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장애인활동가의 노력으로 “교통약자 이동 편의 증진법”이 2005년에 제정되었고, 법률에 따라 저상버스와 특별교통수단 도입이 의무화되었다.

이 법은 교통 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에 이동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보행환경을 개선하여 사람 중심의 교통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교통약자의 사회 참여와 복지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서 "교통약자"란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어린이 등 일상생활에서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을 말한다.

다음은 필자의 저상버스 이용 후기다. 서울에 한정된 것이며,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임을 미리 밝혀둔다.

술을 시켜놓고 장애인 콜택시를 예약한다. 기본적으로 2~3시간은 기다려야 하고, 언제 연결될 지는 알 수 없다. 취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런 날은 바로 연결된다. 슬픈 삼겹살을 뒤로하고 눈물을 머금고 쓸쓸이 퇴장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어쩌다 한 번 뿐이고 대부분의 경우 콜택시 센터 직원의 “연결이 안됐습니다.”라는 전화뿐이다. 이럴 때 지하철 이용이 어려울 때 최후의 수단으로 저상버스를 이용한다.

가끔 이용하는 버스노선은 30~40분 간격으로 있다.

버스가 온다. 손을 든다. 왠지 두렵고 불편하다. 승객의 묵시적 동의 하에 버스기사가 외면하지 않는다면 정차할 것이다.

버스기사는 친절하다. 휠체어를 태우려고 최선을 다하지만 경사로가 말을 듣지 않는다. 기다림에 익숙한 장애인은 30분을 더 기다려 저상버스에 오른다.

경사로는 내 마음과 달리 느리게 내려온다. 승객들은 신기하게 바라본다. 하지만 곧 짜증스런 눈빛이다. 내가 1시간동안 기다린 것을 승객은 알 수 없다. 알 필요도 없다. 급한 승객은 내려 다른 교통편을 알아보는 것 같다. 죄도 없이 얼굴은 화끈거리고 뒤통수는 따끔거린다. 이런 일은 하차 시에도 똑같이 겪는다.

저상버스에 승차하려면 가로수, 쓰레기통, 불법주차 차량, 기타 많은 장애물을 만나야 한다. 경사로가 내려오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인도 높이와 일치하지 않아 탈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물론 버스 내부 환경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출퇴근 시간에는 사실상 이용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불편 때문에 저상버스는 최후의 수단으로 이용한다.

서울시가 오는 2016년까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를 위해 시내버스의 55%를 ‘저상버스’로 교체한다고 한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 할 수도 있겠지만 확신할 수 없다. 저상버스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저상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물리적 환경과 인식 개선이 더 중요하다.

정책 입안자가 장애인의 저상버스 이용 실태조사와 어떤 교통수단을 선호하는가를 조사했는지 의심스럽다.

국토부 ‘2012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 결과에서 서울은 ‘교통복지지수’ 90.7점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교통복지지수는 저상버스 보급률, 특별교통수단(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승합차) 보급률 등 10개 지표에 대해 전문가 평가를 수치화한 것으로 고득점일수록 교통복지수준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에이블 뉴스)

교통복지는 외형적 성과인 보급률이 아니라 이용자가 얼마나 편리하게 사용 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것은 “교통약자 이동 편의 증진법”의 목적과도 일치한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장애인이 자가용을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정책지원이 많았으면 한다. 다음으로 지하철역의 리프트를 제거하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했으면 한다.

장기적으로는 저상버스 이용이 편리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우선적으로 장애인이 가장 선호하는 장애인 콜택시 대기 시간을 줄이고, 인접도시 접근을 수월하게 하여야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꼼수는 있다. 장애인 콜택시의 외형적 숫자만 늘리고 콜택시 기사를 더 모집하지 않거나 야간 시간에는 운행 차량 수를 더 줄이는 것이다. 실제 서울시 장애인 콜택시는 증가되었지만 대기 시간은 과거와 별 차이가 없다.

현재 장애인 콜택시는 중증장애인이 가장 선호하지만 시간예측이 불가능한 교통수단이다.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여 약속 시간을 정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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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용 칼럼리스트
영남유생으로 한양에 과거시험 보러 왔다가 낙방과 지병으로 남산 아래 수년간 숨어 지내다가 세상 속에 발을 내딛었다. 법에 있는 장애인 관련 규정과 장애인이 원고나 피고가 된 판례를 소개하고, 어려운 이론이나 학설 보다는 사회 속에서 장애인의 삶과 직접 관련된 가벼운 내용을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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