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정월대보름날이면 아침 일찍 일어나 어머니께서 챙겨주신 부럼을 깨물고는 평소보다 일찍 학교로 향한다. 큰형이 판 더위를 동네 친구들과 형들에게 팔기 위해서이다.

모두들 벼르고 있는 터라 더위 팔기가 쉽지 않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더위를 팔고서는 집에서 한 줌 들고 온 부럼을 깨물며 저녁에 있을 쥐불놀이를 생각한다. 불에 달궈진 깡통을 돌릴 생각에 절로 신이 난다. 점심 시간에는 어머니께서 정성스럽게 싸 주신 오곡밥과 갖 가지 묵은 나물 반찬 도시락을 먹으며 풍요로운 정월대보름을 맞이했다.

한 해를 처음 시작하는 정월에는 그 해를 설계하고, 질병과 재앙을 막기 위해 다양한 행사와 함께 세시 음식을 먹게 된다.

정월대보름에 오곡밥을 지어 먹는 것은 한 해의 풍요한 곡식을 바라며 액운을 쫓고, 행복과 건강을 기원한다는 의미이다.

겨우내 말린 여러 가지 나물로 음식을 만들면 겨울철 부족한 섬유질과 각종 무기질 성분을 보충하여 건강하게 새해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부럼을 깨물면 한 해 동안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만성신부전증 환우들은 정월대보름의 음식을 먹을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바로 칼륨 섭취 때문이다.

칼륨은 근육의 이완과 수축에 관여하는, 인체에 꼭 필요한 무기질이다. 칼륨은 신장을 통해 주로 배설되므로 신장 기능이 저하되어 소변양이 감소하거나 칼륨 섭취가 많을 경우 칼륨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될 수 있다.

혈중 칼륨 수치가 상승되면 근육무력감, 부정맥, 심하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그래서 만성신부전증 환우들은 칼륨이 많이 함유된 식품은 주의해야 한다.

칼륨은 모든 식품에 들어 있지만 주로 잡곡류, 말린 과일, 견과류, 감자, 고구마, 제철 과일, 야채 등에 포함되어 있다. 정월 대보름에 먹는 오곡밥, 부럼, 나물 반찬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섭취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고 정월대보름에 가정이나 직장에서 정월대보름의 세시 음식을 나누며 서로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는 자리를 피하라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섭취를 유지해야 한다. 신장을 위해 ‘넘치는 것은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는 말의 지혜를 알고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정월대보름날에는 올해도 곳곳에서 대보름관련 전통문화 행사가 열린다. 지역에서 가까운 대보름 잔치에 참석하여 신명나는 전통문화를 체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밝은 달을 보며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고, 다채로운 활동을 통해 조상들의 지혜와 슬기를 배워보자. 아울러 세시 음식을 통해 신장의 소중함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귀한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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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덕 칼럼리스트
신장장애인들의 가슴 저리지만 따뜻한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소통과 나눔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며 격려하는 사랑방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 아름답고 행복한 이야기들을 공유하며 함께 웃고 힘이 될 수 있는 글을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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