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팀장, 기온이 점점 올라가는 것 같은데 한낮이 되면 얼마나 올라갈 것 같아?”
“글쎄요. 이 곳은 아직도 늦여름이니 낮 기온이 50℃까지는 올라갈걸요. 사하라는 적도와 가까워서 같은 온도라도 다른 사막하고 다르지요.”
“그럼 여기가 더 견디기 힘들다는 말인가?”
“예를 들어서 고비사막 햇살이 뜨거움이라면 여기 햇살은 따가움이라고 할까요. 햇살이 살 속을 파고든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허허, 완주를 하고 나면 속이 다 익어버리겠네?”
“그럴지도 모르죠. 속이 익기 전에 완주를 끝내세요. 이제 관장님한테 신경 쓸 겨를이 없습니다. 제 한 몸 챙기기도 급급하니까요. 인백 씨, 관장님 잘 부탁합니다. 파이팅!”
유 팀장이 마른 땅을 박차면서 뛰어가는 기운이 느껴진다.
“인백 씨, 우리도 속도를 내자구.”
아직까지 주로는 평탄했다. 페이스를 빨리해서 달린 지 10여 분이 지나서부터 들이마시는 공기 못지않게 내뿜는 숨이 뜨겁다. 작열하는 태양에 달구어지는 대지처럼 내 몸 또한 그렇게 달구어지고 있었다. 갑자기 지표면이 푸석푸석했다.
“인백 씨, 지금 달리고 있는 땅이 어때?”
“조금 전까지는 모래도 누렇고 땅 빛깔도 그랬는데 지금은 지표면이 푸실푸실하면서 흰색을 띠고 있어요.”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쩌면 석회질 지대로 들어섰을지도 모른다고.
“관장님, 오른 쪽 신발 끈이 풀렸어요.”
나는 주로에 쭈그리고 앉아서 신발 끈을 단단히 조여 맸다. 땅에서 비릿한 석회질 냄새가 열기와 함께 풍겨 왔다. 아마 고대에는 이 지역이 바다였던 모양이다. 바닷물이 넘실대던 그 아득한 세월을 생각하니 지금 이 땅 위를 달리고 있는 나라는 존재가 덧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언제부턴가 마음이 허전하고 삶이 덧없다는 생각이 들면 시를 읊는 버릇이 생겼다. 써놓은 시거나 아니면 떠오르는 시상을 흥얼흥얼 읊었다.
지평선
어느 날 내가 눈을 떴을 때
사방이 텅 비어 있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놀랐다
이 광막한 땅이 비어 있다니
보이는 건 오직 지평선
지평선은 직선이 아니다
나를 에워싸고 있는
지평선은 곡선이다
그 텅 빈
원 속에
지금 내가 있다
지평선은 불변의 선일까
가도 가도
원의 중심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텅 빈 공허 속을
달리고 있다
공허의 그림자와 함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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