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의 분만. ⓒ이승범

동백의 분만

문영열(남. 1964년생. 전신마비) 시인

밤새 조잘대던

우주의 행성들이 숨을 죽일 때

앰뷸런스를 타고 온 봄

가지 끝 분만실은 분주하고

이윽고

산통을 느끼는 가느다란 경련

아!

푸른 가랑이 사이로

내미는 선홍빛 머리

한 녀석 활짝

기쁨의 눈물을 터뜨리자

여기저기 터지는 눈부신 울음

하얀 햇살의 손길이

쉴 틈이 없다.

문영열 : 구상솟대문학상 대상(2011) 외.

34세 때 교통사고로 장애를 가지게 됨. 5년여의 병원생활 후 시설에서 생활. 그림과 붓글씨를 배우고 한문공부를 시작하며 우연히 접하게 된 문학공모전의 상금을 보고 도전. 손가락 하나 까딱일 수 없는 몸이라 책을 펼쳐 보는 것이 쉽지 않지만 딱딱한 철 침대에 누워서 이마와 턱으로 책을 지지해 혀끝으로 책장을 넘김.

시평 : 탄생의 환희

방귀희(솟대문학 발행인)

분만실에서 신생아가 태어나는 과정을 시로 표현하니 아름답다. 산통이 주기적으로 오면 한밤중에라도 병원으로 달려간다. 급박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앰뷸런스를 설정하였다. 병원 분만실은 아기의 탄생을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그 빠른 움직임만큼 산통의 고통도 극대화된다.

아기는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 머리를 내민다.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아기는 세상 밖으로 나오자마자 울음을 터트린다. 엄마와 아빠는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이렇듯 아기의 탄생은 환희 그 자체이다. 시인은 아기의 탄생을 탐스러운 동백꽃의 개화에 비유하였다. 시인에게 이토록 큰 기쁨을 주었던 딸이건만 시인은 교통사고로 전신마비 장애를 갖게 된 후 아내와 딸 모두를 잃게 되었다. 가장으로 아내와 딸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 했건만 장애로 직장을 잃고 움직일 수 있는 자유를 잃자 아내는 남편이 있는 집으로 다른 남자를 데리고 들어왔고 딸은 그 남자를 아빠라고 부르며 따랐다. 결국 시인은 집에서 나와 시설로 피신을 갔다.

그곳에서 시인은 문학을 잉태하고 작품을 분만하기 시작한다. 또 다른 탄생의 환희를 경험하게 된 것이다.

동백의 분만(영문)

The Camellia’s Labour

Mun Yeong-yeol

When the planets that had stayed up all night chattering

finally held their breath,

spring arrived in an ambulance.

At the end of the branches delivery rooms are bustling

and at last

faint spasms herald childbirth.

Ah!

A scarlet head peeping

from between green legs,

one bloom opens

and bursts into tears of joy

then dazzling cries burst out here and there.

The helping hands of the white sunlight

have not a moment to rest.

Mr. Mun Yeong-yeol. Born 1964. General paralysis.

Ku Sang Sosdae Literature Award - recipient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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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대문학 칼럼리스트
1991년 봄, 장애문인의 창작활동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문학지 '솟대문학'을 창간한 후 현재까지 단 한 번의 결간 없이 통권 96호(2014년 겨울호) 까지 발간하며 장애인문학의 금자탑을 세웠다. '솟대문학'의 중단 없는 간행은 장애문인의 등용문이 되었으며, 1991년부터 매년 솟대문학상 시상으로 역량 있는 장애문인을 배출하고 있다. 2015년 12월 '솟대문학' 통권 100호 발간을 위해 현재 “100호 프로젝트”로 풍성한 특집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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