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해외여행객이 천만을 육박·상회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 여행은 온 국민의 절대적인 아이템이 되었지만 같은 국민인 장애인들에게는 예외가 되는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다.

여행도 세대가 있다. 짜여진 여행코스대로 깃발아래 따라 다니기만 하는 수동적인 여행에서 스스로 계획하고 준비하는 적극적인 자율여행으로 진화가 되었다.

여행은 인내를 배우게 하고 현실에 대처하는 능력을 향상시킨다. 많이 가지는 것보다 적당히 가지는 훈련을 하게한다. 여행을 많이 한 사람일수록 여행 가방이 가벼워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여행은 자존감을 향상시키고 생각의 변화를 가져오고 능동적인 인격을 형성하게 한다. 물고기 몇 마리 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줄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그러므로 여행에 대한 시각의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도 여행은 사치라는 시각이 아직도 존재한다. 국고 보조금사업으로 장애인과 가족을 여행을 보내는 사업이 있었는데 국민의 세금으로 어떻게 여행을 보낼 수 있냐는 애국심(?)이 강한 공무원의 지적으로 사업이 중단된 적이 있다.

한도 내의 예산으로 가족 스스로 여행계획을 짜고 이동간의 편의시설 등을 점검하고 이를 책으로 만들어서 배포하는 재활훈련과 관계된 사업이었다. 중도 장애이후에 자신감을 회복하고 가족 간의 새로운 관계형성에 대한 시험적인 프로그램이었고 참가자의 만족도와 파급력은 최고였는데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정부는 장애인들의 여행확대를 위해 애를 쓰고는 있지만 ‘장애인에게 여행은 사치’라는 생각이 추호에도 없기를 희망한다. 정부도 이러한 여러 가지의 이유로 여행바우처 사업인 문화누리카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문화누리카드(https://www.munhwanuricard.kr)는 기초생활수급자, 법정 차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혜택으로, 개인이 원하는 문화/여행/스포츠관람프로그램을 구입할 수 제도이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사업은 국민이 문화예술로 더욱 행복해지는 '문화융성' 시대를 만들어가기 위한 문체부의 대표 정책 중 하나"라면서 "올해 153만 명이 혜택을 누릴 것"이라고 년 초에 밝힌바 있다.

문화누리카드 홈페이지. ⓒ이찬우

홈페이지에는 '문화누리카드가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있지만 정작 1년에 5만원만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세금을 내는 근로 장애인의 경우 여행바우처 마저도 해당이 안 된다.

과거 중소기업중앙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국내 여행경비 일부를 지원하는 ‘2010 여행바우처’ 사업을 시행한 적이 있었다. 이 사업은 중소기업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 및 근로의욕 고취를 위해 실시되었다.

당시 문화부는 저소득 근로자(월소득 212만5000원 이하)를 대상으로 8∼10월 3개월간 국내 여행 소요경비의 30∼50%(최대 15만원)를 지원하는 다소 파격적인 실행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제도로 이어지지 못하고 단기간의 이벤트로 끝나고 말았다.

이런 실질적인 제도가 근로 장애인들에게 지원이 되기를 희망한다. 휴식도 근로의 연장이다. 장애인 근로자와 가족의 안정적인 쉼이 필요하고 그 결과는 생산적인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또한 세금 내는 장애인에 대한 대우가 필요하지 않은가.

근로 장애인에게 가칭 ‘레저바우처’라는 서비스의 제공이 필요하다. 실질적인 금액으로 다양한 레저 활동과 여행이 가능하도록 충분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중증장애인근로자 여행지원자를 모집하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홈페이지. ⓒ이찬우

최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기아자동차(주), (사)그린라이트와의 협약으로 중증장애인근로자들의 여행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서울(6대), 부산(2대), 광주(2대) 차량으로 중증장애인근로자와 가족들에게 1박 2일 또는 2박 3일 간의 여행지원을 한다고 하는데 이러한 이벤트성 사업도 좋지만 일하는 근로 장애인들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 갈 수 있는 레저바우처와 같은 제도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레저용장비의 임대와 구입비용을 지원하는 적극성도 있어야 한다. 최근 수동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이 선호하는 부착형 동력장치(오토바이크)의 지원을 통해 근로와 레저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300만원 정도하는 이 제품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장애인 근로자에게 지원하는 보조공학기기 품목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근로 장애인의 장기근로를 유도하고 근로에 대한 자존감이 높아지도록 해야 한다. 일하기를 망설이는 장애인들의 근로욕구가 생길 수 있는 파격적인 제도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