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도 작가의 신간 <이빨 자국>. ⓒ실천문학사

<이빨 자국>(글 조재도/값 9천원/실천문학사)은 성장소설이다. 중학교 2학년 학생인 구승재라는 아이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본다. 승재는 성장하느라 팔다리가 길어 몸의 균형이 맞지 않는, 코밑이 거뭇거뭇한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아이인데, 큰형이 지적장애인이다.

<이빨 자국>은 큰형이 장애인이기에 겪는 마음고생과 열등감을 숨기고 살아가는 승재가 결국 주위 사람들과 관계를 통해 열등감을 이겨내고 건강하게 자라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빨 자국>은 단지 10대들을 위한 성장소설이 아니다.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성인들의 마음도 성장시키는 소설이다.

방에 들어서서 시큼하고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오랫동안 씻지 않은 발에서 나는 고린내보다 더 심했다. 아마도 엄마가 바쁜 나머지 가을이 다 가도록 목욕 한번 시켜주지 않아서 더 그런 것 같았다.

방바닥엔 요와 이불이 깔려 있고 형이 입던 옷들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다. 수건을 덧댄 베개에는 시커먼 때가 반질반질하게 묻어 있다. 아무리 보아도 이건 사람 사는 방이 아니다. 짐승의 우리도 이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이 들자 코끝이 시큰해지며 눈물이 맺혔다.

승재의 큰형 승운의 방이다. 승재가 들어선 그 방은 단지 승운만의 방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외진 방'인 것이다. 승운의 방은 우리 사회가 소외시킨 장애인의 현실인 것이다.

중학교 2학년인 승재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이성친구도, 진로 문제도 아닌 지적장애인 형이 속한 자신의 가족이다. 승재의 솔직한 심정은 큰형이 시설로 갔으면 하는 것이다. 승재는 형 때문에 가족이 겪는 고통을 생각하면, 차라리 형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못한다.

'승운을 시설로 보낼 것인가, 말 것인가?' 이 소설의 결말 부분에서 가족 회의가 열린다. 이웃집 여자를 겁탈하려했다는 누명을 쓰게 되고 시설로 보내지는 것이 확정적이었던 승운이다. 과연 승재의 가족은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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