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남고등학교 지 선호 교장선생님께서 평화를 연주하는 세계적인 첼리스트의 소망을 응원하시며 배범준의 ‘희망 얼굴’을 그려 주셨습니다. ⓒ김태영

“가위바위보”

유아였던 범준에게 “가위바위보‘를 처음 알려 줄 때

“가위는 쓱싹 쓱싹 자를 수 있는 가위 닮았고,

주먹은 쿵쾅쿵쾅 바위 닮았고,

보는 우리아들 포근하게 싸는 커다란 보자기 닮았네“라며 놀이를 했었다.

커다란 이불에 아이를 태우고 이리저리 끌어당기며 이불썰매를 하거나

양쪽을 잡고 흔들흔들 그네 놀이를 해서인지 “가위바위보“를 하면 제일 먼저 내미는 것은 이불그네, 보자기를 닮은 "보"였다.

‘가위’와 ‘주먹’도 낼 수 있다고 해도 ‘보’가 좋단다.

‘보’는 안아주고 뽀뽀하는 거란다.

양 손을 쫙 피고 두 팔을 벌려 포근하게 안아서 뽀뽀하는 것이 ‘보’와 닮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유치원에 간 미소천사 배범준군이 귀여운 어린 친구들과 만나서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 ⓒ김태영

그러고 보니 보자기는 복을 싸둔다는 뜻으로 쓰인다. 정성을 드리는 선물은 주로 비단 보자기에 담았었던 기억이 난다. 뿐만 아니라 보자기에 복을 싸두면 복이 간직된다고 여겨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물건들은 보자기로 싸서 보관 했었다.

장거리 여행도 보자기 하나로 충분 했을 때가 있었다. 선비의 괴나리봇짐이다. 과거 급제를 위해 문방사우와 수진본(아주 작은 서책), 노잣돈과 옷을 넣어 꽁꽁 묶어 메고 한양까지 다녔으니 희망을 품은 보자기도 된다.

요즘도 보자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빈번하게 활용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법원이다. 무거운 것을 담을 때 아주 유용해서 판사들이 수천장짜리 서류 뭉치들을 한꺼번에 담아 이동할 때 가방 보다는 편한 보자기를 애용 한다고 한다.

문득 보따리 같은 모양의 김치가 생각난다.

‘보쌈김치’라 하여, 절인 배추 잎을 오목한 그릇에 꽃잎처럼 겹치듯이 펼쳐 놓고 배추, 무, 갓, 미나리 등의 채소에 밤, 배, 잣 등의 견과류와 과실 그리고 낙지를 굵직하게 썰어 넣고 두툼한 굴을 듬뿍 섞어 표고버섯 등을 모두 얼큰하게 버무린 다음 펼친 배춧잎을 모아 꼭꼭 동여매면 볼록한 보따리 모양이 된다.

밥상위에 보쌈김치 하나 있으면 고소한 잣부터 배춧잎으로 밥을 덮어 한입에 먹을 때까지 산해진미가 따로 없다.

요즘의 ‘보쌈’이라고 하면 김장철 막 담근 겉절이에 푹 삶은 돼지고기를 두툼하게 썰어 턱 얹어 돌돌돌 말아 먹는 것을 말하는데 그 맛이야 생각만 해도 꿀꺽 입안에 침이 고인다.

고기를 좋아하는 범준군은 불판에 고기가 익기도 전에 먹어서 갖가지 쌈에 싸먹도록 한다. 상추를 뒤집어서 양념장을 먼저 넣고 고기, 파 채, 마늘 순서로 넣어 한입에 쏘옥 넣어 먹는 동안 올려놓은 나머지 고기가 맛있게 익는다. 보자기가 귀한 것들의 복을 싸두는 것처럼 보쌈도 갖가지 맛들이 잘 어울리게 한다.

‘쌈 싸먹는다’란 말을 들었을 때 그 쌈인 줄 알았다.

‘모두 다 묶는다’는 것은 같지만 ‘한통속’이란 부정적 의미다.

“장애인 부모도 장애인이야“,

“특수교사들, 사회복지사들, 전문가들이 다 그렇지”

“지적장애인은 바보야”

“자폐는 지 멋대로야”

“요즘 선생들이 선생이냐”

“요즘 애들이 어디 애들이야?”

“공무원들이잖아”....

안 봐도 훤히 다 안다는 식의 토로가 전공자와 전문인들은 물론 장애인 부모와 그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하게 말한다.

“난 아니야”라고 한들 입방아에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누구나 향내 나는 종이를 갖고 싶으면서 아니 욕심내어 향기로운 옷을 입고 있지만 악취 나는 곳에서 남을 향한 삿대질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가위바위보‘

가위는 보를, 바위는 가위를, 보는 바위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빛나게 할 수 있지 않은가.

서로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칭찬하고 응원하는 이들이 있어 이 세상은 행복한 보따리다. 꽁꽁 싸매도 서로의 좋은 향기가 곳곳에서 더 많이, 더 멀리 퍼지니 감사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위치에서 최신을 다하는 그 분들이 곧 희망이다.

2018년 무더운 어느 여름날 촬영했던 배 범준의 프로필 ⓒ김태영

“칭찬 해 줄 거예요”

미소천사 멋진 청년 배 범준군이 참 고운 마음의 보따리를 준비합니다.

참으로 예쁜 마음을 담고 담아 괴나리봇짐을 쌉니다.

칭찬 하러 간다고 합니다.

누구에게 무엇을 칭찬하려고 하는 걸 까요?

이 세상에 따뜻한 분들이 참으로 많아 괴나리봇짐 뒤에 짚신 한 죽은 어림도 없을 텐데....

범준의 칭찬 보따리, 감사 보따리 이고 지고 갈 생각에 걱정보다는 설레고 행복합니다.

그 보따리에 “장애인, 지적장애인‘ 틀린 것이 아닌 ’다름‘도 넣어 둡니다.

- 사랑하는 첼로와 평화를 연주 하는 배범준의 母 김태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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