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양쪽 끝을 따라 설치된 충돌 유도 점자블록. ⓒ서인환

세종시의 점자블록 색상은 회색으로 노란색 점자블록을 설치하도록 하는 규정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노란색을 점자블록으로 하는 이유는 빨주노초파남보의 빛의 스펙트럼 중에서 중간색으로 하여 눈에 무리가 적으면서 가장 눈에 잘 띄는 색이어서 저시력 장애인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한, 세종시 점자블록은 횡단보도 양쪽 대기선에 설치되어 있지 않다. 차도와의 경계선에서 30cm 떨어져서 점자블록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은 보행을 하면서 점자블록을 발로 밟았을 경우 정지할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함이다. 그렇지 않으면 발걸음 속도에 의하여 한 발 더 나아가 넘어지거나 위험한 지역으로 떨어져 다칠 가능성이 있으며,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인데, 세종시에는 그런 점자블록은 아예 없다.

횡단보도의 폭과는 무관하게 연석 경사로를 3분의 1만을 경사지게 하여 휠체어도 그 공간을 겨우 지날 정도로 하기 때문에 바퀴가 턱에 부딪치거나 휠체어가 균형을 잃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약 오는 휠체어와 가는 휠체어가 만난다면 비켜갈 공간은 전혀 없다.

그리고 그런 공간을 비장애인과 같이 줄줄이 지나가거나 서로 방해하며 지나가게 될 것이다. 만약 건너가는 사람들이 많아 옆으로 비켜간다면 보행로에서 단차를 내려서게 되므로 실족하거나 다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어린이와 노인의 경우 이 단차에도 얼마든지 위험하다. 깔대기처럼 생긴 이 공간은 마치 울퉁불퉁한 환경과 동일한 효과를 내기에 충분하다. 움푹 파인 것과 같아서 보행자가 중심을 잃기가 매우 쉽다.

시각장애인의 경우는 더욱 위험하다. 정확한 경사 구간을 찾지 못하여 낙차가 있는 단차 위에서 내리게 되므로 발을 헛디디게 돼 매우 위험하다.

차량이 경사로를 이용하여 인도로 올라오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그렇게 설계한 것이라 짐작되는데, 그것을 막자고 보행자를 위험에 처하게 하거나 횡단보도 폭 중 극히 일부분만 이용하도록 깔대기 모양으로 설치하는 것은 촌극이다.

이렇게 하려면 차라리 횡단보도 중 중앙 부분으로만 통행하게 하는 것이므로 횡단보도 폭을 줄이는 것이 낫다. 하지만 자동차가 정지하는 안전선을 지키게 하고 쉽게 횡단보도를 발견하도록 하기 위하여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세종시를 별나라로 만들 좋은 아이디어로 취급되어 비싼 자문비나 설계비를 받았을 그 누군가가 생각하니,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엉뚱하고 엉터리 도시로 만든 그 사람이 너무나 원망스럽다.

편의증진법을 자의대로 해석하고 전문가라는 권위가 법보다 앞서고 하는 나쁜 관행이 편의증진법과 편의시설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예산낭비를 하게 하는 것이다. 새로운 도시, 중앙정부가 되는 행정도시를 완전히 망쳐 놓았다. 이러고서 어찌 정부가 편의증진법을 지키라고 말하는 입장을 취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장애인 당사자가 정책에 참여하게 하였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보행도로의 연석을 따라 회색 점자블록을 선블록으로 연결하였는데, 이것은 점자블록이라 할 수가 없다.

첫째 위험한 곳으로부터 30cm를 떨어져서 설치한다는 규정을 위반한 것이고, 다음으로 점블록과 선블록을 이용하여 분기와 주위 살핌, 낙차나 방해물이 있는 경우 점블록을 설치하고, 안전하게 블록을 따라가도록 유도하는 선블록이 있어 이를 잘 활용하여 설치하여야 하는데, 회색 선블록만을 미관상 연석과 평행하게만 설치하였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이라고 할 수가 없다.

주차된 자동차의 후미 부분이 튀어나와 점자블록 위를 걷는 시각장애인의 몸이 부딪히기도 하고, 기둥 등과 정면으로 부딪히도록 사고를 유도하는 위험물로 작용하도록 설치되고 있다.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설계방식, 즉 국적도, 법적 근거도 없는 디자인 위주의 설계방식이 보행학을 모르는 전문가에 의해 엉터리로 설계되었으며, 전 도시를 이렇게 통일되게 설치한다는 것이다.

검증도 되지 않은 이상한 방법보다는 통일성과 법 규정의 준수가 우선되어야 한다. 무슨 아이디어 박람회처럼 편의시설을 무시한채 도시를 만들어 버린 결과에 대하여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엉터리 편의시설 설치에 낭비한 국세에 대한 책임을 국민들이 구상권을 행사하여서라도 물어야 한다.

행복도시 세종시가 인공 위험도시가 되어 버린 현장을 고발한다.

웅덩이인지 경사로인지 모를 깔대기형 연석경사. ⓒ서인환

횡단보도 환쪽으로 몰아 한 줄기 물처럼 사람을 흐르게 하는 혼잡유발 안전포기지역. ⓒ서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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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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