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활동지원법 고시안을 둘러싸고 보건복지부에 대한 장애인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달 29일 복지부가 활동지원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서 위임한 인정점수 산정방법, 급여비용, 활동지원 기관 지정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해 행정예고한 고시 제정안이 장애인들의 우려대로 활동보조서비스 시간단축은 물론, 장애인과 활동보조인의 마찰을 조장하는 내용 등 장애인의 의견을 배제한 내용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장애인들의 여러 불만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제도가 시행돼야 하기 때문에 주어진 환경 속에서 (고시안 등에 대해)그나마 최선의 준비를 했고, 다음주부터 신청접수를 받는다. 신청접수는 실질적으로 제도 시행 단계에 접어든 것을 말한다"며 고시안 제정과 함께 활동지원제도의 본격적인 시행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계는 “결국 고시안은 장애인들의 의견이 배제된 채 만들어졌고 복지부의 일방적인 제도 강행을 위한 것일 뿐”이라며 고시안에 대한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복지부 행정예고 고시안, 어떤 내용 담겼나=복지부는 '장애인활동지원 급여비용 등에 관한 고시', '심신상태 및 활동지원이 필요한 정도 등을 평가하는 방법', '활동지원기관 등의 지정에 관한 고시' 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우선 '장애인활동지원 급여비용 등에 관한 고시'의 주요 내용에는 △활동지원급여의 제공 및 비용 산정의 일반원칙 △활동지원급여의 월 한도액 △급여비용 및 산정기준 △방문간호지시서 발급비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기본급여(18세이상)는 1등급 83만원, 2등급 67만원, 3등급 51만원, 4등급 35만원이다. 6세 이상 18세 미만의 경우에는 1등급 51만원, 2등급 35만원이다. 추가급여는 인정점수가 400점 이상인 1인가구와 수급자·수급자배우자 출산 경우에 한해 64만원이 제공된다.

인정점수가 400점 미만인 1인가구는 16만원이며, 1·2급 장애인만으로 구성된 가구와 6세이하 및 75세이상인 가족만으로 구성된 가구, 학교·직장에 다니거나 시설에서 퇴소해 자립을 준비하는 경우는 8만원의 추가급여가 주어진다.

월 한도액은 활동보조, 방문목욕, 방문간호 급여를 이용하는 경우와 방문간호지시서를 발급받는 경우에 적용하며, 활동보조 및 방문간호의 원거리 교통비는 포함하지 않는다. 월 한도액의 적용기간은 매월 1일부터 말일까지며 월 한도액의 변경이 발생하는 경우 변경된 월 한도액은 익월부터 적용한다.

수급자 가족이 활동보조인일 경우에는 월 한도액을 50% 감산한다. 활동지원급여는 월 한도액의 범위내에서 이용해야 하며, 월 한도액을 초과하는 비용은 수급자 본인이 전부 부담한다.

활동보조 급여비용은 시간당 8,300원으로 기존 8,000원보다 300원 인상된 수준이다. 심야(22시이후 6시이전)와 휴일(공휴일)에는 1일 4시간까지 시간당 1,000원으로 가산할 수 있으며, 1회 방문당 2시간 이하의 급여에 대해 2시간까지 시간당 1,000원을 가산할 수 있다. 이밖에 사회활동지원에 대해선 1일 2시간까지 시간당 1,000원 가산한다.

방문목욕의 급여비용은 활동지원등급 등에 관계없이 방문횟수를 기준으로 산정하며, 요양보호사가 60분이상 서비스를 제공한 경우에 산정하고, 소요시간이 40분이상 60분 미만인 경우에는 해당 급여비용의 80%를 산정한다. 방문목욕의 급여비용은 주1회까지 산정가능하나, 변실금 및 요실금 등으로 인해 피부의 건강유지·관리가 불가피한 경우에는 초과 산정할 수 있다.

방문간호의 급여비용은 30분 미만이 28,700원, 30분이상~60분미만이 36,650원, 60분 이상이 44,600원이다. 이는 수급자의 질병명, 장기요양등급과 방문지역 등을 불문하고 1회 방문당 제공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하며 처치에 사용된 유치도뇨관, 기관지삽입관, 거즈 등의 재료비와 검사료(가정에서 직접 시행되는 검사)는 별도로 산정하지 않는다.

