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로 들어서면서부터 에이블뉴스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칼럼니스트란 생각도 못한 이름을 달다니 타의 반, 자의 반으로 시작한 정말 상상도 못한 일들이 또 내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뭘 써야할지 어떻게 써야할지 그중 내게 일어난 일들을 쓰라고 하시는 어느 분의 말씀을 듣고 시작한 글, 일단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드리는 게 예의라 생각해서 있는 모습 그대로라는 제목과 함께 정말 있는 모습 그대로 올려놓기 시작했다.
몇 편 올라가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방송 국 작가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갑자기 이게 뭔 일이래?’
난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웠다. 방송이라면 온몸에 붕대를 감은 채 사랑의 리퀘스트를 통해 화상을 입은 직후 나온 적이 있었고 재작년 연말 특집으로 잠시 법무부 범죄 피해자지원센터의 홍보차 나온 적은 있지만 이렇게 나를 궁금해 하며 직접 연락이 온 것은 놀랄 일이었다.
요즘 정말 대단하고 멋진 사람들이 많은데 특별할 것 없는 내게 이런 연락이 온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고 신기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에이블뉴스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본다는 사실에 더더욱 놀랐고 에이블뉴스의 힘이 그 순간 내 온 몸으로 느껴졌다.
연락이 온 몇몇 방송은 이름만 들어도 아는 프로였고 잠시 스치듯 보았던 프로도 있었다. 그중 내 마음을 두드린 방송프로는 EBS 희망 풍경이라는 프로였다.
장애인들이 세상 속에서 모습은 비록 다르지만 희망의 빛을 잃지 않고 더 반짝이며 잘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통해 같은 장애인들도 힘을 내길 바라고, 또 비장애인들에게는 같이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여줌으로 인해 다른 시선이 아닌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길 바라는 의미 있는 프로라서 방송촬영 수락을 했다.
물론 아이들과 엄마에게도 자세히 설명을 해드렸다. 나만의 생각으로 가족들을 불편하게 할 수는 없기에 상의를 했다.
“얘, 방송은 대단한 사람들이 나오는 건데 우리가 뭐 보여줄게 있다고 찍느냐?”
“그러게 아마 요즘 멋진 사람들이 많아서 심심한가봐 그래서 우리 같이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이 특별해 보이나봐.”
“하하 그러게 별일이다~.”
“그냥 우리 평상시 하던 대로 하면 돼 그게 우리 모습이니까.”
“엄마 우리도 나와야 해?”
“응, 너희도 나왔으면 좋겠는데 싫으면 할 수 없고 근데 너희가 엄마 자식이라서가 아니라 너흰 참 좋은 녀석들이야. 힘든 과정에서도 잘 자란 너희들이 엄만 자랑스러워 다른 어려운 친구들 중 한 명이라도 혹시 너희를 보고 맘 잡고 잘 이겨나갈지도 모르잖아 그럼 너무 좋지 않을까?”
“하하하 알았어~! 잘생긴 얼굴 나오면 곤란한데 할 수 없지.”
이렇게 우리 가족에 동의를 얻고 작가와 만나고 곧이어 촬영 피디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희망풍경을 담아냈다.
일상적인 일들이 다인 나에게서 나올 장면들이 과연 어떤 작품이 되어 올려질까? 늘 다른 사람에 사는 모습만 보다가 내가 나의 사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좀 묘한 설렘이 든다. TV에 나오는 모습이 이쁘고 안 이쁘고가 아닌 과연 내가 사는 방식이 어떤지 난 항상 내가 사는 모습을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글로 옮겨놓곤 했는데 혹시나 다르지는 않을까?
촬영도중 만난 아는 분에게서 어떤 사람들이 방송에 나왔었는데 그 방송을 보고 그 프로가 한 순간 실망감으로 가득 차 다신 보고 싶지 않은 프로가 되었다고 하던 소릴 들었었다. 삶과 TV로 비춰진 모습이 너무도 달라 아는 사람들은 실망뿐 아니라 방송의 신뢰도 무너지기에 시청자의 입장인 나로선 정말 조심스러운 기다림이다.
촬영 카메라 렌즈로 들여다 본 내 삶이 거짓 없이 진실하길 바라며 요번 금요일 희망풍경이 그 이름 그대로 희망풍경으로 그려지길 바란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