 장애공감교육 강사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2019년 직장내장애인식개선 강사로 공공 및 민간 기업의 의뢰를 받아 교육강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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