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연출 박준우, 극본 오상호)는 “정의가 실종된 사회, 전화 한 통이면 오케이,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이다.

모범택시를 운영하는 무지개 운수의 대표 장성철(김의성 분)은 범죄피해자 지원센터 ‘파랑새 재단’을 운영하여 검찰청 출입도 가능하다. 김도기(이제훈 분)의 어머니가 사이코패스에게 살해당했다. 김도기는 엄마를 살해하고 현장 검증을 나온 사이코패스에게 대들었다가 경찰에게 제지를 당하는 것을 본 장성철은 김도기를 포섭한다.

모범택시. ⓒSBS

무지개 운수에는 대표 장성철을 비롯하여 IT전문가이자 해커 전문가인 경리직원 안고은(표예진 분)과 정비기사 최주임(장혁진 분)과 박주임(배유람 분) 그리고 김도기 등 다섯 사람이 복수대행을 하고 있다.

모범택시에 첫 번째 의뢰인은 강마리아(조인 분)였다. 지적장애인 강마리아는 보육원에서 자랐는데 18세가 되어 사회로 나가야 했다. 일반아동은 만 18세가 되면 '보호 종료 아동'이 되지만, 장애인은 예외인데 드라마에서는 장애인을 일반아동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18세가 되면 정착금 500만 원과 3년 동안 월 30만 원의 지원금을 받으며 사회로 내몰리게 된다. 18세에 ‘보호 종료 아동’이 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사회복지가 시작된 70 여 년 전부터 있었는데 관계자들은 왜 아직도 이 조항을 그대로 두는 것일까.

강마리아는 워드자격증도 있고, 취직을 하면 돈 많이 벌어서 보육원 동생들에게 선물도 사주겠다는 꿈 많은 소녀였다. 보육원에 자주 오는 자원봉사자인 사회복지사 최종숙이 강마리아를 취직시켜 주었다. 강마리아가 취직한 곳은 컴퓨터 일을 하는 사회적 기업이라고 했는데 강마리아가 찾아가 보니 젓갈공장이었다.

젓갈공장의 조 부장은 강마리아에게 생선비늘을 벗기라고 했다. “전 못해요. 무서워서 못해요.” 강마리아는 컴퓨터 관련 일을 할 거라고 소개 받았는데 생선 비늘을 치라니, 강마리아가 못하겠다고 하자 젓갈공장 박 사장은 강마리아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생선이 담긴 다라이에 강마리아의 머리를 처박았다.

강마리아를 폭행하는 사장. ⓒSBS

그래도 강마리아가 못하겠다고 하자 이번에는 냉동고에 가두고 소금을 뿌리는가하면, 커다란 고무통 안에 강마리아를 집어넣고 물을 붓기도 했다. 박 사장의 폭행을 견디다 못한 강마리아는 결국 생선 비늘을 치며 젓갈공장에서 일하는데, 조 부장에게 성폭행도 당한다. 조 부장은 강마리아를 성폭행하면서 영양제라며 피임약을 먹인다.

강마리아가 지적장애인이라고 해도 워드자격증이 있는데 어찌 피임약을 모를까. 필자도 아리송해서 지적장애인 관계자에게 문의를 했더니, 워드자격증이 있어도 피임약은 모를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사장이나 부장의 폭행이 극심해서 강마리아는 탈출을 시도했다. 아무도 몰래 공장을 빠져나오다가 순찰을 나온 경찰차를 발견하고는 반가움에 도움을 청했다. 지역 파출소장인 김형욱 경감은 “내가 도와줄게”하면서 강마리아를 경찰차에 태우고는 젓갈공장으로 데려갔다. “그러게 내가 빨간바지를 입히랬잖아요. 그래야 눈이 잘 띄지” 김형욱 경감은 박 사장과 유착한 부패 경찰로서 박 사장에게서 정기적인 상납을 받고 있었다.

견디다 못한 강마리아는 손목을 그었고, 병원에서 정신을 차리자 한강으로 달려갔다. 한강 다리 난간위로 올라간 순간 “모범택시”가 눈에 띄었다.

김도기에게 얻어맞는 젓갈공장 사장. ⓒSBS

김도기의 복수가 시작되었다. 김도기는 엄청난 양의 젓갈을 주문했다. 사장은 구더기가 버글버글하는 젓갈을 **에 납품하라고 했다. 사장과 부하직원은 대량 구매 고객으로 잠입한 김도기와의 거래과정에서 그들이 강마리아에게 했던 짓을 그대로 되갚음 받는 등 참교육을 당한 후 어디론가 사라졌다.

