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구근호 활동가 추모행진에 참가한 한 장애인이 '우리는 당신을 영원히 기억합니다'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에이블뉴스

6일 오후 1시 30분 여의도공원. 완연한 봄 날씨를 맞아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 가운데 전국에서 상경한 장애인들이 모여 있었다. 하나같이 ‘우리는 당신을 영원히 기억합니다’라는 문구가 적인 노란색 팻말을 들고.

이들이 여의도공원에 모인 것은 추모행진을 통해 고 구근호 활동가가 생전에 꿈꾸었던 자립생활 활동을 기념하고, 그가 사망하기 전까지 목숨을 다해 지키고자 했던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실현’과 ‘진정한 사회 참여’를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구근호 활동가는 지난 1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 활동보조인 교육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횡단보도에서 지나가던 차량과 충돌해 유명을 달리했다.

고인은 생전에 장애인당사자(뇌변병1급)로서 장애인 자립생활 운동에 적극 나섰고, 동료상담의 제도화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왔다. 또한 장애인전문체육인으로 장애인올림픽 보치아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동료 장애인들에게 모범을 보여 왔다.

이날 장애인들은 여의도공원 자전거도로를 따라 추모행진을 하며 고인이 사고를 당한 현장까지 이동했다. 추모행진을 하는 과정에서 주최 측과 경찰은 잠사회관 부근에서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추모행진이 끝난 뒤 장애인들은 이룸센터 앞에서 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고 주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자립생활 결의문을 낭독했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황백남 회장은 “구근호 활동가가 걸어온 길과 정신, 못 다 이룬 꿈은 우리들이 이뤄나가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자립생활을 펼치는데 구 동지의 힘을 빌어 온전한 자립생활을 쟁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날동대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진우 소장은 “내일 모레가 구근호 활동가의 49제인데도 구 우리 옆에 함께 하지 않는 다는 것이 실감이 안난다”며 “그가 꿈 꿔왔던 장애인자립생활의 꿈을 이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정훈 사무국장은 “늘 함께하던 얼굴이 안보여서 마음이 무겁다. 그는 시설의 장애인이 사회에 나와 우리와 같이 먹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유명을 달리했다”면서 “이제 그분을 대신해 우리가 장애인거주시설에 있는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여기에 모인 우리들 모두가 구근호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피력했다.

고인의 부인 변복순씨는 “언제나 남편이 걱정 돼 ‘몸 좀 조심하면서 다녀라’, ‘왜 항상 장애운동에 앞장서서 하느냐’는 말을 했다. 그러면 남편은 ‘내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하냐’.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면서 “남편을 더 많이 지지해주고 이해해주지 못한 것 때문에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저도 이제 자립을 하려고 한다. 그래서 남편이 제게 물려준 꿈을 여러분과 함께 이어나가고 싶다. 우리 모두 투쟁으로 남편의 꿈을 이뤄나가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고 구근호 활동가 추모행진에 참여한 한 장애인이 숙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에이블뉴스

고 구근호 활동가 추모행진에 참여한 장애인들. ⓒ에이블뉴스

고 구근호 활동가 추모행진에 참가한 장애인들이 고인이 사고를 당한 잠사회관 앞 횡단보도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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