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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영화 보고 싶다” 또 가로막히나

5년 법정다툼 이겼는데, 영진위 시범사업 웬말?

장애계 “법원 판결 취지 무시” CGV 앞 2차 규탄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9-01 14:46:42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 7개 단체가 1일 CGV 왕십리점 앞에서 영화진흥위원회 규탄 릴레이 2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CGV, 영화진흥위원회 로고가 그려진 피켓을 든 기자회견 참석자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 7개 단체가 1일 CGV 왕십리점 앞에서 영화진흥위원회 규탄 릴레이 2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CGV, 영화진흥위원회 로고가 그려진 피켓을 든 기자회견 참석자들.ⓒ에이블뉴스
시·청각장애인영화관람권 보장을 향한 장애계의 투쟁은 멈추지 않는다. 소송을 시작한 지 벌써 5년이다. 2심까지 이겼지만,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앞에서 또다시 가로막혔다.

배리어프리 영화를 상영하라는 법원의 명령에도 ‘장애인 동시관람 상영시스템에 대한 시범상영 및 수용성 조사’를 하겠다며 시간 끌기에 나서자, 장애계는 더 참지 않기로 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 7개 단체가 지난달 29일 이어 다시 1일, 이번엔 CGV 왕십리점으로 왔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영화 보고 싶다!”

'법원도 인정 영화관람권 보장하라', '법원 판결 무시 영화진흥위 규탄한다' 피켓을 든 기자회견 참석자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법원도 인정 영화관람권 보장하라', '법원 판결 무시 영화진흥위 규탄한다' 피켓을 든 기자회견 참석자들.ⓒ에이블뉴스
■“장애인도 영화보고 싶다” 기나긴 소송, 끝이 아니다?

장애인 영화관람권 소송의 시작은 5년 전인 2016년 2월, 시각·청각장애인 당사자 4명이 극장 사업자(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을 상대로 ‘차별구제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다. 매월 이벤트성 ‘영화관람데이’가 아닌, 내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해달라는 목소리였다.

이에 1심과 2심 법원은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2021년 11월 25일 2심 법원인 서울고등법원 제5민사부는 ‘장애인 차별’을 인정하며, ▲300석 이상의 좌석 수를 가진 상영관 ▲복합상영관 내 모든 상영관의 좌석 수가 300석이 넘는 경우 1개 이상 상영관에서 토요일 및 일요일을 포함한 총 상영횟수의 3%에 해당하는 횟수만큼 화면해설과 자막을 제공하라고 판결 내렸다.

당시 장애계는 ‘총 상영횟수 3%’ 등의 제한에 아쉬웠지만, 그래도 ‘장애인 차별’이라 명확히 판단한 것에 환영 입장을 표했다. 피고인 극장 사업자들은 2심도 받아들이지 않고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한 상태다.

그리고 그렇게 흘러간 9개월, “영화를 보고 싶다”라던 시·청각장애인들의 바람은 또다시 가로막혔다. 관련 공공기관인 영진위가 ‘장애인 동시 관람 상영시스템에 대한 시범상영 및 수용성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나서며, 지지부진해진 것이다.

장애인단체들과 소송 관련자들이 반대했지만, 결국 강행됐다. 오는 6일까지 총 18회에 걸쳐 시범상영이 진행될 예정이다. 소송 5년간의 긴 기다림 끝 ‘또’ 시범사업이 웬말이냐? 영화 보고 싶은 장애인들이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 7개 단체가 1일 CGV 왕십리점 앞에서 영화진흥위원회 규탄 릴레이 2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 7개 단체가 1일 CGV 왕십리점 앞에서 영화진흥위원회 규탄 릴레이 2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에이블뉴스
■시간끌기 시범상영 뭔 소용? “차별부터 해소”

1일 CGV 왕십리점 앞에서 열린 2차 기자회견 역시 시범상영으로 시간끌기를 하는 영진위와 함께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는 극장 사업자들에 대한 비판이 줄을 이었다.

장애인 영화관람권’ 소송대리인인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법 김재왕 변호사는 “2004년부터 많은 시․청각장애인들이 영화를 보고 싶다며 투쟁했고, 2015년 4월에서야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적용됐지만, 달라진 게 없어 2016년 소송을 제기했다. 영진위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고 있으며, 다만 예산의 문제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만 반복했다”며 “2004년부터 영화 관람 투쟁을 했는데, 지금에서야 수용성 조사를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영진위의 ‘시간끌기’ 시범상영을 규탄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영진위는 장애가 있는 사람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강구할 의무가 있다”면서 “대법원 소송 과정에서 다시 극장 사업자들의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가 있다는 것을 확인받을 것”이라고 마지막 법정 싸움을 앞둔 각오도 밝혔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강원 센터장은 “2심까지 장애인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차별행위 해소 및 편의 제공에 대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실질적인 책임을 가진 영진위는 판결 이행이 아닌 법원 판결 취지를 무시한, 뭐라도 하는 척 수준의 수용성 조사를 하겠다고 한다”면서 “그동안 법정에서 수없이 필요성과 해외사례가 소개됐음에도 이번 조사는 시간끌기 이상 이하도 아니다”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에이블뉴스
장추련 박김영희 상임대표는 “장애인도 영화 보고 싶다”는 외침이 단순히 영화를 보지 못하는 행위가 아닌, 문화와 공감의 차이를 경험하며 차별까지 이어지는 심각한 문제임을 강조했다.

박김 대표는 “‘한산’ 영화는 단순히 이순신 이야기가 아니라, 민중들이 어떻게 대장군과 연대하고 투쟁하고 이겨나가는지를 담아냈다. 시각장애, 청각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정서를 함께 나누고, 역사를 배우고 역사 안에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공감대를 만들 수 없다”면서 “단순히 영화를 못 본다는 것이 아니라 문화의 차이, 공감의 차이를 통해 차별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영진위를 향해 “영진위는 장애인의 영화 접근성을 지켜내지 못한 것에 반성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 입장부터 밝혀야 한다”면서 “어린 시․청각장애인들이 영화를 통해 배움을 가져가고, 자기 권리를 만들어나갈 수 있어야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장추련은 오는 5일 메가박스 상암점에서 마지막 3차 기자회견을 이어가며, 장애인 영화관람권 보장 투쟁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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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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