방문간호 횟수는 방문간호지시서에 의하되 주 3회까지 산정하며, 응급상황 등 부득이한 경우에만 주 3회를 초과.산정할 수 있다. 심야가산(22시이후 6시이전)과 휴일가산(공휴일)은 30분당 1,000원을 가산할 수 있다.

'심신상태 및 활동지원이 필요한 정도 등을 평가하는 방법'에는 활동지원 인정조사표 서식과 인정점수 산정방법, 활동지원등급별 인정점수 기준이 담겼으며, '활동지원기관 등의 지정에 관한 고시'에는 활동지원기관 및 활동보조인교육기관을 신규로 지정하고자 하는 경우 심사기준 등의 지정에 필요한 세부 사항이 담겼다.

'심신상태 및 활동지원이 필요한 정도 등을 평가하는 방법'을 보면 활동지원 인정조사표에는 인정등급 판정을 위한 기본조사(일상생활동작 7개, 수단적 일상생활수행능력 8개, 장애특성고려영역 5개)와 생활환경영역 조사(7개), 욕구조사(일상생활 및 사회활동부문, 활동지원급여 이용의향부문, 근로욕구조사)가 들어있다. 활동지원등급별 인정점수 기준은 1등급 380~445점, 2등급 320~379점, 3등급 260~319점, 4등급 220~259점이다.

'장애인활동지원기관 등의 지정에 관한 고시'에 따라 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 및 시·도지사(이하 지정권자)는 장애인활동지원기관 및 활동보조인교육기관의 지역적 분포 및 적정 공급 규모, 활동보조인 및 활동지원급여의 대상자 수 등을 고려해 적정한 수의 활동지원기관 등을 지정해야 한다.

지정권자는 활동지원기관 등의 지정을 신청한 기관을 대상으로 심사기준에 따라 심사를 실시한 후 심사점수가 80점 이상인 기관 중에서 최고득점 순으로 선정한다. 활동지원기관에 대한 심사기준은 기관현황(5개), 급여제공능력(3개), 급여 관리 계획(4개), 인력관리(4개), 기타(1개)로 총 100점 만점이다. 여기서 감점항목은 행정지도 및 민원 1개가 포함돼 있다.

활동보조인교육기관에 대한 심사기준은 기관현황(3개), 교육운영능력(3개), 교육관리계획(3개), 기타(1개)로 총 100점만점이며, 감점(행정지도 및 민원)항목이 있다.

지정권자는 활동지원기관 등의 지정에 관한 심사를 위해심사위원회를 들 수 있는데, 심사위원회는 위원장 1인을 포함해 5인 내외로 구성하며, 위원장은 지정권자가 지정한 공무원인 위원으로 한다. 심사위원회 위원은 해당 지역 장애인단체 대표나 지자체 소속 장애인업무 담당 공무원, 국민연금공단 소속 장애인활동지원 담당 3급 이상 직원, 장애인복지에 관한 학식·경험이 풍부한 사람들 중 지정권자가 임명 또는 위촉하게 된다.

이밖에 고시에서 정한 것 외의 활동지원기관 등의 지정에 필요한 사항은 지정권자가 따로 정한다.

복지부는 위의 3개 고시안에 대해 오는 8일까지 의견수렴을 받은 뒤 10월 5일부터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활동지원제도의 시범사업 결과를 통해 본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올바른 추진방향 모색 토론회'에 참가한 학계 관계자 및 장애인 당사자들이 고시안의 내용들을 지적하고 나섰다. ⓒ에이블뉴스

