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의 투쟁이 있는 곳이면 언제나 카메라를 들고 달려가는 다큐인 박종필 감독.

“장애인들의 실제 투쟁 현장들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순간순간 화나고 답답해서 정말이지 카메라를 치우고 같이 투쟁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

지난 제2회 서울장애인권영화제에서 소개된 ‘노들바람’을 제작한 박종필(남·36·다큐인) 감독. 그는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본 장애인들의 현실에 대해 답답해 했다. 이런 마음을 접고 그는 카메라를 들면 냉철해지려고 애써야했다.

“장애인 운동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오해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현장 모습을 냉철하게 담아내 전달할 것인지 고민이 많다.” 지난 6일 서울장애인권영화제 사회를 보느라 정신이 없던 박 감독은 틈틈이 시간을 쪼개 인터뷰에 응해 줬다.

그의 최근작 ‘노들바람’(2003년·90분)은 지난 2001년부터 시작된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중심에 있는 노들장애인야간학교 내부에서 장애해방을 위한 대외투쟁사업과 본래의 교육사업 사이에서 빚어지는 갈등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박 감독은 내부의 갈등을 딛고 노들야학이 더욱 견실한 곳으로 발전해 가는 모습을 그려냈다.

에바다사건으로 장애인과 인연 맺어

지난 3월 26일 장애인차별철폐투쟁선포결의대회 현장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박종필 감독. <에이블뉴스>

박 감독이 처음 접한 장애인문제는 장애인계 사람들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던 에바다 사건이었다. 그는 지난 99년 ‘끝없는 싸움-에바다’(99년·43분)를 에바다 정상화를 위한 연대회의와 공동으로 제작해 냈다. 그리고 그는 이 작품으로 2000년 제26회 한국독립영화제에서 특별상인 ‘연대와 인권상’을 수상하게 된다.

“장애인 삶의 현장에서 에바다 문제를 다루다 보니 방송에서 다룰 수 없는 게 많았고, 문화제를 통해 짧게 보여지고 나니 이렇게 끝나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영상물을 만들면서 장애인들과 관계가 지속되면서 장애인 관련 다큐를 계속해서 찍고 있다.”

에바다사건과 관련해 그 만큼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꿰뚫고 있는 사람도 드물 만큼 그는 깊숙이 장애인 문제에 빠져들었다. 때론 에바다 학생들에게 주먹으로 맞기도 하고, 카메라가 박살나는 치열함도 맛봐야했다. 이러한 고난 끝에 지난 2002년 6월 또다시 ‘에바다투쟁 6년-해아래 모든 이의 평등을 위하여’(2002년·28분)를 완성해 냈다.

그 후 박 감독은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와 함께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다룬 ‘장애인이동권투쟁보고서-버스를 타자!’(2002년·58분)를 제작했다. 이 작품을 만들면서 이동권 투쟁이 있는 곳이면 그는 언제나 달려갔다. 결국 이 작품은 그에게 2002 서울독립영화제 CJ최우수상을 안겨주었다.

사실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는 일반 관객이 쉽게 눈길을 돌리지 않는 분야다. 장애인이란 주제는 더욱 그렇다. 올해로 8년 째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지만 박 감독은 머리 속에서 ‘어떻게 하면 관객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까’ 하는 고민을 떨쳐내지 못했다.

“장애인을 다루는 영화도 적을 뿐더러 더욱이 장애인을 왜곡하지 않고 진실을 알리는 영화도 많지 않다. 게다가 다큐멘터리 하면 ‘지루하다’, ‘어렵다’ 하는 편견으로 인해 일반관객이 많이 찾지 않는 실정이다.”

다큐멘터리 제작여건에 대해서도 박 감독은 답답한 점이 많다. “대부분 장애인단체들이 공적인 지원 속에 활동하는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영상제작에 많이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 제작 후 배급에서도 제대로 비용이 회수되지 못할 때도 많다. 다큐멘터리 제작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제정적인 면이 열악하다보니 아르바이트와 병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에바다만 두 작품…한편 더 찍을 계획

앞으로 박 감독은 일단 현재 찍고 있는 노숙자의 이야기를 다룬 ‘잊혀진 사람들’을 오는 8월까지 완료할 목표를 갖고 있다. 그 다음에는 다시 에바다 문제를 다룰 계획이다. 그는 “대부분의 시설들이 비리가 해결된 후에도 다시금 반복되는데 에바다는 예외적으로 올바르게 세울 수 있게끔 정리됐다. 그러한 부분들에 대해 올바른 시선을 갖게끔 제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 또한 비장애인인 박 감독은 이날 비장애인 관객들을 향해 이렇게 얘기했다. “비장애인이 갖고 있는 가장 잘못된 생각은 장애인을 불쌍하게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인간적으로 바라보는 건 좋지만 그렇게 바라봐선 결코 장애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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