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영(사진 왼쪽)씨와 활동보조인 정복진(가운데)씨, 그리고 동생 서보민(오른쪽)씨. ⓒ에이블뉴스

“장애인도 사람이고 활동보조인도 사람인데 어떻게 갈등이 없을 수 있나요. 갈등이 될 만한 요소는 그때그때 같이 대화로 푸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서울시 도봉구에 거주하는 서혜영(31세, 여, 지체 1급, 동료상담가)씨는 최근 불거진 장애인 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의 갈등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혜영씨의 활동보조인인 정복진(54세)씨도 이 같은 혜영씨의 답변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혜영씨와 정씨의 인연은 2011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활동보조인과 이용자간 갈등이나 그 밖의 사정으로 그만두는 상황이 많은 점을 고려하면 둘의 인연은 오래된 편에 속한다.

혜영씨는 당시 활동보조인이 집안사정으로 부득이 그만두게 되면서 인력센터를 통해 급하게 사람을 구했다. 이때 혜영씨를 찾은 이가 정씨다.

혜영씨는 정씨의 서비스에 만족감을 느꼈고, 활동보조인으로 일해 줄 것을 제안했다. 정씨도 혜영씨의 제안을 수락, 활동보조 교육을 받고 활동보조인으로 처음 일하게 됐다.

현재 혜영씨외 혜영씨의 동생인 보민(23세, 여, 지체 1급)씨도 함께 활동보조를 받고 있다. 서씨 자매는 정씨를 포함해 활동보조인 3명으로부터 활동보조서비스를 받고 있다.

혜영씨는 처음 정씨와 함께 할 때 서비스 범위와 토요 근무 시간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합의했다. 이는 서비스 전부터 서로간 갈등이 될 만한 요소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이유에서다.

헤영씨는 주로 가사 지원과 이동 지원을 중심으로 활동보조인의 경계를 나눈다. 정씨는 주로 가사 지원, 나머지 2명의 활동보조인은 대체로 이동 지원을 담당한다. 물론 사정에 따라서는 달라지기도 한다.

혜영씨는 “보통 이용자들은 급한 마음에 중계기관에서 연계해주는 활동보조인에게 서비스를 받는데 급급한데 이는 좋지 않다. 활동보조인과 서비스 범위, 시간 활용 등 구체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자와 활동보조인 사이 서비스 범위, 서비스 시간 등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불화로 이어져 단기간 내 깨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필요한 서비스와 서비스 시간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설명해 먼저 합의를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갈등 요소를 줄이고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혜영씨는 “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을 위해 일주일 함께 생활해보고 결정하는 것도 좋다. 이는 활동보조인에게도 이용자에게도 선택권을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같은 합의 후 서비스가 시작됨에도 불구하고 갈등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중계기관의 코디네이터에 이야기 하는 것보다는 양자간 해결 방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혜영씨는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들이 생기면 그날그날 대화로 푸는 것이 가장 좋다”며 “코디네이터에 이야기하면 자칫 오해가 발생해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혜영씨는 야외 활동 중 정씨가 아무런 언급 없이 사라져 버려 난감할 수밖에 없었고, 정씨와의 대화를 통해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당부했다.

무엇보다 혜영씨는 “이용자가 활동보조인에 갑자기 무리한 부탁을 하거나, 범죄에 가까운 행동은 금물이며, 활동보조인 역시 본업을 무시한 행동을 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용자가 첫날 활동보조인에게 지방출장을 함께 가줄 것을 강요하거나, 활동보조인도 업무 외적인 종교 강요, 보험 강요 등 이용자가 불쾌할 수 있는 언행들은 조심해야 한다는 것.

혜영씨는 “이용자와 활동보조인 사이 한마디로 기본적인 상식이 통해야 하며,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보민씨도 “이용자와 활동보조인 모두 성인이기 때문에 존중돼야 한다. 서로가 존중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씨도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갑자기 초상집을 방문할 일이 생겨도 활동보조인이 없으면 장애인이 생활에 제약을 받기 때문에 일이 끝난 저녁에 간다”며 “서로를 배려한다면 갈등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사이 부르는 호칭은 선생님, 이모, 혜영씨, 보민씨 등 다양하다. 이 역시 서로 간 합의에 따른 것이다.

혜영씨와 보민씨는 친분이 쌓이다 보니 개인적으로 집안에서는 정씨를 ‘이모’라고 부르지만, 바깥에서는 ‘선생님’이라고 호칭한다.

정씨 역시 동료상담가로 활동하는 혜영씨와 보민씨에 대해 ‘누구, 누구야’라고 반말하지 않는다.

이는 사회 활동을 하는 혜영씨와 보민씨를 사회적으로 존중하는 의미다. 이 같은 합의는 정씨를 제외한 2명의 활동보조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들 이용자와 활동보조인 사이에는 부모 간섭도 없다. 이 때문에 가족의 간섭으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도 당연히 없다고 한다.

이외에도 혜영씨는 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의 1대 1 매칭 보다는 1대 2, 1대 3의 매칭이 활동보조인들과 이용자에게 서로 도움이 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혜영씨에 따르면 가까운 일본의 경우, 활동보조인이 요일별로 바뀌어 출근하는데 이는 활동보조인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충분한 휴식시간 등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서씨 자매의 활동보조서비스는 1대 1이 아닌 2대 3의 서비스 지원형태를 띠고 있다. 현재 정씨를 포함해 2명의 활동보조인이 조력자 역할을 한다.

즉 각자 필요에 따라 1대 1 서비스를 맡다 필요한 경우 2대 1의 서비스 형태를 띠기도 한다.

혜영씨의 활동보조 시간은 290시간, 동생 보민씨의 활동보조 시간은 250시간으로 이들에 대해 장씨가 200여시간, 활동보조인 2명이 각각 100시간, 160시간을 지원한다.

혜영씨도 처음은 동생 보민씨와 각자 1대 1로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았다.

하지만 활동보조인 1명이 무단으로 출근하지 않은 경우 등이 발생해 모두 다 힘든 상황에 놓였고, 결국 지금의 2대 3의 활동보조서비스 구조를 갖추게 됐다.

또한 혜영씨는 활동보조인의 ‘직업의식’, ‘책임감’ 부족 등을 갈등 이유로 들며 활동보조인에 쓴 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혜영씨는 “활동보조인이 ‘내일 놀러가니 못나가요. 일주일 휴가 필요해요’라며 출근하지 않아 이용자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며 “활동보조인이 책임감을 갖고 일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중증장애인이 활동보조인을 어떤 사람 만나느냐에 따라 천국과 지옥이 된다는 것.

활동보조인 정씨도 혜영씨의 이야기에 동조하며 “활동보조인은 엄연한 직장인이다. 회사에 출근한 것이다. 직장인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씨는 “입에 묻은 것을 닦아주며 얼굴을 찡그리는 활동보조인이 있다. 이를 보면 기분이 좋지 않다. 이용자도 기분 좋을 리 없다. 투철한 직업의식이 있어야한다”고 지적했다.

정씨는 “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은 서로 동행자다. 팔과 다리가 되어주는 항상 같이 하는 존재”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수영장 등을 찾는 등 그동안 해보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해보고 있다고 말한다. 즉 서로에게 ‘활력 파트너’인 셈이다.

이들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가족보다 더 가까워 질 수밖에 없다며 오랜 동안 함께 하는 동행자가 되기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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