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역에서 200번 저상버스를 타니 시내를 거처 20분 만에 정원박람회장에 도착한다. 국제 행사를 치르는 도시답게 버스기사와 시민도 친절하고 박람회장 정문도 깔끔하고 정갈하다. 다양한 주제로 나라별 박람회가 개최되지만 정원 박람회는 순천만과 가장 잘 어울린다.

지구의 정원, 순천만은 사람과 자연, 도시와 습지가 공존하면서 만들어낸 자연과 인간의 합작품인 것이다. 순천만 정원박람회는 자연의 가치를 세계인이 함께 나누고 누리는 생태도시의 완성된 모습을 꿈꾼다.

지구상에서 가장 온전하게 보전된 연안습지 순천만은, 국제 박람회답게 하늘이 내린 정원이다. 해마다 철새들이 찾아와 지친 날개를 쉬어 가는가 하면, 수백만 명이 갈대 숲 사이를 걸으며 치유의 힘을 얻곤 하는 곳이다.

박람회장 안에선 각 나라의 다양한 전통정원 문화를 만나 볼 수 있어 감탄사가 쏟아져 나온다. 우리가 딛고 살아가는 지구는 인간의 삶의 터전이다. 그런 지구에 정원이 있다면 아마도 그 곳은 순천만이 아닐까 생각된다.

순천만은 바다의 생명을 키워내는 요람이기도 하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생태 정원 순천만은 순수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변함없이 지켜내려는 노력 그 자체이기도 하다. 지구를 아끼는 마음으로 순천만을 사랑한다면 자연은 더 많은 것으로 우리 삶을 풍성하게 해줄 것이다.

박람회장에서 가장 먼저 만난 곳은 수목원 구역이다, 가을숲길을 비롯해, 남도숲길, 사색의 길도 있다. 남도숲길과 이어진 사색의 길엔 산 벚나무, 산수유가 자라고 다양한 종류의 야생화가 피었다. 사색의 길을 걸으며 잠시 철학자가 되어본다.

사색의 길은 자신의 내면과 대면 할 수 있고, 사색하기 가장 좋은 장소다. 실제로 많은 철학자가 꾸준히 숲을 산책하며 자신만의 사상을 완성했다고 한다.

철학자가 아니어도 이 길에선 누구나 자신을 발견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색을 끝내고 다시 정원구역으로 발길을 돌린다.

세계 정원 구역은 각 나라마다 독특한 개성이 엿보인다. 먼저 중국의 정원. 땅덩어리가 넓은 나라인만큼 정원 규모도 크다.

정원에 심은 수목은 복을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정원이 품은 자연의 힘을 전해줌으로써 새로운 기운을 가져온다고 믿었던 것이다

중국의 정원은 우리 정원과도 많이 닮아 있다. 연못 한가운데 정자가 있고 못 둘레 푸른 잔디며 정원수가 자라고 있고 정원을 꾸밀 때도 자연과 가장 가깝게 연출한 것이 돋보인다.

박람회장 한 가운데 널찍한 호수도 보인다. 호수정원은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 찰스 젱스가 순천의 풍경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것이다. 호수정원은 세계정원 구역의 메인공간이라 할 수 있다.

호수정원 중심의 봉화언덕은 순천의 봉화산을 형상화 했다. 봉화언덕은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접근하기엔 역부족이다. 달팽이 모형으로 만들어져 길이 좁고 위험해서 올라갈 수 없다.

다만 호수를 가로지르는 데크로가 만들어져 있어 산책하기엔 알맞다. 호수정원은 순천의 동천을 상징하기도 한다. 동천은 계족산과 용계산의 물들이 모인 하천으로 순천만으로 흘러간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원박람회는 볼거리가 많고 체험거리도 다양하다. 재즈 팝 콘서트는 동천갯벌 공연장에서 볼 수 있고, 전문거리공연도 상시 개최된다.

지역문화 공연인 춤의 여행, 세계의 춤 공연은 박람회를 찾는 여행객에게 인기문화 행사다. 체험거리도 다양하다. 이미지 유화액자 만들기를 비롯해서 미니화분 만들기, 승마체험까지 순천만 국제 정원 박람회를 찾는 여행객에게 실망시키지 않는다.

박람회장을 다 둘러보고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으로 발길을 돌린다. 순천역에서 박람회장까지는 저상버스가 상시 운행되지만 박람회장에서 순천만생태공원까지 이동할만한 버스가 마땅치 않다.

남문인 꿈의 문 앞에서 순천문학관까지 무인궤도택시인 에코트렌스가 운행된다. 에코트랜스는 수요일부터 일요일인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인터넷 접수를 통해 한시적으로 운행된다.

에코트랜스는 청정 생태계의 순천만으로 진입하는 관광객과 차량의 진입을 막기 위해 도입한 이동수단이다.

최대 9명까지 탑승이 가능하고 유모차나 자전거,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도 편리하게 이용 할 수 있을 정도로 공간도 여유로운 편이다. 본격적인 운행은 10월 말 상시 운행될 전망이라고 한다.

•가는 길

용산에서 KTX 이용, 복지 할인 적용 왕복 4만원

순천역 앞 200번 저상버스 상시 운행.

순천장애인 콜택시 두 시간 전 예약. 전화 061-751-8181

•먹거리

박람회장 안 푸드 코트.

순천만자연생태공원 근처 꼬막정식

•장애인화장실

박람회장 곳곳에 장애인 화장실이 잘 마련돼 있다.

•잠자리

순천장애인 자립생활센터에서 휠체어 접근 가능한 숙박업소 정보 제공

에코비치캐슬 http://www.ecobeach.co.kr/

전화 061-725-3355/010-6621-0718

•문의

휠체어 배낭여행,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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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선 칼럼니스트
여행은 자신의 삶을 일시적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일상을 벗어나 여행이 주는 해방감은 평등해야 한다. 물리적 환경에 접근성을 높이고 인식의 장벽을 걷어내며 꼼꼼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돈 쓰며 차별받지 않는 여행, 소비자로서 존중받는 여행은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모두를 위한 관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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