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석이의 사건 상황설명 진술서. ⓒ서인환

진석(가명)이는 장애아이지만 특수학교가 아닌 서울 일반학교의 통합학급에 배치되어 공부를 하고 있다.

진석이는 중학교 2학년으로 자기만의 특별한 관심사가 있다. 사람들을 만나면 이름을 물어보고 한자로 무슨 자인지를 물어본다. 혈액형을 물어보고 학력을 물어본다. 학력이란 최종 출신학교를 물어보는 것으로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를 물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나이를 물어보고는 나이를 말하면 몇 년생인지를 곧바로 맞힌다. 그리고는 생년월일을 알아내고는 핸드폰의 소리를 죽이거나 ‘카톡’의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정하기를 요구한다. 자신은 그 소리에 예민하여 참을 수 없다는 것이다.

초면에 이러한 것을 물어오면 상대방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당당히 물어보는 것이 대견스럽기도 하지만, 좀 나서기를 좋아하고 자기중심적이라는 인상을 가지기도 할 것이다. 진석이는 조용히 그리고 다정하고 정중하게 물어보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을 긴장시키게 만들 수도 있고 기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거나 거부감을 가지게 할 수도 있다.

진석이는 특정 학습장애나 지적장애를 가지고는 있지만 스스로 말하고 싶은 것을 자제하지 못하고, 끝없이 질문을 하고, 남들에게는 중요하지 않으나 자신은 매우 중요한 문제로 특별한 자기만의 관심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단번에 진석이를 만나면 장애인인지 알아차릴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이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귀찮고 성가시며 건방지거나 막돼먹은 아이로 인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가 어린 시절 시각장애가 있어 사람들에게 인사를 잘 하지 못하거나 누구인지 알아차리지 못하여 자세히 보려고 눈을 찡그리며 계속 주시하고 있으면 노려보았다고 하여 뺨을 맞거나 심한 욕설을 들은 적이 많았다. 그러니 진석이 역시 남을 생각해 주는 관찰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면 마찰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마찰은 또래집단에서는 더욱 심하고 그 또래집단이 초등학교나 중학교 시절에는 더욱 심하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장애 자체가 놀림이 되거나 다름으로 인하여 무시되거나 비방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중학교 시절에는 사춘기적 야한 관심과 장애가 묘하게 연결되면서 놀림을 하거나 친구들 사이에 힘에 의한 조직이 형성되면서 먹이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진석이가 수업시간이 지나고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다가 갑자기 대변이 마려워서 재래식 화장실로 들어갔다. 이 학교의 대변기 화장실에는 재래식 화장실 1칸, 좌변기식 화장실 1칸이 나란히 있다.

그러자 소변을 보러 온 아이들이 수군대더니 한 아이는 화장실 틈새로 준석이를 들여다보고, 또 한 아이는 화장실 밑의 틈새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또 몇 명은 화장실 위로 기어올라와 안으로 얼굴을 들이밀었고,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하면서 놀림을 하였다. 또 한 아이는 문을 발로 차면서 욕설을 하였다.

진석이는 놀라서 바지도 제대로 올리지 못한 채 대변을 마저 봐야 한다는 생각에 그 자리를 피하고자 하였다. 그래서 옆의 좌변기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이들이 좌변기 화장실로 몰려들어 화장실 위와 아래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옆의 화장실로 간다고 놀림이 끝나지 않겠으나 그 자리만 피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행동은 어쩌면 장애인이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이기도 한다.

진석이는 대변을 보는 장면과 놀라 일어나면서 아이들에게 보인 성기, 그리고 그 성기에 대한 놀림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악!’ 하고 소리를 질렀다. 외침은 더 이상 주체할 수 없는 상황과 놀람의 극치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 소리를 듣고 공익복무요원이 달려와 진석이를 구해 주었다. 이 소식을 듣고 학교에서는 진석이를 집단으로 괴롭힌 아이들을 불러 심하게 꾸짖었다.

이 사건에서 남자아이들이 남자 성기를 보거나 화장실에서 훔쳐본 것이 성추행인가와 집단괴롭힘은 해당되겠지만 학대에 해당되는가 등은 학교측에서도 경험이 없어 판단이 잘 되지 않았을 것이다.

먼저 성장기 아이들이 그런 일을 벌일 수도 있다는 것과 진석이가 원래 그런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추행은 접촉을 근거로 하므로 이 사건은 해당되지 않으며 성희롱은 해당되지만 남여간의 성희롱이나 직장내 성희롱은 고용평등법이나 남여차별금지법에서 다루지만 아동이나 청소년의 경우 성폭력에서 성희롱은 빠져 있어 성희롱은 법적 처벌 조항이 현재 없으며, 경멸하는 의미가 있었고, 굴욕감과 수치심을 주었으며, 혐오감을 가지게 한 행동이므로 모욕죄는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엄격히 말하면 물리적 접촉이 있은 것이 아니니 성추행은 해당되지 않으며,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의한 공중화장실을 침입한 죄를 적용할 경우 성적 욕구를 만족할 목적이 아니므로 단순히 장애에 대한 놀림으로 한 것이라면 이 적용도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성폭력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술집 화장실을 몰래 훔쳐본 사람이 술집 화장실은 공중화장실이 아니어서 무죄가 된 사례가 있었다. 법률에서는 공중화장실법에 의한 장소라고 규정했기에 같은 성격의 범죄 행위에 대하여 변호사들이 이 법의 틈새를 찾아 주장한 것이 재판부에 받아들여진 것이었다.