■ 장애인들 "말도 안된다"‥개정 요구 목소리 높여=장애인계는 이 같은 고시안에 대해 '말도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4일 '활동지원제도의 시범사업 결과를 통해 본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올바른 추진방향 모색 토론회'에 참가한 학계 관계자 및 장애인 당사자들은 고시안의 내용들을 지적하며, 내용의 수정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먼저 활동보조인의 '급여비용 가산'을 장애인의 월 한도액을 통해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에 대한 지적과 함께 활동보조인의 처우 개선에 대한 지적이 강하게 제기됐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서인환 사무총장은 "급여비용 가산을 하게 되면 활동보조인은 평균 8,600원 정도의 시간당 수가가 정해지는 셈이나, 장애인 이용자는 그만큼 현재의 시간에서 서비스 양이 줄어들게 된다"며 "서비스가 부족해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현시점에서 오히려 줄어드는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성대학교 양희택 교수도 "가산액을 국가가 담보한다면 문제될 게 없지만 장애인을 담보하게 한다면 결국 장애인과 활동보조인을 싸움붙이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활동보조인의 근로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며 "활동보조서비스가 공공의 영역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라면 이 서비스를 실제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활동보조인이 공공의 영역에 귀속돼야 한다. 최소한 이들이 근로자로서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한 처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활동보조 급여가 300원 인상 수준에 머문 것에 대해 삼육대학교 정종화 교수는 "4년간의 활동보조서비스 시간경과에 물가수준 반영이 300원이라는 것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며 "이는 결국 활동지원서비스의 질적인 문제에 직접적인 문제로 간주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수준으로 조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활동지원 인정조사표에 대한 염려도 제기됐다.

서인환 사무총장은 "이번 인정조사표대로라면 완전마비의 지체장애인의 경우엔 신변처리를 모두 만점받아야만 활동지원등급(380~445점) 1등급을 받을 수 있다. 스스로 전화라도 받을 수 있다면, 즉 항목 하나만 걸려도 1등급에서 탈락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인정점수표는 일상생활동작영역(260점), 수단적일상생활수행능력영역(125점), 장애특성고려영역(최대 60점, 항목:휠체어사용, 청각·시각·인지·정신기능, 1개 항목만 점수 산정)으로 나눠 있다. 지체장애인의 경우 휠체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장애특성고려영역에선 제외되기 때문에 일상생활동작영역과 수단적일상생활수행능력영역 두가지만으로 평가된다. 두 영역에서 모두 만점을 받으면 총 385점. 모든 항목에 거의 다 해당돼야 380점 이상으로 1등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어 서 총장은 "최중증(1인가구) 추가급여는 인정점수가 400점을 넘어야만 주도록 하고 있지만 위와 같이 계산한다해도 380점밖에 안나온다. 그럼 어떻게 400점을 넘을 수 있겠느냐"며 "다시 말해 (기존 받던) 독거특례 시간 180시간, 이 추가급여는 더이상 받을 수 없는 셈이다. 정말 유감스러운 인정조사표"라고 비판했다.

정종화 교수는 "외국의 경우 중증장애인이나 발달장애인, 의료서비스 빈도가 높은 중증장애인의 경우는 활동보조인이 중증장애인 이해교육을 이수하고 중증장애인 활동보조 추가수당을 지급받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 부분이 매우 취약해 개선이 요구된다"고 주문했다.

양희택 교수는 "활동보조서비스 이용자격 기준 및 이용자 선정과정과 기준이 보다 명확하고 타당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하루 빨리 제도 명칭에 알맞은 제도 내용이 구축돼야 하며, 서비스 이용자 선정과정과 기준이 현실화돼야 한다"가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장애인활동지원TFT 김일열 팀장은 "활동보조 급여는 8,500원까지 올릴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월급여액을 줄이거나 활동보조 대상을 줄여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8,300원으로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답변했다.

이어 김 팀장은 "이용자들은 어떤 급여를 이용하실지 계획적으로 해야 하며, 야간·공휴일에 이용하실 분은 '비용이 더 비싸구나'를 잘 판단해서 이용해야 할 것"이라며 "한정된 예산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만든 최선"이라고 전했다.

김 팀장은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데 이를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할 것이다. 단 당장 10월부터 시행이고 다음주부터 신청접수에 수급자격 선정 등 작업들이 이뤄지며 실제 서비스 제공까지 준비과정이 있기에 12월 정도부터 논의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즉각적인 고시안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5일 오후 2시 복지부 앞에서 '장애인활동지원제도 고시안 개정을 위한 투쟁 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고시안 개정 목소리를 높일 예정이다.

이날 이들 단체는 고시안 개정을 위한 투쟁 선언과 함께 장관면담요청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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