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는 사인볼 농구공 하나를 얻기 위해 장애인인 척 하다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다. 진실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바이오스콥필름

“그게 말이 돼?”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테지만 이런 사람 꼭 있다. 장애인이 부럽다는 사람. 딴은 그럴 때가 있다. 운동장에서 땀 줄줄 흘리며 일렬 종대 한 시간 이상 서 있어야 할 때. 옆 줄로 흘낏 눈을 돌렸더니 휠체어맨이 있다. 전자동으로 엉덩이 밑에 의자를 깔고 앉아 있는 저 사람. 이 아니 부럽지 아니한가.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조제에게 남자친구를 빼앗겼다고 생각한 카나에가 찾아온다. “솔직히 네 무기가 부러워.” 휠체어도 없어서 커다란 유모차에 깊숙히 눌러 앉은 조제가 말한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응.” 조제는 냉정하게 직격탄을 날린다. “그럼 너도 다리를 잘라.”

7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요절복통 프레드의 사랑찾기>에선 장애인인 척 위장 전술을 펴는 사나이가 등장한다. 싱글맘인 마라와 결혼하려는 프레드. 결혼 전선에 먹구름이 낀 건 마라의 말썽꾸러기 아들 리누스 때문이다. 새 아빠가 되려면 어떻게든 고 녀석을 꼬셔야겠는데 농구스타의 사인볼이 갖고 싶단다. 항상 장애인석으로만 사인볼을 던지는 머큐리오 뮐러. 하는 수 없이 프레드는 장애인인 척 휠체어를 타고 농구장으로 향한다.

영화는 전형적인 슬랩스틱 코미디. 과장되고 소란스러운 연기가 폭소를 터트리게 만든다. 휠체어를 탄 채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건 예사. 멀쩡한 프레드가 농구공을 손에 넣기 위해 못 걷는 척 능청을 떠는 상황이 배꼽을 잡게 만든다. 특히 친구 알렉스가 프레드를 돕기 위해 좌충우돌, 오히려 프레드를 난관에 빠뜨리는 게 아슬아슬하게 재밌다.

영화에서 장애인을 희화화하는 것은 자칫하면 눈살을 찌푸리게 할 위험요인이 된다. 편견을 불러일으키는 부정적 이미지로 장애인을 그려내는 것도 터부시된다. 장애인이 등장하는 영화치고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 소재 선택에 유의하라는 이야기는 영화계의 공공연한 묵시다.

그렇다면 독일영화 <요절복통 프레드의 사랑찾기>의 뚜껑을 열면 어떤 결과가 펼쳐질까. 장애인 관객에게 합격점을 받는 것도, 일반 관객들이 스스럼없이 티켓을 끊게 만드는 것도 이 영화가 넘어야 할 산일 텐데.

캄캄한 극장 안에서는 배꼽 빠지게 웃더라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땐 뭔가 찡한 것이 남길 바라는 것이 우리나라 관객들의 취향. 좋은 영화인지 아닌지는 영화를 보고 난 뒤 그대가 하시길.

*예다나 기자는 ‘장애 경력 18년’을 자랑하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입니다.

“장애인에게 제일의 경력은 장애 그 자체”라고 말하는 예다나씨는 22세에 ‘척추혈관기형’이라는 희귀질병으로 장애인이 됐다. 병을 얻은 후 7년 동안은 병원과 대체의학을 쫓아다니는 외엔 집에 칩거하는 세월을 보냈다. 그리고 8년간은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했다. 그 동안 목발을 짚다가 휠체어를 사용하게 되는 신체 변화를 겪으며 장애 경중에 따른 시각차를 체득했다. 장애인과 관련된 기사와 정보를 챙겨보는 것이 취미라면 취미. 열 손가락으로 컴퓨터 자판을 빠르게 치다가 현재는 양손 검지만을 이용한다. 작업의 속도에서는 퇴보이지만 생각의 틀을 확장시킨 면에선 이득이라고. 잃은 것이 있으면 얻은 것도 있다고 믿는 까닭. ‘백발마녀전’을 연재한 장애인계의 유명한 필객 김효진씨와는 동명이인이라서 부득이하게 필명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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