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는 전혀 설치되어 있지 않은 7호선 대림역. ⓒ정현석

서울지하철 2호선과 7호선이 만나는 대림역. 출퇴근 시간은 물론 하루 종일 이용객으로 붐비는 역이지만, 휠체어를 몰고 이곳을 이용한다면, 다른 역보다 훨씬 더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 2호선 대림역 승강장을 제외한 모든 구간에 엘리베이터나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데다, 2호선과 7호선의 환승 통로를 연결하는 계단은 다른 역보다 좁아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는데 상당히 불편하다.

지하철 7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7호선 승강장으로 연결되는 계단으로 향했다. 앞뒤에 동시에 설치된 환승통로의 한 쪽에, 휠체어 장애인들의 기피 대상 1호인 휠체어 리프트가 자리 잡고 있다. 그나마 리프트 옆은 에스컬레이터로 막혀 있다. 휠체어 리프트를 타고 계단을 내려간다고 할 때, 남은 공간은 성인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가 힘들다.

몇 달 전, 서울 노량진역에서 휠체어 리프트가 추락하는 사고가 났을 때, 휠체어에 탔던 부상자는 얼굴이 피범벅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곳에서 다시 그와 같은 추락하고가 난다면 어떨까? 난간을 사이에 두고 양 옆의 통로가 비교적 넓은 노량진역과 비교하면 대림역에 설치된 휠체어 리프트의 여유 공간은 노량진역의 3분의 1가량에 지나지 않는다. 리프트가 설치된 반대쪽은 비장애인 승객을 위한 엘리베이터로 막혀 있고, 다른 한쪽은 벽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사고가 일어난다면, 얼굴 전체가 아니라 온 몸이 피범벅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은 곳이다.

계단의 수를 살펴보니 대강 눈으로 보기에도 적지 않은 듯 보였다. 직접 난간을 잡고 처음부터 끝까지 내려가 보니 여기에 설치된 계단의 수만 해도 100개가 넘었다. 계단을 내려와 이어지는 몇 개의 계단을 감안할 때 그 숫자는 더욱 불어난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힘든 장애인의 경우, 대림역 환승 통로에 설치된 계단은 그야말로 고행길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가 된 계단을 내려가기 직전 대림역에서 붙여놓은 안내판이 보였다. “도착시간을 미리 얄려주시면 정성껏 안내해 드리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장애인, 그 중에서도 특히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이용해야 하는 장애인들에게 친절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안전일 것이다. 아무리 친절한 곳이라도 목숨을 담보로 오가야 하는 곳이라면 두 번 다시 방문하고 싶지 않은 곳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대림역에는 친절보다 엘리베이터가 필요하다.

사진 끝 부분에 밝게 보이는 곳이 사진에 나오는 계단의 끝이다. 만약 이 공간에서 휠체어 리프트가 중간에 멈추거나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난다면 당장 구급차를 불러야 할 만큼 크게 다칠 수밖에 없다. ⓒ정현석

정성껏 모시는 것도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이 리프트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안전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대림역에 필요한 것은 엘리베이터다. ⓒ정현석

*이 글은 현재 경기도 광명시에서 살고 있는 독자인 정현석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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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석 칼럼니스트 집에서만 살다가 43년 만에 독립된 공간을 얻었다. 새콤달콤한 이야기보다 자취방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겪었던 갈등들과 그것들이 해결되는 과정이 주로 담으려 한다. 따지고 보면 자취를 결심하기 전까지 나는 두려웠고, 가족들은 걱정이었으며, 독립 후에도 그러한 걱정들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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