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탈 때 수화물 중 반입이 금지된 물품들이 있다. 폭발물, 가스류(부탄가스 등), 인화성 물질(연료), 신화성 물질(비료 등), 부식성 물질(액체 용액), 독성(살충제) 기타 위험성 물품(전동휠체어 등)이 그것이다.

안내문에 의하면 이러한 물품은 기내 휴대 수화물로 가지고 탑승하거나 위탁 수화물에 넣거나 항공기 내 반입이 금지된다. 즉, 화물로 반드시 부쳐야지 가지고 탈 수 없거나, 누군가 대신 물품을 남의 이름으로 부치거나 아예 항공기에는 실을 수 없다.

이 안내문만으로는 각 문장이 “그리고”가 아니라 “또는”으로 연결되어 있어 어느 물건은 가지고 탈 수 없는지, 어떤 것은 항공기에 화물로도 실을 수 없는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또는"으로 연결된 문장이 부정문으로 끝을 맺으면 사실상 "또는"은 "그리고"로 해석된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모든 위험물품들은 화물로 부쳐야지 가지고 탈 수 없으며, 남이 대신 맡아 달라고 하여 대신 운송할 수 없다. 그런데 화물로도 부칠 수 없는 물품인지, 화물로는 부칠 수 있는 물품인지는 잘 구분이 가지 않는다.

위험물품은 위험물 포장을 하여 화물로 운송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어 화물로는 부칠 수 있다는 것인지, 그것도 안 되는지 안내문만으로는 구분이 되지 않으니 항공사 직원에게 문의를 하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수상한 물건이 여러분도 모르는 사이에 반입되어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다”는 문구는 '나홀로 집'에나 '집으로 가는 길' 등의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남이 짐을 대신 좀 실어 달라고 부탁을 하여 그렇게 하였다가 마약 운반책이 되어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한 실제 인물도 있다. 그리고 테러 조직이 폭발물을 위장하여 실을 수 있어 항공기 안전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도 있다.

그런데 전동휠체어가 기타 위험물품에 들어 있다. 전동휠체어가 왜 위험물품인가, 그렇다면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위험한 인간인가? 전동휠체를 타고 있는 장애인은 위험물 위에 앉아 있는 것인가?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비행기를 탑승할 때에는 패밀리 서비스를 신청하여 항공사 직원의 도움으로 하여금 수동휠체어로 갈아타고 탑승을 하게 된다. 그리고 수동휠체어로 좌석까지 이동하면 수동휠체어도 비행기에서 내리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다시 수동휠체어에 태워서 안내하고 전동휠체어는 수화물에서 찾아서 공항을 나가게 된다.

전동휠체어를 화물로 실을 때에는 배터리를 전동휠체어에서 분리하여 별도로 화물로 부치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전동휠체어의 배터리를 폭발물과 바꿔치기를 하거나 전동휠체어 배터리인 것처럼 위장하여 위험한 물품을 비행기에 실어 범죄에 이용이 가능할까?

항공사 직원이 테러 일당이고, 장애인이 테러 일당이라면 가능할지 모르겠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전동휠체어 자체가 위험물품은 아니다. 전동휠체어가 위험물품이라고 표현할 것이 아니라 안내문에서 별도의 칸을 만들어 “전동휠체어는 화물로 부쳐야 하며, 배터리를 분리하여야 합니다”라고 안내를 하면 된다.

굳이 위험물품이라고 해야만 했을까? 범죄에 이용될 수도 있다는 부정적 문구를 사용해야 했을까?

전동휠체어가 범죄에 이용될 수도 있다고 하는 문구를 보는 장애인은 어떤 기분이 들까? 폭발물을 다른 물건으로 위장한다면 굳이 전동휠체어의 배터리로 위장을 할까?

모든 물품이나 가방으로 위장이 가능하다. 단지 배터리가 사각모양이고 도시락폭탄처럼 모양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의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억울하다.

공항의 안전을 책임지는 전문가라면 배터리인지 폭발물인지 정도는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액체는 화물로 부칠 수는 있지만 가지고 탑승을 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러한 내용이 안내문에는 없다.

액체가 폭발물일 가능성이 있다면 화물로도 실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화물검사에서 구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안내문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배터리가 맞는지는 전선에 테스타기를 가지고 실제 충전 배터리가 맞는지 시험도 할 수 있고, 전동휠체어에서 분리를 할 때 확인도 가능할 것이다.

정말 위험성이 있다면 장애인에게 분리를 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직접 전동휠체어를 작동하여 배터리가 맞는지 확인한 다음, 항공사 직원이 분리를 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항공사 직원이 분리를 하지 않는 것은 혹시 고장이 날 경우,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안내문을 본 항공 탑승객들은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같이 탑승을 하면 혹시 위험한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겁을 먹을 수 있고, 전동휠체어는 모두 위험한 물품으로 오인할 수 있다.

이는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결과를 가져온다.

안내문에 “위험물품 반드시 확인하세요”라고 되어 있으니 “전동휠체어는 위험물품이니 모두 조심하세요”라고 느낄 것이다.

국토교통부에서 제작한 안내문이니 규정이 그렇게 되어 있다면 규정을 고쳐야 할 것이고, 안내문의 문구가 잘못된 것이라면 안내판을 새로이 만들어야 한다.

“장애인을 조심하세요”라고 느낄 수 있는 문구라는 점과 전동휠체어는 위험물품이라는 것은 확실히 잘못된 문장이다.

배터리를 분리하여 화물로 부쳐야 한다는 안내와 전동휠체어는 위험한 물품이니 주의하라는 식의 ‘꺼진 불도 다시보듯 반드시 다시 확인하라’는 안내문은 분명히 뉘앙스가 다르다.

전동휠체어는 아무런 위험이 없으며,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 역시 아무런 위험성이 없다. 그리고 배터리가 문제를 일으켜 안전에 지장을 준 사례는 전무하다.

리듐배터리나 살충제는 기내 휴대 수화물로 가지고 탈 수 없으며 위험물질이 될 수 있지만 전동휠체어는 휴대할 수는 없으나 위험물품은 아니다. 안내문에 쓰인 이런 표현은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장애인이 모처럼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하면서 항상 짐짝 취급을 당한다거나, 위험한 물품 소지자로 의심을 받는 수모를 겪는 것은 서비스의 질에 문제가 있다.

안전이 중요하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안전과 무관한 장애인의 물품을 위험물품이라고 표현한 것은 장애인에게 기분 나쁜 경험을 하게 한다. 마치 몸수색을 하면서 완전히 발가벗기는 기분이다. 전동휠체어가 위험하다면 타야 할 비행기는 더욱 위험한 물품일 것이다.

KTX가 막 생겼을 때 KTX 요금도 장애인 할인을 해 달라고 요청하는 장애인에게 KTX는 고속이라 장애인은 위험하다고 답한 그 수준이 공항시설에서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항공편을 이용하는 장애인이 소중한 고객으로 대접받는 그런 즐거운 일은 왜 가능하지 않는 것일까? 왜 서비스를 받으면서도 차별을 당한다는 괴로움이 생길까 깊이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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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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