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역 대전역과 바로 연결된 지하철 대전역, 그러나 이 말은 비장애인 승객들에게만 해당된다. ⓒ정현석

서울역을 출발한 고속열차는 광명역, 천안아산역을 지나 약 1시간 후 대전역에 도착했다. KTX가 개통된 이후 서울과의 접근성이 향상된 덕에 명동, 영등포만큼이나 익숙해진 대전역이었지만, 휠체어를 타고 도착한 대전역의 느낌은 혼자 힘으로 이동할 수 있을 때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조심해서 가세요. 휠체어로 가기엔 위험한 길입니다."

휠체어를 타고 역 광장을 빠져나오는 나를 보며 할아버지 한 분이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그 뜻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비장애인 승객의 경우 바로 지하철 대전역과 연결되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갈 수 있도록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장애인이 탈 수 있는 엘리베이터는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 다소 불만이었지만, 휠체어가 내려가기 힘든 언덕이나 가파른 경사로가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 으레 건네는 인사말로 생각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었다. 지하철역 엘리베이터를 향해 휠체어 바퀴를 돌리기 시작하자, 바퀴가 저절로 길을 향해 미끄러져 내려가기 시작했다. 수동휠체어의 경우, 평지에서는 지속적으로 바퀴를 밀어야 움직일 수 있었지만, 이곳에서는 반대였다. 바퀴가 계속 아래쪽을 향해 내려가기 때문에 두 손으로 바퀴를 돌리는 대신, 브레이크를 잡고 있어야 했던 것이다.

내 의지대로 다닐 수 있었을 때, 이 길은 분명 평지였다. 그러나 비장애인이나 스스로 걸을 수 있는 장애인은 결코 느끼지 못하는 언덕이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휠체어에 앉아서도 분명 평지로 보았던 길이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대전역 광장이다. 그 한가운데 엘리베이터가 있는 것이다. “휠체어로 다니기엔 위험한 길”이라는 말이 그때서야 피부로 와 닿았다.

휠체어를 타고는 승차권 구입 힘들어, 엘리베이터도 경사 급해

어렵사리 엘리베이터 입구에 닿았다. 이곳에도 경사로의 각도가 있는 편이어서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지만, 여기까지 오는 것에도 숨이 차는 시간이었다.

이제는 한숨 돌리나 했더니 대합실 입구에서는 또 다른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승차권 자동 발매기의 턱이 상당히 높게 설치되어 있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표를 구입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주말 낮 시간이어서 표를 구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심야 시간대의 경우 타인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승차권 구입을 위한 대기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대전 지하철의 경우,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 있어, 승강장 바닥으로 추락하는 사고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열차 내부가 좁아 객차 내에 서 있는 승객이 조금이라도 생긴다면 휠체어를 돌리기 어려운 점도 차후 보완되어야 할 사항이었다. 출퇴근 시간에 대전에서 지하철을 이용해야 하는 휠체어 장애인이 있다면 이 점을 참고해 조금 일찍 나오는 것도 좋겠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지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수동 휠체어를 타고 이 길을 지날 때는, 바퀴 대신 브레이크에 손이 가 있어야 한다. ⓒ정현석

엘리베이터의 경사가 급하다. 만약 엘리베이터마다 이 경도의 경사로라면, 수동 휠체어 사용자의 팔 근육은 점점 더 단련될 수밖에 없다. ⓒ정현석

터무니없이 높은 턱 때문에, 휠체어에 앉은 채로는 승차원 구입이 불가능하다. ⓒ정현석

*이 글은 현재 경기도 광명시에서 살고 있는 독자인 정현석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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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석 칼럼니스트 집에서만 살다가 43년 만에 독립된 공간을 얻었다. 새콤달콤한 이야기보다 자취방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겪었던 갈등들과 그것들이 해결되는 과정이 주로 담으려 한다. 따지고 보면 자취를 결심하기 전까지 나는 두려웠고, 가족들은 걱정이었으며, 독립 후에도 그러한 걱정들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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