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분석실의 모습과 힘판, 표식자, 근전도 백팩. ⓒ김하용

오늘 저희 병원에 보조기를 만들어 주시던 보조기 회사에서 분점을 내셨습니다. 원래는 아이스크림 공장이었는데, 새로이 리모델링을 해서 공장과 전시실, 그리고 숙직실을 갖춘 보조기 공장으로 탈바꿈을 했습니다. 참석해서 이리 저리 둘러 보는데 병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5층에서 떨어진 아이가 응급실로 왔다고 합니다. 가야겠구나 생각하는데, 회사 옆 주택가에서 엄마의 야단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이가 무엇인가 잘못을 했는지, 엄마는 “나가”라고 야단을 치고 있었습니다. 저는 슬쩍 회사에서 나와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 보았습니다. 2층 주택에 야단맞는 두 아이가 보였습니다. 한 아이는 계단을 뛰어 내려갈 태세이고, 한 아이는 연신 손을 빌며 “엄마 잘못했습니다. 들어가게 해 주세요”라고 우는 목소리를 하였습니다. 어린 시절이 떠 올랐습니다. 그리고 오늘 중학교 다니는 둘째 아이에게 수학 58점 맞았다고 전화로 야단 치던 기억이 떠 올랐습니다. 물론 5층에서 떨어진 어린이 생각도 났습니다.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경쟁과 타협, 국화와 칼이 어떤 동력을 만들고, 그 주위로 견뎌냄(순응)과 방향을 틈(전환)이 있나 봅니다.

지금의 보행 분석 장비는 3차원 동작 갭쳐 장비(3-D motion capture system)로써, 실사와 유사한 만화 영화나 매트릭스 같은 영화를 만들거나, 3차원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드는 장비와 동일합니다. 3차원 동작 캡쳐란 피검자가 빛에 민감한 표식자를 부착하고 보행로(캡쳐 공간)를 보행하는 동안, 카메라가 이 표식자를 추적하여 3차원 좌표를 컴퓨터로 전송하고, 컴퓨터는 소프트웨어적으로 이 좌표들을 한데 묶어 보행의 형태를 그래프로 표현합니다. 하드웨어적으로 카메라는 표식자를 조건에 따라 초당 60-2000회 추적하게 됩니다. 2000회 캡쳐는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처리 속도가 너무 지연되고, 자료가 차지하는 파일 사이즈가 너무 큽니다. 그래서 통상적인 보행 검사는 60-120회 캡쳐를 기본으로 하며, 이 때의 한 환자의 파일 사이즈는 1G 정도 됩니다.

보행 분석에서는 기본적으로 인체를 분절과 관절로 나누는데, 분절이란 허벅지(2), 종아리(2), 발(2), 그리고 골반(1) 등 하지에 7개의 분절이 있으며, 분절은 변형되지 않는 딱딱한 강체로 가정합니다. 각 분절 간에는 관절이 있습니다. 엉덩이 관절, 무릎 관절, 족관절 등이 그것입니다. 각 분절 마다 3개의 표식자를 부착하고 보행하게 되면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각 분절의 움직임과 관절의 움직임을 3차원적으로, 그리고 실시간(real time)으로 계산해 냅니다. 이런 움직임의 형태에 관한 연구를 운동형상학(Kinematics)이라고 합니다.

이에 반해서 움직임이 일어나는 힘에 관한 연구를 운동 역학(Kinetics)이라고 합니다. 이를 위해 보행 분석실에는 힘판(force plate)과 근전도 백팩 등의 두가지 하드웨어가 추가로 있습니다. 힘판은 보행로 중간에 놓여 있어서 이를 밟는 동안 힘의 양과 방향을 측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근전도는 중요 근육 표면에 부착하여 실시간적으로 근육의 활성도를 측정합니다.

검사의 과정을 말씀드리면, 피검자는 먼저 기본 신체 지수(키, 몸무게 등)를 측정하고, 이학적 검사(관절 각도 측정 등)를 합니다. 이후에 신체의 해당 부위에 표식자를 부착하고 보행로를 걷게 됩니다. 검사에 따라 근전도 백팩을 함께 하고 걷기도 합니다. 이로 피검자가 할 일은 끝나고, 검사실 직원은 컴퓨터를 조작합니다. 검사에 걸리는 시간은 보통 1시간 가량 정도지만, 경우에 따라 이틀이 걸리기도 합니다.

현재 국내 병원에는 바이콘, 모션어낼리시스, 엘리트라는 회사의 시스템이 들어와 있으며, 대부분 서울 지역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최근에는 병원 외에도 여러 연구시설(재활 공학 연구소, 카이스트, 표준과학 연구소 등)에 이 장비가 들어와서 연구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보행 분석의 과정과 얻어지는 데이터. ⓒ김하용

전라남도 순천에서 태어나 매산 고등학교를 다녔고, 1988년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습니다. 공중보건의로 여수 애양재활병원에서 근무하면서 많은 소아마비환자와 장애인들을 접한 것이 제 나아갈 길을 정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서울대학병원에서 소아정형외과 전임의를 하고, 대전 을지대학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2002~2003년 간은 미국 오레곤주의 슈라이너 소아병원에서 뇌성마비와 보행 분석을 더 공부했습니다. 현재는 을지대학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와 보행분석검사 실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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