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마쯔다 휴먼네트워크' 세키네 요시카즈 소장. <에이블뉴스>

“지역사회로 나오기 전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훈련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지역사회에 나가기 위해서는 장애를 극복한 비장애인의 모습이 되지 않아도 됐다.”

지난 16일 오후 양천장애인복지발전협의회 준비위원회 주최로 서울 양천구 양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 ‘장애인자립생활 환경 마련을 위한 한일 워크숍’의 기조강연자로 나선 일본 도쿄 ‘마쯔다 휴먼네트워크’의 소장 세키네 요시카즈(51·뇌성마비장애)씨는 ‘자립생활의 의미’를 이 말에 함축했다.

세키네 요시카즈씨가 소장으로 일하고 있는 ‘마쯔다 휴먼네트워크’는 일본에서 3번째로 만들어진 자립생활센터로 현재 일본 도쿄에서 장애인들의 자립생활 환경 조성을 위해 활동하면서 자립생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단체이다.

세키네 요시카즈씨는 ‘마쯔다 휴먼네트워크’가 이날 한·일 워크숍을 주관한 사람사랑 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지난 2004년 10월 자매결연을 맺은 인연으로 이번 워크숍에 참가하게 됐다.

뇌성마비장애를 갖고 있는 세키네 요시카즈씨는 어렸을 때 주위의 보행강요로 인해 가슴까지 오는 보장구를 착용하고, 보행연습을 해야 했던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으면서 자신의 자립생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는 “보행훈련을 통해 결국 혼자서 300m 정도를 걸을 수 있게 됐지만 무리한 보장구로 인해 걷다가 누군가 불러도 뒤돌아볼 수 없었고, 쓰러지면 누군가가 일으켜 주기만을 기다려야 했다”며 “내가 이렇게 걷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생각에 휠체어를 타기 시작했고 자유롭게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애인 스스로 자신의 장애를 인정하고, 활동이 자유로워졌다고 해서 자립생활이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자립생활의 터전인 ‘지역사회’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세키네 요시카즈씨는 “많은 장애인이 지역사회로 나오는 것에 대해 폐를 끼치는 것이라 생각해 지역사회로 나오는 것을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폐를 끼치는 것은 오히려 그 반대”라고 설명했다.

‘장애인이 사용할 수 없는 공공시설’, ‘탈 수 없는 공공 교통수단’, ‘입학할 수 없는 학교’, ‘일자리가 없는 것’, ‘소득보장이 없는 것’, ‘성이나 인격을 낮게 보거나 부정되는 것’ 등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가로막고 있는 지역사회가 오히려 장애인들에게 폐를 입히고 있다는 설명이다.

세키네 요시카즈씨는 “만약 장애라는 것이 개인의 탓이며 책임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개선될 수 없지만, 사회적 관계성이라고 인정한다면 그것은 시간을 들이고서라도 장애인 스스로가 소리를 높여, 여러 사람들과 함께해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것을 믿으며, 신념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세키네 요시카즈씨는 ‘마쯔다 휴먼 네트워크’에서 ‘즐기는 자립생활’을 테마로 각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는 ‘즐기는 자립생활’에 대해 “하나의 옷을 입기 위해 30분을 소요하는 것이 아니라, 옷을 입는 것은 활동보조인을 활용해 5분에 끝마치고, 그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람 있게 쓸 것인지, 자신의 생활을 설계하고, 선택·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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