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클리에서 정상적으로 졸업하려면 학과 선택을 철저하게 잘 해서 한 학기에 12 학점씩을 들어야 한다. 그러나 학습량이 많기로 유명한 버클리에서는 한 학기 9학점도 벅차다.

졸업이 급한 나는 한 학기에 18학점씩 들어가며 시간을 거의 배로 앞당길 수가 있었다. 마지막 여름학기 8학점만 들으면 졸업할 수 있었는데 여름에 상원 인턴으로 가기로 결정되어 여름학기 수강을 취소했다. 가을학기까지 들어야 해 조금 늦어지지만 상원 인턴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성적은 낮지 않게 잘 나왔다. 평점 3.5만 넘으면 미국 어느 대학원이든지 갈 수 있다고 하는 데, 나는 3.7이 넘었다. 남들보다 두 배로 들어가면서 받은 점수여서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공부만 한 것이 아니다. 동아일보의 도깨비 뉴스 리포터로 활동하며 여러 번 머릿기사를 올리기도 했다. 클럽 활동과 글 쓰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상원에 갈 준비하는 서류들도 만만치 않았다. 버클리는 학점을 거의 다 마쳐가면 졸업식을 조금 미리 하게 해 준다. 나는 가을학기까지 공부해야 하지만 졸업식은 5월에 하기로 했다. 그 준비 또한 만만치 않았다.

몸에 과하다는 느낌이 가끔씩 들더니 결국에는 삼출성 중이염으로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가 없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삼출성 중이염이면 주사로 물을 빼면 금방 낫는 다는 데 이 곳은 약만 주었다.

귀가 제대로 들리지 않아 귀를 잡아당기며 강의를 들었다. 게다가 딸은 폐렴을 앓고, 아들은 다쳐서 휠체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눈물조차 흘릴 수 없을 정도였다.

삼출성 중이염을 쉬어야 한다고 의사가 말했지만 나는 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더 악화가 되는 것 같았다. 상원 인턴은 물 건너 간 것 같았다. 이렇게 고통스러우니…….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소리가 시원스럽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 때의 기쁨을 어떻게 표현하랴. 날아갈 것 같은 기분으로 공부를 하고 졸업 준비하고 상원에 갈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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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지체장애인으로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사회학과를 졸업, 미국 탐 하킨 상원의원 장애국 인턴을 역임했다. 또한 서울장애인체육회 워싱턴 통신원, 서울복지재단 워싱턴 통신원,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했다. 출간한 수필집 ‘사랑, 그 빛나는 조각들’은 1992년 올해의 우수도서로 선정됐으며, 2009년에는 워싱턴 문학 수필부문 가작에 당선됐다. 각종 미국 장애인 소식을 전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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