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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자립생활센터 'CID·NY'에 가다

권익옹호운동 중점…비장애인 인식개선 역점

센터운영 재원 다각화…각종 상담사업 체계화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6-08-21 15:39:33
맨해튼에 위치한 자립생활센터 CID·NY에 방문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맨해튼에 위치한 자립생활센터 CID·NY에 방문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뉴욕 맨해튼에는 2개의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있다. 할렘(Harlem)에 한 곳, 유니언 스퀘어(Union Square)에 또 다른 한 곳이 있다. 센트럴파크를 중심으로 위, 아래로 한곳씩이 있는 셈이다. 지난 18일 오후 국제장애인권리조약 제8차 특별위원회 참가단 일부는 유니언 스퀘어에 있는 자립생활센터를 방문했다. 그곳은 바로 1979년 출범해 27년간 장애인들과 함께 해온 CID·NY(The Center for Independence of the Disabled, NY).

이날 방문은 이상호 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과 변용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장애인복지팀장의 기획으로 성사됐다. 자립생활운동의 본산지인 미국의 자립생활센터를 직접 보고, 그들의 경험을 들어 최근 국내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자립생활지원 제도화’와 관련한 각종 궁금증을 해결해보자는 취지였다. 김대성 한국DPI 사무처장과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석사과정 김민아씨가 동행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는 지역사회 위해서"

“처음 우리가 자립생활센터를 시작했을 때는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시설이나 병원, 학교에서 비장애인들과 분리돼서 살아갔다. 우리는 장애인들을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교통, 이동, 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들에게 여전히 일을 하는 것이 꿈과 같은 일이다. 비장애인에 비해 실업률이 높고 급여가 낮기 때문에 장기빈곤에 빠져있다.”

CID·NY(cidny.org)의 대표인 앤 데이비스씨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총 3가지 부분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바로 권익옹호 사업. 그녀는 “법을 만들고, 그 법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바로 장애인들에 대한 교육사업이다.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교육, 일, 거주, 건강, 음식 등의 자원을 연계시켜주는 사업을 전개한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는 바로 비장애인들에 장애인도 같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사업이다. 주로 의사, 간호사, 교사, 상점 주인 등에게 장애인과 함께 일할 수 있도록 하고, 같이 살아갈 수 있도록 이해시키고 교육시킨다는 것이다.

대표 앤 데이비스씨는 센터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하고 곧 자리를 떴지만, 사무국장인 수잔 두하씨와 정책국장인 엔조 파스토어씨로부터 센터 운영과 관련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주로 이들이 우리 쪽의 질문에 답변해주는 형식으로 이날 만남이 진행됐다.

센터 입구에는 각종 홍보물이 장애인들을 기다리고 있다(좌측). 출입문에 붙은 CID·NY의 로고(우측). <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센터 입구에는 각종 홍보물이 장애인들을 기다리고 있다(좌측). 출입문에 붙은 CID·NY의 로고(우측). <에이블뉴스>
내부 사무실의 모습. 각 직원들의 사무공간이 부스 형태로 독립돼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내부 사무실의 모습. 각 직원들의 사무공간이 부스 형태로 독립돼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에이블뉴스>
-CID·NY에는 몇 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고, 어떻게 재정을 마련하는 궁금하다.

“20명이 넘는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우리는 비장애인들과 함께 일하는 곳이다. 재정은 정부와 민간에서 동시에 끌어오고 있다. 장애인들에게 입학, 통학 등의 지원을 해주고 학교로부터 재정지원을 받기도 한다. 재단으로부터 기금을 받기도 하고, 개인들로부터 후원금을 받기도 한다. 항상 부족한 재정을 모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뉴욕시에는 자립생활센터가 얼마나 있는가?

“맨해튼에는 두 곳이 있다. 우리가 그 중 하나이고, 할렘에 한 곳이 있다. 뉴욕시에는 ‘보로’(borough, 행정구역 단위)별로 한곳씩의 자립생활센터가 있다고 보면 된다. 뉴욕시에는 맨해튼, 퀸즈, 브루클린, 스테이튼아일랜드, 브롱스 등 5개의 보로가 있다. 각 센터들은 나름의 전문영역이 있다. 예를 들면 할렘에 있는 센터는 가정폭력을 전문으로 다룬다. 우리 센터는 초창기에 만들어진 센터로 큰 규모에 속한다. 우리는 퀸즈 보로에 지부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CID·NY는 주로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

“정부의 정책을 점검하고 감시하고, 평가하는 역할을 한다. 메디케이드, 메디케어, 사회보장, 이동지원, 주거상담 등의 상담 지원서비스를 하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은 지역사회 자원들을 연계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장애인들이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지역사회에 낼 수 있도록 언론 작업등을 지원하고 있다. 급여등을 올리기 위해 정치가들을 만나서 설득하는 역할도 한다.”

