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와 대전 등지에서 병원에서 알게 된 뇌성마비 장애자녀를 둔 엄마들이 필자를 찾아왔다. 그들은 5세에서 8세의 아이를 두고 있었다.

엄마들은 한국에서는 아직 자기줄기세포의 시술이 허용되지 않아 중국으로 가서 1회에서 3회까지 시술을 받았다고 했다. 일어서기도 힘든 아이들이 제법 뛰어다니기까지 하기도 하고, 까치발을 하던 아이들이 발바닥을 땅에 딛게 되었고, 발가락을 벌리는 것이 되지 않던 것이 치료가 되었으며, 그림그리기나 기억하기, 말하기 등에서도 획기적인 효과를 보았다고 하였다.

자기줄기세포 시술은 자신의 몸의 혈액이나 지방에서 자기줄기세포를 추출하여 이를 배양한 다음 혈관에 투입하는 것으로, 일부 국가에서는 투약이 아니라 의사의 기술적 시술로 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의료적 시술을 한국에서는 투약으로 보고 식약청의 허가 사항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식약청 허가를 받으려면 많은 사람에게 임상실험을 하여야 한다. 자기줄기세포는 자신의 것인데 자신에게 투입하기 위한 임상실험을 위해 다른 100명에게 시술하여 효과를 증명한다는 것은 어패가 있으므로 사실상 허가를 할 수 없는 법적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런데 이 날 필자를 찾은 엄마들은 자기줄기세포의 효과가 있어 재차 시술을 받으려고 중국으로 출국을 하려 하였으나, 아이가 몸에 열이 있거나 집안 사정 등으로 중국으로 다시 가지 못했다며 안타까워 했다.

약의 판매를 허가받기 위해서는 임상실험을 하여야 하고, 자기줄기세포는 다양한 사람에게 시험하여 효과를 검증할 수가 없으므로 임상실험을 할 수가 없어 약으로 판매허가가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임상실험을 생략하는 조건부 인가가 가능하도록 18대 국회에서는 법개정안이 발의되었다. 그 것도 정부안으로 발의된 것이었다.

지난 해 12월에 이 법이 통과되면 국내에서 시술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2월로 처리가 미루어지더니 2월에도 민생법의 우선처리 원칙에 밀려 법개정은 처리되지 못했다.

새로운 시술치료의 효과를 경험한 부모로서는 1회 시술에 1천5백만 원이 드는 것도 부담스럽겠으나, 국내에서는 시술을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하여 안타까움과 더불어 국회에 대한 원망이 컸다.

국회에서 법을 개정함에 있어 상임위가 열려야 하고, 법사위의 검토가 있어야 하고, 총회의 통과절차가 필요하지만 상임위원장의 의지가 있어야 회의가 열리는 것이고, 간사의 법안 상정이 있어야 상임위원장에게 의안이 전달된다.

하지만 법안 통과를 기다리며 애를 태우는 국민들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을 가진 의원들은 바쁘다거나 상대 당이 협력해 주지 않는다는 이유를 댄다.

자기줄기세포는 이미 아무런 부작용이 없음이 중명되었고, 중국으로 건너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시술을 받고 있으며, 기적같은 효과를 보았다는 사례도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 정작 법 개정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이제 두 달만 지나면 18대 국회에서 발의된 모든 법률안은 페기가 되고 만다. 새로이 구성된 의원 중 누군가가 새로이 발의를 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의원을 대상으로 설명하고 설득하여야 한다.

결국 국회가 새로 시작되자마자 바로 자기줄기세포 시술을 허용하도록 약사법 개정에 착수한다는 보장도 없다.

의원들에게 자기줄기세포에 대하여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여 어느 정도 분위기를 만드는 것에 몇 년이 걸리는데, 아이의 나이는 점점 들어가고 발달단계를 놓치면 효과가 줄어들 것이 분명하며, 교육도 받아야 하고,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고 발달해야 하는 아이가 잠자는 공주도 아니고, 발달이 정체되어 시간만 보내고 있어야 하니, 엄마들의 심정이 얼마나 급하고 답답할지 이해할 수 있었다.

방문한 엄마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어떤 효과를 보았는지 말하다가, 약사법의 문제로 더 이상 치료를 할 수 없거나, 재정적 부담으로 어떻게 해 줄 수 없음에 가슴이 매어와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필자는 국회의 외면 속에 가슴이 타 들어가는 부모들에게 국회의원들이 각자 국가와 국민을 위해 많은 일들을 하였고, 앞으로도 많은 일을 약속하니 지지를 해 주고 국회로 보내 달라고 저자세로 표를 구걸하고 있지만, 최소한 이러한 엄마들에게는 씻지 못할 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느꼈다.

우리는 아무런 대가도, 비용도 들이지 않고 무상으로 저녁노을을 보고, 길을 걷고, 말을 한다.

하지만 자폐장애아나 언어장애아를 둔 엄마들은 아이가 어느 날 ‘엄마’라고 말해주기를 몇 년을 기다리고 노력하고 비용을 들인다. ‘엄마’라고 한 번 듣는 순간 그 감격과 기쁨을 국회의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아이가 사고력이 발전되고, 언어력이 좋아지고, 근육 운동이 발달하는 모습을 보면 무슨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그 효과를 촉진하고 싶을 것이다. 이렇게 자나 깨나 아이에게 붙어서 모든 것을 희생하며 돌보고 있는 엄마들에게 정치인들은 모두 죄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국회의원들의 부모가 특정 시술을 받아야 숨이 넘어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데, 그 것을 위해서는 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해도 이렇게 약사법 개정안을 방치했을까?

시술이 늦어져 아이들의 장애가 개선되지 못했다면 나중에 그 원망을 어떤 값으로 감당하려 하는지 국회의원들이 참으로 용감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눈물을 닦아 주지 못하더라도 한을 품지는 않도록 배려해야 하지 않을까?

18대 국회가 남은 기간 동안 그냥 세비를 받지 말고 조속히 약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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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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