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가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오는 계절이 목전입니다. 두어 달 칼럼을 쓰지 못했습니다. 나름 바쁘기도 했지만, 한두 번 지나치다 보니 타성이 된 것 같습니다.

지난 시간 동안 노 대통령의 서거가 있었고, 장애인의 날이 있었고, 또 제가 가르치던 전공의 선생이 교통사고로 명을 달리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젊고 결혼도 아직 하지 않았고, 잠이 부족해서 수술실에서든 컨퍼런스 시간에서든 틈만 나면 졸았던 기억이 있고, 하지만 궁금한 게 있으면 꼭 찾아와서 이게 왜 이런 거냐고 물어볼 때면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고 싶었던 젊은이였는데……. 사람의 일이란 잘 모르나 봅니다. 아직도 그 친구가 졸린 눈으로 방문을 두드릴 것만 가 같은 상상을 합니다. 상상이라기 보다는 너무나 생생한 현실처럼만 느껴지는데, 그 친구는 다시 올 수 없다고 합니다.

지난 시간에 약속드린 대로 오늘은 보행 분석에 대하여 적어봅니다. 보행이란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방법입니다. 정상 보행은 매우 복잡한 일련의 과정으로 선택적 협동 운동의 패턴(selective synergistic motor pattern)이 뇌에 학습되어 일련의 연속적 운동 형태(sequential motor pattern, 그림)로 나타납니다. 보행의 형태는 개인 차가 거의 없는데, 이는 에너지 효율적인 이동이라는 요구 조건의 결과라고 여겨집니다. 인간은 진화(?)의 산물로 사족 보행(quadrupedal locomotion)이 아닌 이족 보행을 합니다. 물론 어렸을 때는 사족 보행을 하고, 특별한 질환으로 사족 보행을 하기도 합니다. 사족보행은 안정감과 속도면에서 이족보행보다 우수합니다. 이족 보행은 반면에 상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정상 보행을 잘 알면 병적 보행(pathologic gait)을 이해할 수 있고, 해당 되는 병리를 분석하여 정확히 치료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므로, 과거로부터 보행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역사적으로 동굴벽화 등에 보행에 대한 관심이 그려져 있고, 근세에 와서는 Edward Muybridg라는 영국의 사진 작가가 빠른 움직임을 사진에 담기(1872년) 시작하면서 연속적인 과정과 과정에 따른 현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역학적인 연구는 Braune과 Fischer(1894) 등에 의해서 특별한 분석용 장비를 개발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각 병원에 설치되어 있는 3차원 보행 분석 장비의 시초는 2차 세계 대전 후에 하지 의족을 개발하기 위해 Inman에 의해 미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었습니다. 그 이후 보행 분석은 개인용 컴퓨터의 발달과 더불어 장비와 소프트웨어 개발이 급진전 되었으며, Inman의 두 제자인 Jacqueline Perry 와 David H. Sutherland에 의해서 정상 보행에 대한 깊은 연구가 이루어 졌으며, James Gage와 Michael Sussman 등에 의해서 뇌성마비 아동의 진단과 치료로 접목되었습니다. Jacqueline Perry 여사의 <보행 분석>이라는 책은 수년 전에 국내에 번역 출판되어 쉽게 접할 수 있는 명저입니다.

보행 분석이란 보행은 정상인가, 이상이 있다면 어떤 부분이 얼마나 이상이 있고, 원인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떠한 치료가 필요할 것이며, 치료 후 보행은 어떻게 변할까(치료 효과) 등에 대하여 분석을 하는 일련의 과정입니다. 이를 통해 각각의 치료법의 객관적 검증이 가능해졌고, 재활의학이나 소아 정형외과 영역에서는 뇌성마비를 비롯한 신경 근육성 질환의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