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외교통상부를 비롯해 중앙 부처들은 시민단체들의 법인 허가와 감독을 지방이양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복지부도 장애인단체들은 법인 허가와 감독 등 법인업무를 지방이양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인가등록된 사회복지법인, 재단법인, 사단법인들은 그 법인의 주사무소가 속해 있는 지자체로 이관될 예정이다.

그 동안 법인 허가를 받지 못하여 복지부를 쳐다보고 있던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시기를 이용하여 지방으로 가기 전에 법인 허가를 받고자 혈안이 되어 있으며, 최근 법인 허가를 신청한 곳도 여럿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도 단체들에 대하여 국가가 운영비나 인건비를 보조해 주고 있지는 않다. 장애인복지법에 장애인복지단체를 육성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그 육성방안은 사실 사업비 보조가 전부이다.

장애인 단체들을 대상으로 정해진 단체지원 예산 규모에 맞추어 공모사업으로 추진하면 지원된 사업에 대한 평가와 감독만 하면 되고, 단체의 감독이나 육성은 지자체로 넘기면 된다.

올해 단체의 특화사업으로 사업단체가 지정된 곳 중 상당수가 공모형태로 전환되었다. 척수장애인 재활사업이나 시각장애인 사업들도 지정 사업에서 공모로 전환하였다.

개별화된 특성화 사업들도 일반 단체지원 사업으로 통합되는 것이 지방이양과 무관한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가 않다.

중앙법인이라는 단어가 없어질 것이다. 전국 법인이라는 말도 없어질 것이다. 장애인단체들은 중앙회가 있고 지부와 지회가 있었는데, 그것은 단체 자체의 정관상의 문제이고 앞으로 단체가 지방이양되면 사실상 그러한 조직구조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지자체 소속 법인인데 무슨 전국법인이냐는 문제가 발생한다. 공모사업에서 몇 개 이상의 지방 조직을 갖춘 전국법인을 전제로 공모참여 자격을 부여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방 소관 법인들도 그 조건만 맞추면 되므로 의미가 약해질 것이다. 그리고 단체 내에서도 지부들이 각자 법인화를 추진할 것이고, 중앙의 통제권이나 결속력은 약화될 것이다.

다음으로 장애인복지법에 있는 당사자의 참여보장에도 문제가 올 것이다. 장총과 장총련 등 대표 단체성을 인정하여 각종 회의에 참여하도록 한 구조가 개인 중심의 위원 자격부여로 바뀔 수 있다.

이런 경우 위원의 선택권이 정부에 있으므로 대표성이나 단체의 입장을 반영하기란 어렵게 된다. 단체는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도 어렵게 되고, 장애인의 의견전달체계도 깨어지게 된다.

장애인복지단체협의회의 필요성이 다시 대두될 수는 있다. 통합된 단체를 파트너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커질 것이고, 단체의 대표성을 살리고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 단체들도 새로운 통합 단체를 결성해야 한다는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여건이나 환경, 조직구조, 이념 등에서 현재가 그러한 방향을 마련해 줄 수 있지 않다는 것이다. 통합은 역량은 키워줄 수 있으나 다양성과 소수의 참여는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이제 부처별 소관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것이다. 문체부 소속 십여 개 단체들의 지원을 위하여 집중화사업을 하여 차별화된 예산규모로 지원을 하여 왔는데, 모두 지방소관 단체이니 우리 부처 소관 법인이라는 꼬리표가 없어지면 동등한 단체간 경쟁을 통한 사업비 확보가 요구될 것이다.

복지부 역시 복지부 소관이 아닌 다른 단체들의 사업 신청에도 예산을 배정해야 할 것이다. 과거 지원하던 곳이니 운영을 위하여 어느 정도 과거 지원 규모를 유지한다는 명분도 없어져 예산의 분배방식에 변화가 올 것이고, 더 많은 단체들과 경쟁을 통하여 재분배될 것이다. 이제 중앙정부는 분배권력이 된다.

중앙정부가 하던 사업을 지자체에 권한을 주어 예산을 동반한 자치권을 인정하는 것은 시대적 요청일 수 있다. 그러나 이양 건수를 늘리기 위하여 중앙부처의 성격의 사업, 중앙정부의 정책 건의, 시민단체의 지원을 이양하는 것은 가벼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국회를 지방으로 이양할 수 없듯이 장애인단체들의 활동 역시 중앙부터와의 소통을 강화해야 할 것인데, 한 지역에 한정되지 않은 사업들을 지방에 이양하여 지역간 균형과 중앙부처와의 소통 약화, 과다경쟁과 단체의 위상약화를 초래한다면 이는 단체를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혼선과 약화를 가져올 것이다.

한 단체가 서울에 소재하여 법인이 서울법인이 된다면 지방의 사업들까지 서울이 감독하게 될 것이고, 어느 시점에서는 서울 소관 법인이 왜 다른 지역사업을 하느냐, 그러한 예산집행은 인정할 수 없다거나 서울시민의 돈으로 다른 지역에 혜택을 줄 수 없다는 식의 논리에 봉착할 것이다.

외통부의 단체들은 주로 스스로 재원을 가지고 수익을 자체 해결하는 이익단체들로 지방이양이 가능한지는 모르겠으나, 이양의 건수를 늘리거나 단체의 업무를 줄여 업무과다를 해결하고자 한 발상이라면 크게 잘못된 선택이 아닌가 한다.

지방이양의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나 복지시설의 중앙환원을 논의하는 마당에 단순히 예산지원만의 문제가 아닌 여론형성과 역량강화, 기부문화 형성, 계층참여를 통합 통합사회 구현이라는 요소들을 간과하고 이양하는 것은 매우 위험해 보인다.

국회를 지방이양할 수 없듯이 장애 유형별 단체들을 이양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대혼란만 눈에 선하다. 전두환 비상시국에 단체통폐합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 행정도시 세종시로의 청사 이전의 소통문제 해결책이라고 볼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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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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