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연출 박신우, 극본 조용)에는 돈도 없고, 부모도 없고, 희망조차 없는 정신병동 보호사 문강태와 그의 형 문상태, 그리고 마녀 같은 동화 작가 고문영이 나온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지난 6월 20일에 시작해서 어제 밤 8월 9일 16회로 끝이 났다.

드라마는 정신병동 보호사 문강태(김수현 분)와 고문영(서예지 분)의 만남으로 시작되는데, 문강태에게는 그가 돌보아야 할 자폐 스펙트럼(ASD)의 형 문상태(오정세 분)가 있다.

고문영 그리고 문강태와 문상태. ⓒtvN

어린 시절 머리 좋고 똑똑한 문강태는 성진시에서 그보다 일곱 살 많은 형 문상태가 자폐이긴 해도 나름대로 어머니와 함께 단란하게 살았다. 어느 해 봄 어머니가 죽었다. 어머니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는데 범인은 미궁에 빠졌으나 형은 나비라고 했다. 그날 이후 형은 봄이 되고 나비가 엮이면 방황했다. 문강태는 그런 형을 데리고 수도 없이 이사를 다녔다.

문강태는 형과 함께 형이 좋아하는 고문영 출판기념회에 갔다. 문강태가 전화를 하러 간 사이, 어떤 아이가 공룡 옷을 입고 있어 “와 공룡이다!” 형 문상태는 공룡을 만지려고 그 아이에게 다가갔다.

아이아빠가 이 모습을 보고는 아이에게서 떨어지라고 소리치며 문상태의 머리채를 잡고 밀쳐냈다. 아이아빠에게 머리채를 잡힌 문상태는 소리소리 지르며 발작했다. 문상태는 두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두드리며 펄쩍펄쩍 뛰면서 알아들을 수 없는 괴성을 질렀다. 어디선가 전화를 하고 있던 문강태가 형의 비명소리를 듣고는 달려 나왔다.

문강태가 형의 상태를 보고는 자신의 점퍼를 벗어서 형의 머리 위에 덮어씌우며 “괜찮아, 괜찮아” 형을 안아주며 달랬다.

오정세와 배범준. ⓒ배범준 인스타

이 모습을 본 어떤 사람이 문상태를 달래주고 싶어 했다. 그 어떤 사람은 발달장애인 첼리스트 배범준 씨였다. 배범준 씨는 아이 아빠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얻어맞는 문상태를 달래주고 지켜주고 싶다고 했다.

배범준 씨의 여동생 배지수 씨는 오빠 배범준 씨가 문상태를 달래주고 지켜주고 싶다는 소원을 이뤄주고 싶었다. 배지수 씨는 ‘사이코라도 괜찮아’에서 문상태 역을 하는 오정세의 소속사에 연락했다.

오, 세상에! 이 소식을 들은 오정세는 드라마 촬영이 이뤄지고 있는 와중에도 배범준 씨와의 만남을 승낙했고, 배범준 씨가 만나고 싶어 하는 문상태의 모습 그대로 롯데월드에서 배범준 씨를 만났다.

오정세와 배범준. ⓒ배범준 인스타

‘사이코라도 괜찮아’의 문상태를 만나다니, 배범준 씨에게는 꿈만 같은 일이었다. 오정세는 문상태의 모습으로 배범준 씨를 롯데월드에서 만나서 배범준 씨가 좋아하는 놀이기구를 다 탔다고 한다.

배범준 씨는 신이 나서 계속 소리를 질렀고 배범준 씨는 무서운 거 싫어하는데, 오정세도 덩달아 무섭다고 했다. 그리고 롯데월드 민속촌에서 배범준 씨와 어머니, 여동생 배지수 씨와 다 함께 맛있게 식사를 했다고 한다.

오정세는 배범준 씨와 세 시간을 함께 보냈다고 한다. 오정세와 배범준 씨의 만남은 배범준 씨에게는 크나큰 자랑이고 기쁨이겠지만, 이를 지켜보는 배범준 씨의 어머니와 동생에게는 말할 수 없는 감사함이고 감동이었다고 한다.

이날 배범준 씨는 오정세에게 ‘사이코라도 괜찮아’의 문상태를 그린 그림을 선물했고, 문상태 즉 오정세는 “배범준 씨를 위해 따뜻한 희망과 소중한 사랑을 주셨다.”고 했다. 배범준 씨와 오정세의 만남은 메아리가 되어 멀리멀리 퍼져나갔다.

