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선 안성산업 대표.

“청각장애인은 마음의 귀로 세상 소리를 듣습니다. 들리지 않아도 상대방의 표정을 볼 수 있고, 그 마음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저의 마음 또한 얼굴 표정과 입모양을 통해 전달할 수 있습니다.”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관장 송경태)의 오랜 차량 봉사자 안종선 씨. 장애로 인한 심적 어려움에서 탈출하고자 봉사활동을 시작했다는 그는 요즘 바쁘다. 이런 저런 다양한 봉사활동으로 일주일 일정이 빼곡하다.

“2005년 8월 어느 날 갑자기 찾아 온 사고로 인해 우측 귀에 이명이 와 입원치료를 했죠. 그런데 그게 나아지지 않으니까 신경을 더 쓰게 되고, 신경성 스트레스로 더 악화돼 왼쪽 귀에까지 이명이 오더니 나중엔 아예 들을 수가 없게 돼 버렸죠.”

청각장애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그는 ‘좌절하면 안 돼!’라고 되뇌이며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 했다. 직장에서도 비장애인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2,3배의 노력을 기울였다.

“퇴직을 한다고 청력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고, 사회에 나가 무엇을 하겠는가를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나보다 더한 장애인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데, 비록 장애인이지만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일이 없나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교차로 신문에서 시각장애인 차량봉사 1개월 1회 모집 광고를 접했다. 그 순간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4년 동안 매월 2번씩 차량봉사를 하려면 아내가 도와주어야 합니다.”

도서관 담당자가 휴대폰 문자로 태워야 할 시각장애인의 명단과 주소, 전화번호를 주면 아내가 그 번호로 전화하여 “차량봉사자입니다. 몇 시 몇 분에 집 앞에 도착하겠습니다.”라고 연락을 취해주어야 하는 것. 안 씨는 그렇게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이동 봉사를 하였고, 덕분에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도서관에서 컴퓨터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그의 이웃사랑은 점점 범위를 넓혀 갔다. 요양원 생일잔치를 마련해주고, 어르신 목욕시켜드리기, 경제적 어려움이 있어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에게 컴퓨터를 기증하는 등 눈에 닿고 마음에 닿으면 현실이 허락하는 한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도움의 손길을 뻗치다보니 보람과 기쁨도 두 배로 되돌아왔다.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따뜻한 말 한 마디는 청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사회에서 겪는 수모를 다 잊게 을 수 있게 하였다. 그럴 때마다 그는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안종선 씨는 2007년 그동안 잘 버텨오던 직장에서 명예퇴직을 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고속도로 순찰 용역을 맡아 2007년 12월부터 익산~장수간 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들리지 않는 약점으로 많은 억울함을 감수해야 했던 지난날들이 다 끝난 것은 아니다. 여전히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고 오랜 싸움을 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봉사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비록 사소할지라도 스스로 누군가에게 보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순간에 청각장애인 되다보니 주위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감동 받고 작은 친절에도 눈물이 고입니다. 주위에서 어려운 일을 당하면 같이 동참해주고 위로하는 마음으로 더불어 세상을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그는 그렇게 세상을 살아오면서 ‘나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하는 것이 도리’라는 교훈을 얻었다. 그리고 그의 자녀들에게도 그렇게 인성과 도리를 가르친다.

그는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내어 봉사할 생각이다. 어려운 이웃을 돕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배움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작은 정성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노력하고 싶다. 그리고 장애를 겪고 있는 모든 이들이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굳건히 일어설 수 있기를 소망으로 가져본다.

전북장애인신문 안정아 기자 / 에이블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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