돈으로 법의 준엄함 앞에 이런 장난을 하는 직업이 사회적 책무를 망각한 것이 아닌가도 싶고, 그럼 ‘공중목욕탕이 아닌 가정집 목욕탕을 침범해도 무죄겠구나’라는 시민들의 비판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학교 교사는 진석이를 괴롭힌 아이들을 꾸짖은 후 진석이를 불러 사과를 받아주라고 했다. 아이들이 겁을 먹고 울려고 하니 빨리 용서해 주라고 진석이를 얼르고 종용했다. 교사이니 제자에게 용서해 주라고 지시를 할 수도 있는 위치일 수 있다. 그러나 이 행위에는 교사의 위계적 요구와 상대가 장애인이라는 어투의 대접에서 나온 말도 섞여 있다.

용서하고는 하지 않고는 진석이의 결정사항이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종용할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 특히 겁을 먹었다는 것은 용서의 사유가 되지 못하며,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인지 알 수가 없다. 이는 단순히 절차적 상황극이다.

‘진정한 사과’는 언론에서 최근 자주 듣던 이야기다. 대형 사고가 터지면 이러한 말이 나온다. 대기업의 갑질이나, 인재가 난 후 피해자들의 요구이다. 교사가 사과하고 사과받고 사건을 정리하는 절차를 나름대로 빨리 밟고자 재촉한 것이지 아이들이 진정한 반성을 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앞에서는 사과하는 연극을 하고 화장실에 가서 비웃는 것이 연상될 수 있다. 가해자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한 사과를 하도록 돕지 않고 아이들이 겁을 먹었으니 용서해라라는 말은 교사의 말로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말이 많고 질문도 많은 진석이를 장애인으로 대하는 태도도 배어있다. 진석이가 엉뚱하게도 교사의 학력(출신대학)을 묻자 ‘용서한다고 말하면 알려줄게’라고 답했다.

학폭위 결정에 따라 아이들이 사과문을 보내어 왔는데, 두 장은 부모인지 교사인지 성인의 필체로 대필된 것이었고, 학교의 사건 해결 방식은 ‘똥 밟은 셈 친다는 식’의 사건 처리였지, 진석이의 상처를 치유하고 아이들의 인성을 바로잡는 처사는 아닌 것으로 진석이와 그의 어머니에게 비춰졌다.

사건은 4월 26일 오전이었고, 보름이나 지난 5월 13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렸다. 학폭위 결과에 불복하면 15일 이내에 재심청구를 할 수 있고 180일 이내에 민사를 제기할 수 있다는 안내문구는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또 장기간 시비의 도마에 진석이를 올리는 것 같아 이 문구가 피해자에게 권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화가 나게 만드는 것 같았다.

학폭위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를 적용하여 서면사과, 접촉 금지, 학교 봉사, 특별교육 실시 등의 조치를 하였다. 그러나 사건 개요는 있지만 무슨 잘못인지 어떤 행동이 무슨 금지사항을 어긴 것인지는 적혀져 있지 않았고, 단지 결정문 한 장만 발송된 것이 또 화를 나게 했다.

학폭위를 마치고 아이들이 진석이 어머니에게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그 말이 진심이면 좋겠다’라고 어머니는 답했다. 진실한 사과를 촉구하는 말이기도 하고, 피해자로서 독소가 조금 담긴 서운한 말이기도 했다.

그런데 진석이 어머니는 몇 발짝 가지 않아서 그 아이들 저 편에 숨어서 이 일을 시킨 부모를 발견하였다. 이 사과도 가해자 부모들의 연출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사과라면 그 부모가 같이 사과하거나 목례라도 했어야 했다.

이것은 장애아동 학대로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의 위반으로 학폭법만의 범위를 벗어난다. 그리고 학교측은 사건을 조속히 무마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 아니라 피해자를 보호하고, 피해자를 치유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리고 형사적 고발과 동시에 처벌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진석이 어머니의 주장이고, 가해자 부모라면 아이들 사이의 작은 호기심과 실수로 장래에 걸림돌까지 만들어야겠느냐고 오히려 화를 낼 것이다.

또한 재발방지가 접촉 금지를 결과통지서에 적거나 아이들에게 주지시키는 것으로 보장되었다고 볼 수 없다. 같은 학교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으며, 또 아이들은 언제든지 보복을 할 수 있는 환경 속에 놓여 있다. 그리고 현재까지의 처리태도라면 특별교육 역시 형식적이었을 것 같다.

그래서 전학을 요구하지만, 아이들의 실수를 전학이라는 강력한 조치를 할 정도까지는 너무 심하다는 생각을 학교는 하고 있다. 진석이가 특별한 아이이지만 그것으로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하는 것은 역차별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정한 사과가 없는 한 강력한 요구는 용서할 권리를 가진 자의 마지막 카드라는 것이다.

진석이 어머니는 집단 괴롭힘이며 장애인학대로 학폭위의 형식적 처벌에 만족할 수 없으며, 진정한 사과가 없어 용서할 수 없는 행위로 전학 조치가 아니면 형사적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가해자 부모들은 왜 학교가 장애인을 입학시켰느냐고 거세게 항의했으며, 진석이에게는 용서한다는 문서를 작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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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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