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꽃. ⓒ이승범

불멸의 꽃

강동석(남. 1954년생. 지체장애) 시인

1

나는 너를 향하여 걸었고

너는 나를 향하여 걸었다

해바라기처럼 간절한

우리의 부름이

어느 푸른 들에서

만남으로 이루어졌을 때

무언의 축복이듯

동편 하늘에 해가 돋고 있었다

처음인 얼굴

처음인 마음

처음인 고백

안으로 깊어가는 기쁨은

처음인 열정

거기에 우리의 새로운 탄생이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2

무언들 못하랴

너하고라면

어딘들 못가랴

너하고라면

우리의 힘

우리의 걸음

움츠림 없이

우리의 진실로 일군 비옥한 토양에

씨뿌리는 마음으로 살리라

그 땅에 단비 내리어

새싹 움트면

말하리라, 곧은 걸음으로 이어간

우리 사랑의 역사를

인내하되 게으르지 않으며

부지런하되 서둘지 않으며

정직한 걸음으로 이어갈

우리 사랑의 미래도 말하리라

3

이제 같이 걷자

너 나 되고

나 너 되고

한마음으로 가자

사랑은 고귀한 것

꽃보다 선명한 불멸의 사랑을 위하여

너 나 되고

나 너 되어

우리 함께 가자

강동석 : 미국 이름은 강샘.

워싱턴 신인문학상(2008) 외.

장편 <겨울 달이 허문 모래탑> <저울 위에 앉은 허수아비>

시집 <빈터> <불꽃놀이> 미국 장애예술인들의 이야기 <어때요> 외.

2세 때 그네를 타다가 떨어진 후 소아마비로 왼손만 겨우 사용하는 중증의 장애 속에서 13세 때부터 소설, 시나리오 등 문학 전반에 걸친 습작을 거친 후 작가로 활동. 1992년에 미국으로 이민, Community College에 입학, UC 버클리대학 사회학과 전공. 졸업 후 미 탐하킨 상원의원 인턴을 지내는 등 다양한 사회 경험을 거쳐 현재 거북이교육센터 대표로 소외계층 교육사업에 헌신.

시평 : 불사조

방귀희(솟대문학 발행인)

강동석은 두 살 때 그네를 타다가 떨어진 후 심하게 앓았는데 그때 소아마비가 찾아왔다.

장애 때문에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형과 누나의 책들을 어깨너머로 들여다보며 한글을 깨우쳤는데 글을 알고 난 후부터는 하루를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며 보냈다.

그는 동네아이들 숙제를 대신 해주며 글쓰기 경험을 하였다. 그러다 구체적인 스토리가 있는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13세 때부터로 소설, 시나리오 등 문학 전반에 걸친 습작을 거쳐 1980년 장편 <겨울 달이 허문 모래탑> 1981년, 두 번째 장편 <저울 위에 앉은 허수아비> 를 발표하여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1982년에는 첫시집 <빈터> 1988년에는 시집 <불꽃놀이>로 시인으로서의 역량을 과시하였다.

1989년, 독자와 열애 끝에 결혼한 후 1992년에 동생이 있는 미국으로 생활 터전을 옮기는데 그 이유는 한국에서는 학교의 교육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강동석은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확보하였기에 미국에 가자마자 공부부터 시작하였다. Community College에 입학한 강동석은 탁월한 성적으로 Ellen Erchul 2001 장학생 (사회학과 전체 학생 중 한 명에게만 수여됨), Wendall Black 장학생, 주미 총영사관 장학생, 중앙일보 장학생 (Kim Bo Scholarship)을 비롯해 수많은 장학생으로 선발되었고, 전과목 A라는 쉽지 않은 성적으로 UC 버클리대학에 4.0 만점으로 편입허가 받음과 동시에 LA Harbor College 최우등 (President Distinguished Honor Award) 졸업이라는 영광을 안았다.

버클리대학으로 편입한 후에도 버클리대학 사회학과 장학생을 비롯, 미 전국에서 0.5%의 성적 안에 드는 학생에게 주어지는 내셔널 장학생으로 선정되었고, 골든 키 장학생, 인터내셔널 장학생으로 뽑힌 상태에서 지난 2004년 자랑스러운 졸업을 했다.

졸업 후 강동석은 미 탐하킨 상원의원 인턴을 지내는 등 다양한 사회 경험을 거쳐 현재 거북이교육센터 대표로 소외계층의 교육사업에 헌신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문학 활동은 계속되어 2008년 워싱턴 신인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강샘’이라는 이름으로 2014년 미국 장애예술인들의 이야기 <어때요>를 국내에 소개하였다.

불멸의 꽃(영문)

Immortal Flowers

Gang Dong-seok

1

I walked toward you

and you toward me.

When our calling,

ardent as a sunflower,

was fulfilled in encounter

in some green field,

the sun rose in the eastern sky

like a silent blessing.

A new face,

a new heart,

a new confession,

inwardly deepening joy,

new passion,

there our new birth

went blazing high like flames.

2

There’s nothing I couldn’t do

as long as it’s with you;

nowhere I can’t go

so long as I’m with you.

Our strength,

our steps,

with no holding back,

will live as hearts

sowing seeds in fertile ground

tilled by our sincerity.

When timely rain falls on the earth

and new shoots emerge,

we will relate the history of our love

sustained by firm steps,

patient without being lazy,

industrious without rushing,

ever sustained by truthful steps

we will speak of our love’s future, too.

3

Now let’s walk together.

You becoming me,

I becoming you,

let’s advance with a single heart.

Love is a noble thing.

For an undying love more vivid than flowers,

you becoming me,

I becoming you,

let’s advance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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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대문학 칼럼리스트
1991년 봄, 장애문인의 창작활동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문학지 '솟대문학'을 창간한 후 현재까지 단 한 번의 결간 없이 통권 96호(2014년 겨울호) 까지 발간하며 장애인문학의 금자탑을 세웠다. '솟대문학'의 중단 없는 간행은 장애문인의 등용문이 되었으며, 1991년부터 매년 솟대문학상 시상으로 역량 있는 장애문인을 배출하고 있다. 2015년 12월 '솟대문학' 통권 100호 발간을 위해 현재 “100호 프로젝트”로 풍성한 특집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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