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회장 박용월, 56세)는 인천시 법인으로 꿈애자립생활센터, 시각장애인심부름센터, 시각장애인사회적응훈련, 약손안마봉사단, 시각장애체험교실 운영 등의 사업을 하고 있으며, 인천지역 시각장애인의 경제적 어려움을 경감시키고자 생필품, 식재료 등 나눔사업을 해 오고 있다.

또한, 한국장애인재단에서 2014년 지원사업으로 지난 해 4월부터 박영주(인천 동구 문화예술인총연합회 부회장) 사진작가의 지도로 시각장애인 38명이 참여한 가운데, 시각장애인 사진교실을 운영하여 왔으며, 이론교육에 이어 사진작품 활동을 위하여 통일전망대, 양수리 세미원 등으로 매주 카메라를 메고 단체 여행을 다녔다.

사진교실에 참여한 시각장애인 중 흐릿하게나마 조금은 시력을 가진 사람도 있고, 불빛 방향만 인지하는 사람도 있으며, 빛조차 전혀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도 있다.

비록 시력은 약하지만 잔존시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작품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정도이면 시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시기능 훈련이 저절로 이루어져 약한 시력으로 일상생활을 하고, 사물을 판단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촉각이나 청각에 의존하여 생활하는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도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은 작게 보이고, 가까이 있는 것은 크게 보이듯 소리 역시 멀리 있는 것은 작은 소리로 들리는 것과 비교하면서 시각적 정보와 공간에 대한 이해를 해 나간다. 또한 착시현상이 있듯이 촉각도 착촉현상이 있어 촉각과 시각의 차이를 이해하면서 인지에 대한 이해를 넓혀 나간다.

대부분의 시각적 정보는 청각이나 촉각으로 대체가 가능하지만, 너무 큰 것과 너무 작은 것, 불꽃모양처럼 뜨거워서 만질 수 없는 것, 비누방울처럼 만지면 터져버려서 만질 수 없는 것 등은 대체감각으로 인지가 불가능하므로 감성적 이미지와 주위의 설명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카메라를 가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일시적으로 직관적으로 보고 지나치는 정안인보다 더 관찰적이고, 느낌을 재창조하여 기억 속에 끼워넣게 된다.

사랑하는 가족의 얼굴이나 아름다운 노을을 돈을 주고도 단 몇 초라도 보고 싶은 동경과 갈증, 상실에 대한 적응과 자연과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그들은 사진으로 세상을 이해해 나간다.

전문 사진작가들도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습작작품을 촬영하듯이 시각장애인들도 초점과 명암, 구도에 대한 이해를 위해 많은 사진을 찍으며, 필요시 정안인의 도움으로 빛과 광원, 이미지, 공간, 미적 표현에 대하여 마음으로 읽는 법을 익힌다.

어느 정도 훈련이 되면 날씨와 시간대, 방향을 알면 피부에 와 닿는 햇살과 바람으로 거리감을 가지고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늘 궁금했던 만질 수 없는 전체의 모양을 상상하며 건물의 지붕과 키 큰 나무의 무성한 잎과 햇빛이 부서져 반사되는 잎사귀를 상상한다.

작품활동을 하며 때로는 어떤 영상이 전개되고 있는지 궁금하였으나 과거에는 포기하고 살았던 풍경을 이제는 사진으로 찍어 와서 정안인으로부터 설명을 듣기도 하는 등 빛세상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상실세상이 아닌 흥미로운 세상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인천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는 그 동안의 사진작품들을 엄선하여 인천시 동구 송림 지하도에서 지난해 12월 19일부터 30일까지 전시회를 가졌다. 송림지하도는 북 까페와 LED 식물공장 등이 있고, 음악회 등 각종 행사가 늘 열리는 문화공간이다.

회원 김분례 씨는 작품 ‘가을’을 보슬비에 옷 젖듯 가을풍경에 젖어 마음을 설레며 셔터를 눌렀다고 한다. 그리고 ‘손녀딸’ 작품에는 손녀의 해맑은 웃음에 녹아나는 애틋함 심정으로 하늘처럼 넓게 바다처럼 깊게 자라달라는 소망을 담았다.

김희자 씨는 동물원 새장 안에 갇힌 공작새를 사진에 담으면서 철망의 마름모 안에 정확히 새의 초점 잃은 시선을 담았는데, 자립생활에서 누가 함께 해 주지 않으면 날지 못하는 심정을 노래했다.

이런 작품을 통해 그는 세상 속으로 다가가고 자유를 누리며 삶의 의미를 찾는다.

연제성 씨는 흰지팡이와 검은 안경을 촬영하면서 ‘어둠 속에서 울음을 치던 날, 백리 밖에 어머니도 흐느낀다. 스산한 가을바람이 가슴을 파고든다. 어둠 속 늪으로 빠져드는 나의 빛은 점점 어둠 속으로’라고 작품을 설명하였다. 과거 그의 실명 시기의 경험과 현재 장애를 수용하고 어둠에 대한 익숙함의 쓸쓸함을 말하고 있다.

늘 빛을 만끽하는 사람은 빛의 소중함을 모르고 무감각하게 살아간다. 오히려 빛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빛에 대한 가치를 더욱 알고, 빛을 사랑하는 것은 아닐까?

작품은 오히려 상실에서 창조된다. 전쟁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외치는 문학작품이 나오고, 적도에서 꽃이 피듯이 메마른 곳에서 넘쳐오르는 오아시스 같은 감성을 느낀다.

그러므로 시각장애인의 사진은 단순한 한 장의 사진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을 사랑하며 자신의 감정을 말하는 하나의 언어인 것이다. 사진 속에 들어 있는 사물이나 인물에 감정을 이입하니 작가의 숨결이 들어가 살아 있는 생명이 된다.

시각장애인 사진전시회 전경. ⓒ서인환

전시회 개막 테이프 컷팅. ⓒ서인환

김분례의 작품 ‘쉼’. ⓒ서인환

연제성의 작품 ‘동반자’. ⓒ서인환

김영순의 작품 “가시덩쿨 및 소망. ⓒ서인환

이금순의 작품 ‘바람개비’. ⓒ서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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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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