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백 씨의 목소리가 희열에 들떠 있었다.

“인백씨, 신기루를 본 거 아냐?”

아까 인백 씨가 본 신기루를 상기하며 농담을 했다.

“이 사장님, 혜경 씨, 저거 분명히 오아시스 맞지요?”

인백 씨가 이동욱 씨와 정혜경 씨에게 자신이 본 게 오아시스가 틀림없는지를 확인하려는 듯 고조된 목소리로 물었다.

“맞아요. 오아시스예요. 아침에 출발하기 전에 코스에 대한 브리핑을 할 때 오아시스가 있다고 했어요. 시간으로 보아 지금 나타날 때가 됐어요.”

아마 정혜경 씨의 말을 들은 인백 씨의 얼굴에 안도와 희망이 교차하고 있으리라.

오아시스, 그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생기가 돌았다. 아니 온몸의 세포가 춤을 추었다. 사막과 오아시스는 서로를 빛내주는 존재다. 사막의 섬 오아시스, 파라다이스를 찾아가고 싶으면 사막의 섬 오아시스로 오라!

대추야자나무가 우거진 오아시스는 작은 동산의 형태라고 했다. 동산의 꼭대기에 있는 샘에서 충분한 수량의 물이 솟고 있다고 했다. 먼저 도착한 레이서들이 오아시스에서 파라다이스를 실감하고 있었다.

“미스터 케이티, 그 자리에 서 있어. 내가 시원하게 물세례를 줄 테니까.”

영국에서 온 마리아가 호스를 잡고 내 몸에 물을 뿌려주었다.

“미스터 케이티, 기분이 어떤가?”

“마리아의 은총을 지금 내가 받고 있다.”

“천상의 마리안가? 지상의 마리안가?”

“물론 지상의 마리아다. 여기에도 부탁한다.”

나는 반바지의 밴드를 한껏 당겨서 공간을 벌렸다.

“오 마이 갓, 오 노 팬티.”

마리아가 내가 벌린 반바지의 공간 안에다 호스를 디밀다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나는 마리아가 내 몸에 이렇게 근접해 있었는지를 몰랐다. 복부에 호스의 물줄기를 조준해서 뿌려주면 물이 하체로 흘러내리리라 생각했다. 첫날 레이스를 끝낸 후 팬티 라인에 살갗이 쓸리는 바람에 쓰라려서 어제부터 아예 팬티를 입지 않았다. 덕분에 마리아는 동양 남자의 몸에 있는 나바론(60년대에 제작된 영화) 요새의 대포를 기분 좋게 감상했을 것이다.

오아시스에는 생명의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레이서들이 마른 몸을 적시느라 물세례를 받으며 내지르는 소리가 활기를 고조시켰다. 뜻밖에도 아들 민이가 샘 근처의 체크 포인트에서 레이서들의 기록을 체크하고 있었다. 민이를 주로에서는 처음 만났다.

“아버지, 발은 어때요?”

아들 민이 묻는 말에 코끝이 찡해졌다. 핏줄이 무엇인지 그 예사로운 한마디에 코끝이 찡해지다니.

“응, 괜찮아.”

나는 짧게 대답을 하고나자 발바닥의 터진 물집이 다 아문 것 같았다.

“민이 너, 고생스럽지?”

“아니에요. 아버지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에요. 타이완에서 온 형하고 얘기가 잘 통해서 친하게 지내요. 그 형이 날 타이완으로 초청했어요. 겨울방학 때 타이완에 갔다가 그 형과 함께 한국으로 오려고 해요. 나는 겨울에 타이완에서 여름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그 형은 한국에서 겨울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잖아요.”

민은 타이완에서 온 비슷한 연령대의 친구와 교류가 시작된 모양이다.

‘레이싱 더 플래닛’의 한국 에이전트 유지성 씨로부터 자녀 중에서 자원봉사 신청을 하면 우선순위로 결정한다는 말을 듣고 아들 민과 원에게 참가의사를 물었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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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태씨는 군복무중이던 22살 때 수류탄 폭발사고로 두 눈을 실명하고 1급 시각장애인이 됐다. 꾸준히 장애인계에서 활동해왔으며 현재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장이자 전북 시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 4대 극한 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마라토너이자 '삼 일만 눈을 뜰 수 있다면'이라는 시집을 낸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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