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국제장애인권리조약 한국추진연대 김동호 초안위원이 재활이라는 말을 권리조약에서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국제장애인권리조약 제3차 특별위원회 6월 1일과 2일 이틀에 걸쳐 21조 ‘건강권 및 재활권’에 대한 토론이 뜨겁게 전개됐다. 이날 토론의 핵심은 ‘재활’과 ‘건강’이 과연 한 조항 안에서 다뤄질 수 있느냐에 대한 것과 ‘재활’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재활’을 독립적인 조항으로 분리하자는 주장을 가장 먼저 제시한 나라는 이스라엘이었다. 이스라엘은 “재활 권리에 대한 별도의 조항을 만들고, 21조에 있는 재활과 관련한 언급은 모두 삭제하고, 건강에만 집중시키자”고 제안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인도에서 곧바로 지지하고 나섰으며, 바레인, 칠레, 나미비아, 케냐, 캐나다, 교황청(Holy See), 팔레스타인, 러시아, 우간다, 태국, 멕시코, 쿠웨이트 등이 지지를 선언했다. 엔지오들도 마찬가지로 지지를 선언했다.

RI는 European Disability Forum, 세계청각장애인연맹, 세계시각장애인연합, 세계진보적유대인연합, 랜드마인 서바이버 네트워크, Inclusion International 등을 대표해 재활권 조항 분리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DPI, Handicapped International, Safe the Children 등의 엔지오도 재활권 조항을 분리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이 재활권을 건강권과 분리하자고 주장하는 이유를 종합하면 바로 재활권은 건강권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며, 재활은 장애인들의 독립에 있어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은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유럽연합은 재활 및 건강에 대한 권리 조항에서 재활은 의료적 재활에 국한돼서 다뤄져야한다며 건강권 등 다른 조항에서 다른 종류의 재활이 이미 다뤄져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유럽연합은 조항 제목에서 ‘권리’(right)라는 단어를 삭제하고, '접근'(access)이라는 단어로 대체할 것을 주장, 재활을 권리로 바라보지 않았다. 캐나다에서는 일단 재활권을 단독 조항으로 만들자는 의견에 동의하면서 유럽연합과 마찬가지로 “재활을 의료적인 것에 한정하자”고 말했다.

이렇듯 일부 국가에서 건강권과 재활권을 분리하지 않고, 워킹그룹 초안문서를 수정하는 차원에서 다뤄져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활권 분리 주장이 큰 흐름을 형성해 이들의 주장은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이러한 가운데 국제장애인권리조약 한국추진연대에서는 재활권 분리 주장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 유럽연합 측의 의견에 힘을 보탰다.

일단 한국추진연대에서는 유럽연합에서 재활을 의료적인 것에 국한하자는 주장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추진연대는 “이미 다른 조항에서 재활의 개념이 반영돼 있다”며 “만약 새로운 조항을 신설한다면, 노동권, 교육권 등의 조항과 중복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추진연대의 의견은 유럽연합측과 일면 다른 면이 있었다. 한국추진연대는 “우리는 유럽의 제안을 지지하지만 이 조항에서 굳이 재활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며 “노동권, 교육권, 건강권 등에 대한 조항은 재활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잘 설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추진연대는 “재활을 목적이나 권리로 다뤄서는 안 된다”며 “재활은 오히려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한국추진연대는 “재활은 전문가 중심적이며 책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어왔다”며 “최근 재활의 영역이 늘어났지만, 이러한 동향을 감안해도 재활을 분리해서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추진연대는 “유럽연합이 주장한 것과 마찬가지로 재활을 단지 의료적인 것에 국한해도 이 조약의 목적에 충분히 부합한다고 믿는다”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한편 한국추진연대 발언이후, 정신장애인 관련 국제 엔지오인 'World Network of Users and Survivors of Psychiatry'에서 “색다른 의견이다. 발언 내용을 문서로 제공받고 싶다”며 한국추진연대 의견에 관심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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