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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농인 사회 현실 그린 ‘용의 귀를 너에게’ 출간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04-03 16:50:45
'용의 귀를 너에게' 책 표지.ⓒ황금가지 에이블포토로 보기 '용의 귀를 너에게' 책 표지.ⓒ황금가지
일본 농인 사회의 현실을 촘촘하게 그려내 호평을 얻은 사회파 미스터리 ‘데프 보이스’의 후속작 ‘용의 귀를 너에게’가 최근 출간됐다.

제18회 마쓰모토 세이초 상 최종 후보작에 오르기도 했던 ‘데프 보이스’는 코다(CODA), 즉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자란 청인(Children of Deaf Adults) 출신의 수화 통역사를 주인공으로 해 흥미진진한 플롯 속에 청각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담아 국내 독자들에게도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신작 ‘용의 귀를 너에게’에서는 ‘데프 보이스’로부터 2년 뒤에 주인공 아라이가 맞닥뜨리는 세 가지 사건이 연작 형식으로 펼쳐진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저자는 농인과 수화의 세계를 상세히 묘사할 뿐 아니라 특수교육, 발달장애, 싱글맘 등 폭 넓은 주제를 다루며 사회 속에서 다양한 소수자들이 처한 현실을 세심하게 조명했다.

또한 해설과 다큐멘터리 ‘반짝이는 박수 소리’의 일본 개봉을 통해서 인연을 맺은 이길보라 감독의 실제 경험 역시 작품 속의 한 에피소드로 녹여 내었다.

청각장애인이라고 한데 묶어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선천적으로 귀가 들리지 않은 상태에서 수화로 생활을 하는 ‘농인’과 조금이라도 들리는 ‘경도난청자’, 어느 시점까지는 들렸던 경험이 있는 ‘중도실청자’ 사이에서는 보통 사용하는 ‘언어’도, 사고방식도 다르다. ― 본문 중에서

취조시 수화 통역의 준비도 마찬가지다. 어느 지자체든 청각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 사고나 사건의 당사자가 되었을 때 피해자·가해자를 따지지 않고 수화 통역사 파견을 해야 하는 제도가 있다고는 하지만, 수사관이 알지 못하거나 혹은 필담으로 충분하고 보청기를 하면 들릴 것이라는 ‘현장’의 잘못된 판단으로 그 제도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 본문 중에서


농아시설 ‘해마의 집’에 얽힌 살인사건으로부터 2년 후, 수화 통역사인 아라이 나오토는 여전히 성실하게 농인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역 내 유일한 농아시설인 ‘해마의 집’의 폐쇄 소식이 들려오고, 이에 더해 강요에 의해 억울하게 거짓 자백을 하거나 같은 농인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들의 법정 통역을 맡게 되면서 아라이의 고뇌는 깊어 가기만 한다.

그러던 중 연인의 딸과 같은 반이자 오랫동안 등교를 거부하고 있는 소년에게 수화를 가르치게 된다.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소년, 에이치는 소리를 들을 수는 있으나 말을 할 수는 없는 함묵증 때문에 세상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적극적으로 수화를 배워 나가던 에이치가 자신의 집 앞에서 목격한 일을 털어놓기 시작하면서, 아라이는 자신의 인생 뒤흔들 또 다른 살인사건에 발을 들이게 된다.

과연 에이치가 본 것은 무엇일까? 소년의 ‘증언’은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사건에 깊숙이 다가갈수록 아라이는 정육학(正育學)이라고 불리는 가치관에 여러 번 맞닥뜨린다.

작중 명망 높은 교육자가 제창하는 교육관이자 사건의 실마리가 되는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이 개념은, 겉으로는 올바른 육아를 표방하고 있으나 실상은 부모 양쪽이 아이를 충실하게 돌볼 수 있는 ‘정상적인’ 가족만이 제대로 된 육아를 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유력 정치인이 추진하는 법안의 토대가 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마의 집’ 재건 사업에까지 손길을 뻗는다.

아라이는 농인들의 세상과 깊이 연관된 수화 통역사로서, 또 ‘정상 가족’이란 틀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당사자로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 노력하며 스스로도 한 발 더 성장한다.

용의 귀를 너에게’는 농인을 비롯한 소수자들의 삶과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책이 될 것이다.

<지은이 마루야마 마사키, 옮긴이 최은지, 출판사 황금가지, 페이지 436, 발행일 2019년 3월 25일, 가격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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