배범준 관련 기사. ⓒ네이버 뉴스

그 메아리는 각종 언론에 대서특필 되었다. 누리꾼들은 오정세에게 “천사 같은 사람” “감동 그 자체” “요정이야 요정 ”등 온갖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에 배범준 씨의 어머니도 “이미 유명하신 오정세 님이 더 좋은 일 가득하시길 더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지적장애인이지만 평화를 연주하고 싶고 싼타 형이 되어 선물 주고 싶어 하는 배범준도 희망을 향해 다시 뚜벅뚜벅 가겠습니다.”라고 전했다고 한다.

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오정세는 자폐성장애인 문상태 역을 정말 잘한 것 같다. 배범준 씨가 문상태를 달래주고 지켜 주고 싶다고 할 만큼. 이를 계기로 문상태로 나타난 오정세와 배범준 씨의 만남은 누가 봐도 감동이었다.

오정세는 탤런트다. 얼마 전에는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동백꽃 필 무렵’으로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남자 조연상을 받았다. 많은 장애인에게도 관심과 사람을 받았던 ‘스토브리그’에도 출연했다. 그리고 지난 7월 6일부터 JTBC에서 시작한 월·화드라마 ‘모범형사’에 출연 중이다.

연기자라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해 내는 사람이 좋은 연기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정세는 그야말로 팔색조의 탤런트다. 맡은 역할마다 그 역할에 충실하게 잘하는 것 같다.

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지난 9일 일요일에 끝이 났지만, 그동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문상태 역할과 JTBC 월·화드라마 ‘모범형사’에서는 오종태 역할은 동시방영을 하고 있었다.

‘모범형사’에서 오정세. ⓒJTBC

배범준 씨가 오정세와 만나기 전이었다. 필자 생각에 오정세가 정말 연기를 잘하는 것 같지만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문상태 역과 ‘모범형사’에서는 오종태 역의 동시방영은 좀 아닌 것 같았다. 더구나 문상태와 오종태는 전혀 다른 너무나 상반된 역할이었다. 문상태는 본 대로 느낀 대로 곧이곧대로 이야기하는 자폐성장애인이고, 오종태는 권모술수를 꿈꾸는 악인 중의 악인이다.

그러나 동시방영이 마땅찮은 것은 필자의 생각일 뿐이다. 그러던 차에 오정세와 배범준 씨의 만남이 있었다는 기사를 봤다. 그 기사를 보고 몇몇 관계자와 이야기를 했다.

A 씨 : “동시방영은 저도 반대지만, 팬들의 입장에서는 많이 나올수록 반기지 않을까요?”

B 씨 : “‘사이코라도 괜찮아’에서는 문상태가 장애인이니 배범준 씨도 봤겠지만 ‘모범형사’나 ‘스토브리그’ 등 다른 드라마도 그렇게 챙겨보는 사람이 있을까요?”

C 씨 : “만약 발달장애인이 ‘사이코라도 괜찮아’ 그리고 ‘모범형사’를 본다면, 문상태와 오종태를 같은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것 같은데요.”

D 씨 : “‘문상태는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오종태는 참 나쁜 사람이네’하다가, 둘 다 오정세라고 했을 때 이미지에 혼란이 오지 않을까요?”

그런데 E 씨는 좀 다른 이야기를 했다.

E 씨 : “발달장애인 문상태와 나쁜사람 오종태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개중에는 혼란이 올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 즉 1~2% 불과할 것이고 98%는 발달장애인이 아닌 비장애인의 입장일 테니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E 씨는 솔직히 말하면 탤런트가 다른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겨우 헤엄을 배우는 사람한테 항해술을 가르치려는 것이 발달장애인 복지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E 씨 : “한때 발달장애인에게 바리스타를 가르친 적이 있는데, 폼 나게 가르쳐보려는 비장애인의 입장이지, 발달장애인에게는 별 의미 없기에 반대를 했었지요.”

오정세가 배범준 씨를 만난 것은 감동이지만, 오정세가 발달장애인 문상태를 연기하든지 나쁜 사람 오종태를 연기하든지 그것은 어디까지나 비장애인 입장이고, 발달장애인에게는 별 상관이 없을 것 같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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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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