젓갈공장 사장과 부하는 사라지고 그들과 함께했던 악덕 경찰인 지역 파출소장은 영문도 모른 채 피투성이가 되었고 여기저기 깁스를 한 채 검찰에 나타났다. “피해자들을 착취하면서 미안하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냐?”는 강하나(이솜 분) 검사의 질문에 김형욱은 “자신이 그런 게 아니고, 사회적 기업이라 잘 몰랐다.”라고 뻔뻔하게 대답했다.

강마리아를 젓갈공장에 취직시켰던 사회복지사는 사실은 보험설계사로 젓갈공장에 취직시킨 사람들 앞으로 생명보험을 들게 하고 그 수령인은 전부 박 사장이었다.

젓갈공장은 김도기의 일벌백계로 풍비박산이 났으나 그 후 젓갈공장은 협동조합으로 변경되어 강마리아를 비롯해 그동안 온갖 착취와 학대를 당하던 직원들이 운영하는 공장으로 거듭나게 된다.

‘모범택시’는 19금이고,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지만 시청률을 의식해서인지 너무나 잔혹해서 보기에도 섬뜩했다. 강마리아의 머리채를 생선다라이에 처박고 강마리아를 소금에 절이고 통 안에 뜨거운 물을 붓고, 구더기가 버글버글하는 젓갈을 **에 납품하는 모습을 몸서리가 처진다.

더구나 김도기가 복수랍시고 젓갈공장 사장을 쥐어패고, 경찰차를 들이받아 뒤집어엎는 등은 아무리 복수라지만, 너무나 잔인하고 끔찍했다.

젓갈공장에 관한 시청자게시판. ⓒSBS

‘모범택시’ 두 번째 의뢰인은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학생이었다. 고등학생 박정민(박준목 분)은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청각장애인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데 총동문회장의 아들인 박승태(최현욱 분)를 주축으로 한 일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일진들이 박정민의 몸에서 생선 냄새가 나고, 기초수급대상자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박정민을 때리고 돈을 뜯고 빵셔틀을 시키는 등 박정민을 못살게 군다. 일진들의 폭행에 시달리던 박정민은 담임 선생님에게 구원을 청하지만, 선생은 친구들끼리 그럴 수도 있다며 방조한다. 파출소에도 신고를 했지만 일진들이 그 사실을 알고는 박정민의 엄마가 귀가 안 들린다는 사실을 알고는 오히려 더 놀리고 조롱했다.

일진들은 박정민을 발로 걷어차고 그 위로 오토바이를 지나가게 해서 박정민이 다리를 다쳤다. 그러자 학교에서 학교폭력대책위원회(학폭위)가 열렸고, 박정민은 깁스에 목발을 하고 어머니와 같이 참석했지만, 학폭위의 그 누구도 박정민의 말은 귀담아듣지 않았다. 박정민이 다친 것은 친구들의 오토바이가 아니라 박정민 스스로 넘어져서 다친 것이 아니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엄마의 생선가게 나타난 아들. ⓒSBS

박정민은 학폭위에서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어머니에게 미안한 마음에 홀로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한다. 박정민은 박승태 일당의 만행을 견디다 못해 인터넷에서 고통 없이 죽는 방법을 검색하던 중 모범택시를 발견했다.

모범택시 팀은 의뢰인의 나이가 너무 어리다고 걱정했는데 장성철 대표는 “누군가에게는 학창시절의 작은 이야기일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죽고 사는 이야기일 수 있다. 어리다고 죄의 무게가 가벼워지지는 않는다. 누가 돌을 던졌건 가라앉는 건 마찬가지”라며 박정민의 의뢰를 받아들였다.

김도기는 박정민의 담임 선생님 대신 기간제 교사로 학교에 잠입했다. 박승태와 일진들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김도기를 무시하여 친구들을 괴롭히고 담배를 피고, 김도기의 지갑을 뺏어서 돈을 뺏는가 하면. 그 돈을 조폭에게 상납을 하는 등 충격적인 비행을 저질렀다.

김도기에게서 돈을 뺏는 일진들. ⓒSBS

박승태는 기간제 교사 김도기가 자신의 폭력 행위를 방해하자 앙심을 품고 덫을 놓았다. 도서관에서 여학생 하나가 김도기를 찾는다고 하고선, 김도기가 도서관을 둘러보고 아무도 없어서 나가자, 몰래 숨어 있다가 뒤따라 나온 여학생은 복도에서 자신의 옷을 찢고 비명을 지르며 김도기에게 ‘성추행 교사’라는 누명을 씌웠다.