-장애인들이 얼마나 되고, 어떻게 연금 등을 지원받는 자격을 얻게 되는 것인가?

“미국은 전 인구의 약 20%가 장애인이다. 이 인구는 10년마다 실시하는 센서스를 통해 추정한 것이다. 하지만 노숙인들은 센서스에 포함되지 않는데, 노숙인들의 대부분이 장애를 갖고 있어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정부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으려면 지원에 필요한 서류를 갖춰 관련 사무소에 신청을 해야 한다.”

상담사업에 대해 설명하는 사무국장 수잔 두하씨(위쪽). 독립된 상담공간이 인상적이다(아래쪽). <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상담사업에 대해 설명하는 사무국장 수잔 두하씨(위쪽). 독립된 상담공간이 인상적이다(아래쪽). <에이블뉴스>
-거절을 당하는 비율을 얼마나 되는가? 구제 절차는?

“첫 번째 단계에서 거절을 당하는 경우가 꽤 많다. 거절을 당하면 위원회에 제소할 수 있고, 최종 단계는 법원이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려면 2년이 걸린다. 그런데 법원에서 승소하는 비율이 90% 정도가 된다.”

-활동보조인 서비스 지원사업은 하고 있는가? 이 서비스는 어떻게 신청하는가?

“우리는 활동보조인 서비스 지원사업을 하고 있지 않다.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받으려면 시청에 가서 서비스를 신청해야한다. 메디케이드(Medicaid)와 메디케어(Medicare)를 통해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각 장애유형별 장애인협회나 기관에서 시와 계약을 맺어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지원하기도 한다.”

-장애아동의 경우, 집에서 학교까지, 학교 내에서 각각 다른 활동보조인 욕구가 있는데?

“집에서 학교까지는 교통 서비스에서 지원을 하고 있고, 교내에서는 교육 서비스로 지원을 하고 있다. 서로 지원하는 데가 다르다.”

-자립생활에 대한 예산 지원을 거부하는 논리로 지적장애인이 무슨 자립생활을 하느냐고 하는데, 미국에서의 지적장애인 자립생활은 어떤가?

“많이들 자립생활을 하고 있다. 처음 지역사회로 나올 때는 주로 그룹홈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다가 단계를 거쳐 자립을 하게 된다. 시설에서 그룹홈, 그룹홈에서 지역사회로 가는 방식이다. 지적장애인들은 곳곳에서 창조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적장애인들이 할 수 없다고 하면 정말 할 수 있는 것이 적지만, 할 수 있다고 자꾸 기대를 하면 할 수 있는 게 많다.”

-최근 CID·NY의 주요 이슈가 무엇인가?

“주거 문제가 주요 이슈다.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접근 가능한 주택을 연결해 주고 지원하는 것이다. 건강관리, 교육의 문제도 이슈다. 사실 모든 것들이 이슈다.”


“자립생활은 새로운 서비스 신설이 아니라 철학 바꾸는 것”

사진 아래쪽 좌측부터 CID·NY의 대표 앤 데이비스씨, 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상호 소장,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석사과정 김민아씨. 위쪽 좌측부터, 한국DPI 김대성 사무처장, 에이블뉴스 소장섭 기자, 한국보건사 에이블포토로 보기 사진 아래쪽 좌측부터 CID·NY의 대표 앤 데이비스씨, 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상호 소장,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석사과정 김민아씨. 위쪽 좌측부터, 한국DPI 김대성 사무처장, 에이블뉴스 소장섭 기자, 한국보건사
*취재 후기:CID·NY에는 독립된 공간으로 3곳의 상담실이 마련돼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장애인들이 편안한 상태에서 프라이버시를 존중받으면서 상담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상담을 신청해온 개인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는 점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사실 이들이 하고 있는 역할은 우리나라 장애인단체들의 역할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나라 장애인단체들도 장애인 개인에게 각종 정부지원에 대한 상담사업을 하고, 때로는 법 개정운동을 벌이는 등 권익옹호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결국 시스템의 문제였고, 정신의 문제였다는 생각이다.

CID·NY를 방문하고 나서 자립생활운동이라는 것은 하나의 서비스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철학을 바꾸는 것이고 정책의 기조를 바꾸는 것이라는 것을 더욱 절실하게 깨달았다. 결국 어떻게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하면서, 어떻게 자립생활정신을 제대로 살리면서 자립생활지원 제도화를 이끌어내느냐는 것이 우리의 당면과제인 것처럼 보였다.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장애인의 문제는 전 세계를 관통하고 있다는 점도 새삼 확인했다. 우리나라 대표단과 CID·NY 스텝들은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의 경험과 고민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쉽게 공감대를 형성해나갔다. 국제장애인권리조약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전 세계 장애인 엔지오들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도 전 세계를 관통하고 있는 장애인 이슈의 공통점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뉴욕/소장섭 기자 (ablenew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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