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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해서 더 서글픈 시·청각장애인의 불편

옷 입을 때 ‘짝짝이 양말’, 까다로운 주문 ‘난감’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포용적 기술돼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9-27 13:34:08
‘짝짝이 양말 이젠 그만 신고 싶다’ 피켓을 들고 있는 시각장애인.ⓒ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짝짝이 양말 이젠 그만 신고 싶다’ 피켓을 들고 있는 시각장애인.ⓒ에이블뉴스
은행에서 대기표를 받아 들고 자기 차례가 언제인지 몰라 안절부절하고, “소스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스테이크 굽기는요?” 주문이 까다로운 식당에서 진땀을 빼야 하는 감각장애인들은 일상생활에서 ‘소소한 불편’에 시달리고 있다.

숭실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방귀희 겸임교수는 지난 20일 서울 이룸센터에 열린 ‘제47회 RI Korea 재활대회’ 자유세션에서 이 같은 ‘소소해서 더 서글픈 불편-감각장애인의 의식주 생활을 중심으로’란 연구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RI Korea 전문위원회 지원연구로 조사와홍보분과 권선진, 이정자, 양희택, 박현숙 위원의 공동연구로 수행됐다.

연구는 장애인 문제에 관심 많은 시각장애인 3명, 청각장애인 3명 등 총 6명의 감각장애인이며, ‘일상생활에서 경험한 소소한 불편은 무엇인가’를 중심으로 심층 면접을 통해 진행됐다.

■옷을 입을 때 ‘코디’, 옷을 살 때 ‘흥정’ 진땀

먼저 의생활에서는 시각장애인은 옷을 입을 때 코디의 어려움, 청각장애인은 옷을 살 때 흥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짝짝이 양말을 신고 출근을 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양말을 똑같은 걸로 사요.”

스킨, 로션, 크림 등 보다 간단했던 화장품이 안티에이징, 리페어, 미백 등으로 세분화돼 구분이 어려운 문제도 있었다.

청각장애인은 옷을 살 때 자기에 맞는 사이즈, 자기가 원하는 색상이 있는지 확인해야 하고, 가격 흥정하는데 소통이 안되는 점이 문제였다. “마음에 맞는 옷을 골랐는데 사이즈가 맞지 않을 때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서 옷을 사지 못할 때가 많아요.”

생명 유지를 위한 ‘식생활’. 감각장애인들은 어떤 불편함이 있을까? “어떤 메뉴가 있으니까 늘 같은 걸로 먹죠.”, “생선을 잘 안먹어요. 먹기 싫어서가 아니라 가시를 바를 수가 없어서.”

시각장애인은 점자메뉴판이 없어서 늘 먹었던 것을 주문하게 된다. 더욱이 가시를 발라야 하는 생선은 아예 거부하기도 한다.

청각장애인은 메뉴판을 보고 ‘이거요’라며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주문하는데, 품절 메뉴를 표시하지 않아서 주문에 혼선이 빚어지기도 한다.

나아가 소스종류, 스프종류, 스테이크의 굽는 정도 등 자세히 물어보는 주문은 딱 질색이다. “식당종업원은 기계처럼 묻기 때문에 잘 못 알아들어서 자꾸 질문을 하면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죠.”

■공동현관 카드 못 대서 ‘난감’, 냉장고 ‘삐-’ 소리 못 들어

4차산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으로 집 전체가 자동으로 작동되는 주생활. 감각장애인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이다.

시각장애인은 집에 들어오는 공동현관부터 난감하다. 모든 문들이 버튼을 누르거나 현관카드를 갖다 대야 문이 열리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가전제품도 음성으로 작동돼 편리할 것 같지만 음성지원이 시작단계에만 실시되고 다음 단계부터는 터치를 해야 해서 중간에 하다 말게 된다.

“사물인터넷의 음성 지원은 시작과 종료만 실시되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아요.”

청각장애인은 몰라서 생긴 낭비로 속이 상한다. 소리를 듣지 못해 수돗물이 계속 나와도 모르고 냉장고 문이 열려있는 상태에서 나는 삐- 소리를 듣지 못한다. “한번은 냉장고 문이 닫히지 않아 밤새 냉장고가 열려있었어요.”

지난 20일 서울 이룸센터에 열린 ‘제47회 RI Korea 재활대회’ 자유세션 단체 사진.ⓒ방귀희 에이블포토로 보기 지난 20일 서울 이룸센터에 열린 ‘제47회 RI Korea 재활대회’ 자유세션 단체 사진.ⓒ방귀희
키오스크 무용지물, “은행 대기 순서 몰라요”

일상생활에서도 소소한 불편은 이어진다. 자동 주문 키오스크시각장애인에게 무용지물이고, 모바일 쿠폰은 이용할 수 없어서 받아도 기쁘지 않다. “저시력도 모바일 쿠폰을 못 찾아요.화면이 큰 인터넷 결제로 하다 하다 결국은 실패하죠.”

병원에서도 약 처방전 내용을 알지 못하고, 은행 대기 번호표를 받고 번호 숫자가 전광판에 뜨기만해 자기 순서를 몰라 놓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위험대처 마저도 청각장애인의 119 문자신고는 시급성이 떨어져 출동 순위에서 밀린다.

“어떤 청각장애인은 몸에 불이 붙은 다음에야 불이 난 것을 알아서 다른 사람들보다 화상이 컸다고 해요.”

방 교수는 감각장애인들의 불편 해소를 위해 공공과 민간부문으로 나눠 방안을 제시했다. 공공부문의 경우 ▲시각장애인 사용 물품에 대한 안전기준 마련 ▲지폐종류를 구분할 수 있는 도구 보급 ▲청각장애인 119 신고문자 대응 지침 마련 ▲소리 또는 점자 등 대체 콘텐츠 표시 의무화 등이다.

또 민간부문에서는 ▲음식점에 점자메뉴 비치 운동 ▲음성지원 난방온도 조절기 보급 ▲창각장애인 고객에 대한 응대요령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방 교수는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최첨단 기술이라는 포용적인 (inclusive)서비스 문화가 확산되어야 하고, 장애인이 편하면 비장애인은 더 편하다는 인식으로 다양한 접근성을 누리는 편안한 사회를 만들어 앞으로 장애인 복지는 자율적인 삶을 보장해주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훈 정책연구원은 “시각과 청각장애의 감각장애인의 불편을 찾아준 연구 주제에 감사하다”면서 “청와대 국민청원에 시각장애인 정보접근권 보장을 청원했지만 호응도가 낮았다며 시각장애인들의 힘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면서 인공지능 제품에 대한 불편을 쏟아냈다.

서울청각장애인학습지원센터 유승민교사는 “청각장애인은 일상생활 자체 위험 투성”이라면서 승강기에 혼자 갇혀 구조를 요청하거나 119에 영상 신고를 할 때 장난인줄 알고 출동을 하지 않는 문제들을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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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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