김도기는 물론이고 무지개 운수 팀의 안고은과 최주임, 박주임은 이미 다 알고 대처를 했다. 그러자 여학생은 김도기의 성추행이 아니라 벌레가 들어갔다고 둘러댔다. 박승태와 일진들은 곧잘 길에서 폐지를 줍는 할머니에게 담배 심부름을 시키곤 했는데 최주임, 박주임이 폐지 줍는 노인으로 변장을 하고 박승태 일당에게 담배를 팔았다. 그런데 그 담배 속에 마약이 있다고 엄포를 하고는 박승태 일당을 감시했다.

박승태와 일진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조폭들이 기다리고 있는 옥상으로 김도기를 불러낸다. 조폭들을 무서워서 피할 김도기가 아니다. 김도기는 조폭들을 때려눕히고 박승태를 옥상 난간으로 집어 던졌다.

옥상에서 마주친 조폭과 김도기. ⓒSBS

김도기는 그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았던 박정민에게 이제 학교에 나오라고 했다. 박정민은 택시비가 없다고 하자, 택시비는 앞으로 조금씩 갚아 나가라고 했다. 김도기는 박정민에게 엄마하고 같이 먹으라면서 치킨 봉투를 건네며 “택시비를 갚는 데 쓰이는 돈이 안타까운 만큼 네가 강해졌으면 좋겠다.”라며 박정민을 위로했다.

박정민도 학교 폭력에서 해방되어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왔고, 장성철은 박정민의 어머니에게 아들 정민이가 파랑새 재단의 장학생으로 선정되었음을 알렸다.

그런데 학교폭력 편에서도 박정민의 어머니가 생선장수라서 박정민에게 비린내가 난다고 놀리고, 박정민이 기초생활수급자라고 놀리는 등은 아무리 드라마라 해도 너무 한 설정인 것 같다. 그리고 김도기가 기간제 교사지만, 그래도 선생님인데 선생님을 막 대하고 심지어는 선생님의 돈을 빼앗기도 하는데 아무리 세상이 말세라고 해도 설마 선생님에게 그렇게까지 하다니.

김도기가 학폭에 대한 복수를 한다지만, 박승태 일당에게 마약을 했다고 덮어씌우고, 조폭들과 옥상에서 붙을 때 아무리 김도기가 날고 긴다 해도 조폭들 10 여 명을 혼자서 때려눕히고, 박승태를 겁준다고 옥상 난간에서 떨어뜨리는 모습 등은 오히려 보고 누가 보고 배울까 봐 겁이 난다.

그래서 시청자게시판을 훑어보았더니 학폭 장면에서 부정적인 장면을 필자보다 더 조목조목 나열한 시청자도 있었다.

학폭에 관한 시청자게시판. ⓒSBS

법이 추구하는 궁극적 이념이 정의(正義)다. 일찍이 소크라테스는 '인간의 선한 본성'을 정의라고 하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의는 “사회나 공동체를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옳고 바른 길”이다.

법이라고 하면 디케의 여신상이 떠오른다. 디케는 한손에는 저울을 들고 한손에는 칼을 들고 있는데 정의의 여신으로 알려져 있다. 법은 과연 정의의 편인가. 그러나 법이 정의의 편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오래전부터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말이 있었다. 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에게 법이 무슨 소용 있으랴. 더구나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웠다.

모범택시 출연진. ⓒSBS

‘모범택시’에서는 경찰도 우리 편이 아니었고 선생도 우리 편이 아니었다. 현실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모범택시’는 멀리 있는 법보다 가까운 주먹이 우선하는 사회를 그리고 있다. 그 시작부터가 지적장애인의 사기 취업과 청각장애인의 생선 냄새가 폭행의 대상이고 조롱거리로 나오지만, 법은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모범택시가’가 법이 못 해주는 사적 복수를 대행 해 주어서 많은 사람이 대리만족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통쾌하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사적 복수를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장애인은 사적 복수를 할 수도 없는 사회적 약자이다.

드라마 ‘모범택시’는 피해자들을 위한 통쾌한 복수로 시청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모범택시’는 원작이 웹툰이라고 한다. 그러나 드라마는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지상파라서 웹툰보다는 폭력적인 묘사가 많이 순화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모범택시’가 인기를 좀 끈다고 해서 말도 안 되고 너무나 잔혹하고 끔찍한 장면은 좀 자제해 주었으면 좋겠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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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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