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계단 앞에서 전동휠체어가 너무 무거우니 어떻게 들고 갈것인지 주위의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다.

제1탄-김선윤씨가 지하철을 이용해 이동한 다섯 번의 혹독한 전쟁이야기

첫 번째 전쟁, 한강구경 한번 해보자!

김선윤씨는 교통사고로 장애를 입은 후, 지하철을 한번도 이용해보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2003년 1월 13일 용기를 내어 동료친구분과 함께 한강 시민공원에 바람쐬러 가기로 결정하고, 집을 나섰다.

김선윤씨가 사는 곳은 노원구 중계동, 가까운 중계역(7호선)을 이용해 여의나루(5호선)역을 향해 출발하였다. 중계역에서 여의나루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군자역에서 한번 갈아타야 한다. 무사히 군자역에서 갈아타고 여의나루역으로 갔는데, 이게 왠일!

여의나루역에는 리프트도, 엘리베이터도 없다. 동행한 친구분의 역무실을 찾아갔지만, "시설이 되어있는 역으로 가라"고 말하는 역무원과 다툼을 하다보니 30-40분이 지나고, 어쩔수 없이 시설이 돼 있다는 여의도역으로 한 정거장 더 가야 했다.

아침 10시에 출발해 점심때에도 지하철을 빠져 나오지 못한 김선윤씨는 여의도역에서 지상으로 나와보니 점심시간. 그 다음 고개로 식사할 곳을 찾아 헤매야 했다.

전동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을 찾는데 1시간. 결국 점심식사를 마치고 보니 2시 반이 넘었다. 한강은 구경도 한번 해보지 못하고, 지하철내 이동과 식당을 찾아 헤매며 소진해버려, 그렇게 다시 집으로 향해야 했다.

한강아! 너 왜! 이렇게 멀리 있니?

두 번째 전쟁, 이번에 꼭 한강을 구경해야지!

지난번에 구경하지 못한 한강을 다시 보러, 2003년 1월 20일 다시 외출을 감행하였다. 이번엔 시설이 잘되어 있다는 뚝섬 유원지로 가기로 했다.

두 번을 갈아타야 지상으로 나올 수 있었지만,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감지덕지 하며, 지상으로 나왔다. 다행히도 이번엔 한강과 함께 놀 수 있었다. 잘 놀기는 했는데 출출한 배를 채울 마땅한 식당은 보이지 않아서 건대입구역(7호선)으로 가기로 했다.

여기서도 지난번처럼 전동휠체어를 타고 들어 갈 수 있는 식당을 찾아 1시간을 헤맸다. 그렇게 식사를 해결하고 건대입구역을 이용해 지하철을 타러 역사로 향했다.

건대역은 지상위에 역이 있는 구조라서 설치된 리프트를 타고 1층은 올라갔지만... 또 이게 왠일!

그 다음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야만 지하철를 탈 수 있는 구조였다. 그 좁은 에스컬레이터에 전동휠체어가 이용하기에는 너무나 무리였다. 어쩔수 없이 뚝섬유원지역으로 가기위해 내려가야 했다. 지상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반대편으로 가서 리프트를 이용해 내려가기로 했다. 어머나 이건 또 뭔일!

잘 내려간 리프트가 판이 펼쳐지지 않아서 그 크고, 무거운 전동휠체어는 리프트의 작은 공간에 갇혔다. 다급히 역무원을 불렀지만, 되는지 안되는지 김선윤씨를 태운 리프트는 역무원의 손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1미터 올라가서 더 내려오지를 않았다. 어쩔수 없이 도로 위로 올라가 다시 처음에 이용했던 반대편 리프트를 이용해서 내려왔다.

이렇게 1시간 동안 오락가락, 김선윤씨의 삶은 환경에 의해 억압받고 있었다. 결국 지상으로 겨우 내려와 뚝섬으로 다시가 집으로 향해야 했다.

건대입구역에서 이래저래 기계의 거부를 받고, 중계역까지 가서 보니 2시간이나 걸렸다. 이렇게 길거리에서 버리는 시간은 비장애인들의 이동시간에 2.5배에서 3배가 걸린다.

누가 이 사람들의 시간을 뺏어갔는가? 돌리도! 한번가면 영원히 안 오는 내 귀중한 시간!

김선윤씨는 26살인 92년도에 교통사고로 경추를 다치고 1년 동안 병원생활과 6년여간 재활치료를 받고 지내지다가 전북 남원시 장애인 복지관이 98년도에 운영되면서 사회로 조금씩 나와 생활하였다.

서울시가 지방보다는 장애인들이 살기에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2001년 8월 상경하여 현재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에 살고 있다. 서울에서 '다울'이라는 장애여성 자조모임활동과 인터넷을 통해서 자립생활운동을 접하고 활발히 자신의 사회적 삶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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