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 자퍼 미르자(Zafar Mirza) 공중보건담당관의 강연 모습.

국립재활원 재활연구소는 재활병원 개원 20주년을 맞아 지난 19일 서울올림픽파크텔 올림피아홀에서 '2014 재활연구 국제심포지엄'을 열었다.

심포지엄 오전 세션에서는 강원대 재활의학과 한태연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세계보건기구(WHO) 공중보건담당관인 파키스탄의 자퍼 미르자(Zafar Mirza)가 GATE 계획에 대하여 특별 강연을 하였다. 또한 노인재활의학회 회장이자 부산대 재활의학과 교수인 고연윤 교수가 “고령화와 질병‘에 대하여 강의를 하였으며, 이성재 국립재활원 원장이 "한국에서의 고령화와 질환"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였다.

오후 세션에서는 건강생활을 위한 전략이라는 주제로 미시간대학교 미셀 돈넬 교수,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김희진 교수, 국립재활원 호승희 과장 등의 논문 발표가 있었다.

이후 “건강을 위한 보조공학‘이라는 주제로 홍콩대 라이몬드 카이유통 교수, 국립재활원 송원경 과장, 대구대학교 재활공학과 이근민 교수 등이 논문을 발표했고, 건강연령을 위한 재활 스포츠 주제로 캘리포니아 주립대 정태유 교수, 국민대학교 체육학부 정이루리 교수, 국립재활원 최윤 과장 등의 논문 발표가 있었다.

장애인과 노인을 위한 여러 논문 발표도 매우 유익하였지만, 특히 WHO의 GATE 계획은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WHO는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6개 지역 사무소와 154개국에 각국 사무소를 두고 있는 유엔 산하 국제보건기구로서 마가렛 첸이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2014년부터 2021년까지 8개년 계획으로 WHO 장애행동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건강 서비스와 프로그램에 접근성에 장애가 없도록 무장애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 장애건강에 대한 자료를 수립하고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서비스를 확충하며, 특히 지역사회 기반재활을 통한 보조기술 서비스를 확충한다는 것이 내용이다.

최근 의학의 발전으로 질병은 감소하였으나 고령화가 뚜렷이 진행되고 있고, 사고가 늘어 있다. 현재 노령인구는 11%이지만 2050년이 되면 22%가 되어 두 배로 늘어날 것이다. 현재 6억 오천만의 노령인구가 2050년이 되면 20억이 노령인구가 된다. 그 중 80세 이상이 4억명이 될 것이다.

그 결과 20세기에는 의약품 위주의 지원이 주를 이루었으나, 21세기에는 건강보조기구가 서비스되어 노화로 인한 불편을 보조하는 세상이 될 수밖에 없다.

노령인구는 두 배로 늘어나지만 노령 인구가 의학적으로 건강한 노후를 보장하게 되면 늘어나는 장애 문제로 인하여 보조기구 시장은 20배로 늘어난다고 유엔은 전망하고 있다.

현재 보조기구가 필요하지만 불과 필요 인구 중 10%만이 보조기술의 혜택을 보고 있는 실정이라 WHO에서는 GATE 프로젝트를 글로벌 계획으로 수립하게 되었다.

WHO가 수립한 GATE는 'Global Cooperation on Assistive Health Technolgy'의 약칭으로 건강보조기술국제협력 프로젝트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프레임으로 워킹그룹을 4개로 구성하였는데, 규정실무그룹과 훈련모델개발그룹, 연구개발그룹, UD를 포함한 서비스 네트워크 그룹이 그것이다. 여기서 UD는 보편적 서비스를 말하며,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접근 가능하고 이용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한다는 말이다.

GATE 프로젝트의 로드맵을 보면 먼저 GATE 프로젝트를 WHO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채택하고, 챔피언 포럼과 자문기구를 설치한다. 그리고 2016년 세계보건기구 총회와 세계 경제포럼에서 이 프로젝트를 출범하는 결정을 하게 된다.

그리고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고 보조기술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협력과 지원을 하며, 보조기술의 대표 제품 25개를 선정하여 유엔 차원에서 보급을 한다는 것이다. 25개 제품 선정에는 각국의 조사 자료를 토대로 메타분석을 통하여 정하게 된다.

이러한 프로젝트의 선정을 먼저 환영하는 바이다. 하지만 노령화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의 문제로서 WHO가 벌써부터 이러한 일에 보다 적극적 대책을 세웠더라면 장애인의 현재의 삶은 사뭇 달라졌을 것이다.

이제 보조기술의 문제는 장애인의 문제를 넘어 지구촌 모든 사람들의 문제가 되었다. 노령화로 인하여 누구나 노년에는 장애를 경험하게 된 것이고, 노령사회에서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장애의 문제를 보조기술에서 해답을 찾게 된 것이다.

이 시점에서 한국은 새로운 시장인 보조기술 시장을 새로운 경제발전의 지속가능한 아이템으로 선정하고 현재의 기술 현황과 시장에서의 문제, 기술개발의 국가적 지원과 기술의 향상 등에 점검을 해 보아야 한다.

이러한 발전된 보조기술 시장에서 한국은 공급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소비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먼 나라 이야기가 될 것인가?

미국이 1973년 재활법의 제정과 더불어 보조기술의 개발을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로 진행한 덕분으로 의사소통 기술의 발전을 가져왔고, 오늘날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터치스크린 기술을 가질 수 있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청기의 개발로 전화기가 발명될 수 있었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타자기 개발로 자판을 가질 수 있었으며, 의사소통 기술이 스마트 세상을 가져다 준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불편한 취약 계층의 불편에서 모티브를 얻을 수 있고, 인권의 발전 역시 취약 계층에서 발전하여 보편화된다.

그렇다면 장애는 지속 가능한 발전 원동력을 가지고 있으며, 국가나 사회가 이에 주목할 때에 미래가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국가 차원의 투자가 있어야 노령화 시대의 산업에서 한국의 기술이 빛을 볼 수 있으며, 국가 발전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이제 유엔은 세계 성장-장애 보조기술의 발전을 미래 사회에서 찾고 있다. 이때에 보조기술의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서비스의 확충 문제이다. 현재 의료 서비스나 건강보험 적용에서 재활보조기구는 극히 제한된 서비스에 그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보조기술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인구가 너무나 많다.

약값이 없어 병을 앓고 고통을 참고 건강하지 못하게 살아가는 모양과 흡사하다. 집이나 병원, 시설에 홀로 있는 사람들을 활동 인구로 전환하는 것은 보조기술이 하는 역할인데, 우리는 그 기술의 경제적 효과와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너무나 과소평가하고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GATE 프로젝트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국내외 주도하는 국가가 되기를 바란다. 또한 국제무대에서 이러한 프로젝트의 모델이 될 때에 주도자가 될 자격이 생기는 것이다.

이제 장애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 생존전략으로 보조기술에 관심을 기울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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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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