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유명 조각가인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의 대표적인 작품을 말해 보라고 하면 단연코 ‘생각하는 사람(The Thinker)’일 것이다. 조각의 조 자(字)도 모르는 내가 알 정도라면 정말 유명한 작품임엔 틀림없다.

왠지 조각에서 끝없는 ‘고뇌’가 느껴진다. 마치 나의 모습 같다고 할까? 칼럼 작성 전에 이 작품에 대해 알아보니 최초로는 1902년에 완성되어 현재까지 파리 로댕 미술관에 보관 중이며, 재질은 청동 대리석 조각이고, 현재까지도 많은 복제품이 존재한다고 한다.

난 이 작품을 보면서 오늘날 장애인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항시 고뇌에 찬 모습이 현실을 말해준다. 언젠가부터 난 이런 이야기를 자주하곤 한다. ‘이동이 곧 삶의 시작’이라는 말을. 그런데 내 자신이 한 말이지만 정말 맞는 것 같다.

삶과 죽음의 경계는 호흡과 무호흡의 차이에 있지만 호흡한다고 해도 이동이 불가하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기본권이 박탈되기 때문이다. 그야 말로 ‘어레스트’(‘Arrest’, 의학 용어. 환자의 무호흡 상태를 뜻하며 응급조치가 필요.) 상황이다. 소대변 처리가 불가능 해 배설의 권리가 침해당하고, 더불어 이동의 권리 또한 제약이 생긴다.

이 같은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활동보조서비스를 만들었다. 그러나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인간의 배설과 이동 같은 기본권이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권리의 존립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현재까지도 인력이 없어 허덕이는 상황에 놓여 있고, 그 때문에 기다리는 장애인들은 속이 타들어 간다. 또한 이를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손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중개기관들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발만 동동 굴리고 있다.

지금의 활동보조서비스는 메리트가 없는 일거리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채용 광고가 범람한다. 아무리 급여가 높아도 일을 하면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없다면 결국 구직자들은 외면하고 만다.

정부가 내세운 정책이니 만큼 잦은 공익광고나 실제 사례들을 보여 주며 활동보조서비스의 존재 자체를 알려야 한다. 실제로 아직까지도 서비스 용어 자체도 생소해 하는 분들이 많다. 이 점을 감안하여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임금 문제다. 앞서서는 임금이 많아도 직업 자체의 메리트가 없으면 안 된다고 했지만 사실 활동보조서비스는 그 반대이다.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지만 낮은 임금 때문에 장점이 퇴색된다. 임금 문제는 꽤 큰 사안이다. 현재 활동보조인 인구 중 대부분은 4-50대 중장년층이다. 물론 이 중에는 가사 도우미로 활동하시는 분도 계신다. 하지만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중증장애 때문에 본인의 신변처리나 이동 관련 혹은 타인과의 소통을 위한 도움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려면 큰 노동이 가능한 젊은 친구들이 필요하다. 젊은 친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필수 요건은 안정된 임금이다 특히나 요즘 선호하는 근무 형태는 짧게 일하고 급여가 적은 직종보다 좀 일이 고되더라도 높은 임금과 안정된 입지를 선호하는 측면이 많음을 고려할 때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활동인구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턱없이 모자란다. 높은 임금은 활동 보조인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용자의 필요를 위해 어필할 수 있는, 어쩌면 최후의 수단인 셈이다. 최근에 겪은 경험담을 끝으로 글을 맺을까 한다. 후배 한 명에게 한 번은 활동 보조인 할 것을 제안해 봤다. 그러자 그는 디테일한 사항도 듣지 않고 단칼에 거절했다.

“형, 저 허리 나가요.”

나는 그 말을 듣고 한 마디도 덧붙일 수 없었다. 그의 입장에선 그렇게 느껴질 것이 당연하니까. 이것이 활동보조의 현주소다. 변화해야 한다. 더 나은 방향으로. 그러기 위해선 현 정책에 대해 점검하고 수정해 나갈 것은 수정하면서 늘 머리를 맞대고 씨름해야 할 것이다. 마치 ‘생각하는 사람’ 조각처럼… 누구 한 사람이 아닌 모두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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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30대의 철없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주관적인 옳고 그름이 뚜렷해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분노하고 바꿔나가기 위해 두 팔 벗고 나선다. 평범한 것과 획일적인 것을 싫어하고 항상 남들과는 다른 발상으로 인생을 살고픈 사람. 가족, 사람들과의 소통, 이동, 글, 게임, 사랑. 이 6가지는 절대 놓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최신 장애 이슈나 미디어에 관한 이야기를 장애당사자주의적인 시각과 경험에 비춰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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